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북한과의 비즈니스 : 기회와 도전’ 국제학술회의
“북한은 아웃소싱 국가입니다. 자신들은 사용하지 않아도 안드로이드, 블랙베리 등에서 사용 가능한 애플리케이션은 물론 은행 업무를 위한 소프트웨어를 개발해 수출할 정도입니다.”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가 28일 연구소 정산홀에서 개최한 국제학술회의 ‘북한과의 비즈니스 : 기회와 도전’에 현재 북한과 함께 관광·제조업 등 다양한 사업을 하는 관계자들이 참석해 자신들의 경험담을 털어놨다.
최근 중국의 인건비가 상승하면서 북한에서 아웃소싱하는 세계의 의류기업이 늘고 있는 점이 특성으로 꼽혔다. 특히 북한의 ICT 기술 수준이 상당히 발전해 은행 업무를 위한 소프트웨어나 스마트폰 어플리케이션도 제작해 수출하고 있다.
또 이날 학술회의에서는 국제사회의 제재 조치가 이뤄지고 있는 만큼 국가별 제재 조치를 충분히 숙지해야 하고, 무엇보다 비자를 받기 위해서나 사업을 잘 이어가기 위해서는 담당 북한 관료를 잘 만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경험담이 나왔다.
네덜란드 대북투자 자문업체인 GPI 컨설턴시의 폴 치아 이사는 북한의 ICT기술을 소개하면서 “아이러니하게도 고난의 행군 시절인 1997년부터 북한에서 ICT기술이 큰 변화를 보여왔다”고 설명했다.
그는 “정작 북한 자신은 사용하지 못하면서도 다른 나라의 은행 업무를 지원하는 소프트웨어 개발도 하고 있으며, 심지어 네비게이션 프로그램, 스마트폰 용 애플리케이션도 제작해 수출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평양의 작은 회사에서도 안드로이드, 블랙베리 등 다양한 운영 체제에서 사용 가능한 웹·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하고 있었다”면서 “이런 고급 인력의 임금이 낮다는 것은 북한에서만 찾을 수 있는 유일한 장점”이라고 소개했다.
북한의 IT기술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은 컴퓨터 체스보다도 만들기 어렵다는 컴퓨터 바둑을 만들었다는 것이다. 북한은 세계 컴퓨터 바둑대회에 참가해 매년 승리하고 있다는 내용도 소개됐다.
이와 관련해 그는 “조선컴퓨터센터(KCC)에 가보니 1000명 이상의 직원에 게스트 하우스까지 갖추고 있었다”면서 “이는 그만큼 외국인과 교류가 많다는 것을 방증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한 “최근 중국에서 임금이 상승하면서 북한에서 아웃소싱하는 세계의 의류기업이 늘고 있다”면서 “네델란드의 경우 지난 70년대부터 북한에서 의류를 생산해왔으며, 기술력도 상당하다”고 전했다.
북한과 20년간 사업해온 코리아 어소시에이츠 비즈니스 컨설턴시의 토니 미셸 이사는 “최근 북한에서 가공식품 생산이 크게 늘었고, 나선에서는 생선을 가공해 오히려 중국으로 수출하고 있다”면서 “중국에서 들어오는 품목들을 잘 관리하다가 내수가 된다고 생각하면 자체 공장을 세우는 식이다. 지금은 고가의 수입품 외 북한에서 판매되는 식료 가공품 100%를 자체 생산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지난 2002년 북한의 시장개혁이 가장 큰 사건으로 기억에 남는다”면서 “이때부터 북한 주민들이 자전거 수리라든지 음료수 판매 등 소규모 사업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겼고, 당시 암시장의 환율이 실제 환율이 될 정도로 영향력이 컸다”고 했다.
다만 이날 학술대회에 참가한 이들은 북한에서 사업을 할 때 가장 큰 문제는 전력이라고 입을 모았다. 따라서 “북한에서 사무소를 유지하려면 대형 발전기가 있어야 하며, 북한에서 필요한 물품을 조달하기 위해서 단둥 등 다른 지역을 이용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고 이들은 전했다.
이런 영향으로 인구 78만명 정도이던 단둥의 주민 숫자가 최근 210만명 정도로 늘어났으며, 이는 모두 북한과의 교역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또 북한의 통신망이 국제전화와 인터넷 연결이 가능한 외국인용과 북한 주민들만이 사용할 수 있는 내부망으로 분리돼 있어 주민들과 접촉하는 것이 쉽지 않은 점이 있다. 또 경제개발구 등 대외적으로 진행하는 정책이라고 해도 관련 정보가 인터넷에 공개되지 않아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어야 하는 점도 대표적인 어려움이다.
한편, 이들 대북사업가들은 지난해 10월 북한 당국이 에볼라 바이러스 유입 방지를 위해 내린 입국 차단 조치로 3개월째 북한 방문을 허락받지 못하고 있는 점과 아직까지 이 조치의 해제 여부에 대해 연락을 받은 사실이 없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