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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대박' 박근혜 정부, MB회고록에 발목...


입력 2015.01.30 17:12 수정 2015.01.30 21:09        최용민 기자

전문가들 "북한과의 관계 개선에 있어서 상당한 부담 느낄 것"

청와대 전경. ⓒ데일리안 DB

이명박 전 대통령이 '대통령의 시간'이란 회고록을 통해 재임 시절 남북정상회담과 관련한 뒷이야기를 풀어냈다. 북한이 남북 정상회담 조건으로 뒷돈을 요구한 내용과 정상회담을 위해 5번이 넘는 비밀 접촉을 해왔다는 내용이 알려지면서 남북관계 개선이 필요한 현 정부에 적지 않은 부담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먼저 북한과 장기적인 대화를 통해 남북관계 개선을 진전시켜야 되는 상황에서 뒷이야기까지 자세하게 밝히게 된다면 향후 북한이 우리 정부를 신뢰할 수 없을 것이라는 분석이 높다. 남북 관계는 기본적으로 신뢰가 가장 큰 바탕이 되기 때문이다.

박영호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데일리안'과의 통화에서 "이렇게 북한과의 모든 대화를 폭로하면서 어떻게 북한과의 신뢰를 바탕으로 남북관계 개선을 이뤄나갈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물론 노무현 대통령의 NLL 발언을 공개했다는 점에서 현 정부도 이에 대해 자유로울 수는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근혜정부는 현재 북한과의 대화를 통해 5.24 조치 해제 등을 논의하고 남북 정상회담까지 진행시킨다는 계획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이 전 대통령의 이번 공개로 북한이 우리 정부를 믿고 대화에 응할 수 있을지에 대한 부정적인 의견이 나오고 있다.

더욱이 북한이 모든 요구의 전제 조건으로 돈과 경제지원을 요구하고 있다는 것이 밝혀지면서 대북관련 문제에 대한 박근혜정부의 운신의 폭을 좁혀놨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남북관계를 어떤 방식으로든 개선해야 되는 현 정부 입장에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태가 됐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김민전 경희대 교수는 이날 KBS 라디오에 출연해 "박근혜정부가 북한과의 관계 개선을 모색하려고 하는 시점 아니겠는가"라며 "이런 시점에서 북한은 뭘 하려고 하면 이렇게 엄청난 돈을 요구한다는 사실을 공개해놨기 때문에 아마 박근혜정부로서는 굉장히 북한과의 관계 개선에 있어서 부담이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대북외교뿐만 아니라 중국, 미국 정상들의 발언을 다 소개하고 있지 않는가. 이 부분은 너무나 시간이 얼마 되지 않았다는 측면에서 국제관계 있어서 이래도 되는가 하는 문제의식이 생길 수밖에 없는 부분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현 박근혜정부도 이 전 대통령의 이 같은 폭로에 대해 상당한 우려를 표하고 있다는 즉각적인 반응을 내놨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30일 "남북(정상회담) 이야기 하면서 전제조건으로 돈거래 이야기가 나오는 것은 놀라운 일이고 있을 수 없는 일이라 생각한다"며 "외교 문제가 민감한데 세세하게 밝히는 게 국익에 도움이 될 것인지도 우려된다"고 했다.

앞서 이 전 대통령은 다음달 2일 발간 예정인 회고록을 통해 북한이 정상회담을 이유로 총 5번이 넘는 접촉을 해왔다고 밝혔다. 특히 이 전 대통령은 정상회담 조건으로 북한이 수차례 돈 봉투를 요구한 것과 관련해 이를 단호하게 거절했다고 설명했다.

먼저 북한은 지난 2009년 8월 23일 김대중 전 대통령 조문단을 파견했을 당시 처음으로 접촉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조문단장이었던 김기남 북한 노동당 비서는 김정일이 남북정상회담을 가질 의사가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이 전 대통령은 "남북 정상회담이 과거처럼 정작 중요한 문제는 언급하지 못하면서 대북지원 논의만 하는 것이라면 회담이 필요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고 밝혔다. 닷새 뒤인 8월 28일 김양건 북한 통일전선부장이 통일부 장관 앞으로 '남북 정상회담을 원한다'는 메시지를 보냈지만 쌀, 비료 등 경제지원을 전제조건으로 제시해 진전이 없었다.

두 차례 제의가 무산된지 한 달여만인 2009년 10월10일 북한은 중국을 통해 우회적으로 남북 정상회담을 제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원자바오 중국 총리는 2009년 10월 10일 베이징에서 열린 한·중·일 정상회의 도중 열린 오찬에서 이 전 대통령에게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직접 만났는데, 정상회담을 원하고 있다”고 전달했다.

이어 북한은 천안함 침몰에 따른 5·24 조치 발표 한달 뒤인 6월 국가안전보위부 고위급 인사 명의로 ‘국가정보원과 접촉하고 싶다’는 메시지를 보냈다고 설명했다.

이후 7월에 국정원 고위인사가 방북해 천안함 폭침에 대한 북한의 사과와 재발방지를 위한 조치를 요구했다. 북한은 “동족으로서는 유감이라 생각한다”는 취지의 입장을 밝히겠다며 쌀 50만톤을 지원해줄 것을 요구했다고 이 전 대통령은 밝혔다.

이후 북한의 정상회담 제의는 몇 차례 더 있었지만 정상회담은 결국 성사되지 못했다. 이 전 대통령은 회고록에서 “구걸하는 형식의 정상회담은 안 된다. 무력 도발에 화해를 구실로 물적 지원을 해서도 안 된다”며 자신의 입장을 피력했다.

최용민 기자 (yongmin@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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