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군·영관급의 잇단 성추행, 머릿 속을 뜯어고쳐야...
예비역 장성·군 인권 전문가 "실질적인 교육 통해 군 기강 확립해야"
최근 군 장성 및 지휘관의 성추행 사건이 잇따르면서 성군기 위반에 대한 강력한 처벌 제도를 마련하려는 움직임이 군 내부에서 일고 있는 가운데, 무엇보다도 장성·지휘관의 인식 개선과 실질적인 교육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지난 27일 강원도의 한 육군부대에서 부하 여군을 성폭행한 혐의로 여단장으로 복무 중인 현역 대령(47)이 긴급 체포됐다. 지난해 말부터 올 초까지 자신의 관사에서 부하 여 하사를 수차례 성폭행한 혐의지만, 그는 조사 과정에서 ‘서로 합의하에 성관계를 가졌다’고 주장하며 혐의에 대해 강하게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지난해 11월에는 17사단장(현역 소장)이 부하 여군을 성추행한 혐의로 긴급 체포된 뒤 12월 24일 군사법원으로부터 징역 6월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17사단장은 여군 하사를 자신의 집무실에 불러 뺨에 입을 맞추고 포옹을 하는 등의 성추행을 가한 것으로 드러났다. 피해자인 여 하사가 과거 같은 사단의 타 부대에서 성추행을 당한 바 있어 피해 사실을 확인하고 격려한다는 명목이었다.
또 지난해 12월에는 충북의 한 육군 부대 소속 중령이 같은 부대 소속 부하 여군에게 상습적인 성희롱·성추행을 가하는 등 성 군기 위반으로 1계급 강등 조치가 내려지기도 했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이 지휘관은 지난해 4월부터 부하 여군에게 손금을 봐주겠다며 손이나 팔을 잡는 등 희롱하는 한편, ‘네가 없으니 허전하다’, ‘만나자’라는 등의 내용이 포함된 메시지를 80여 차례 보냈다.
연이어 터진 이 같은 군내 성 관련 사건들을 살펴보면 장성 혹은 지휘관급의 성에 대한 인식이 부족함은 물론, 간부들 사이에서 성추행 혹은 성희롱에 대한 개념이 제대로 잡혀 있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이다.
군이 성추행 혐의를 받은 장성급은 물론 현역 지휘관들에게도 긴급체포와 실형, 계급 강등과 같은 중징계 처벌을 내린 것에는 성 군기 위반 사건에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책임을 강하게 묻겠다는 무관용 원칙이 강하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 군은 최근 내부적으로 잇따르는 부대 내 성추행 사건과 관련, ‘성 군기 관련 행동수칙’을 마련해 일선 부대에 하달할 예정이다.
현재 논의 중인 행동수칙에는 △여군 또는 남자 군인이 혼자서 이성의 관사를 출입해서는 안 되며 △남자 군인과 여군이 부득이하게 신체 접촉할 때는 한 손 악수만 허용하고 △남자 군인이 여군과 단둘이서 차량으로 이동을 금지하는 등의 내용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지난 1일 군은 성추행 이상의 성 군기 위반자에 대해 무조건 중징계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군은 성 군기를 위반한 간부들에게는 ‘원아웃 제도’를 적용해 단 한 번 적발될 경우에도 강제 전역시키는, 과거에 비해 상대적으로 강력한 조치가 취해질 수 있음을 시사했다.
그러나 예비역 장성은 물론 군 인권 전문가는 모두 한 목소리로 ‘교육’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부대 내 성추행 사건의 근본적인 해결 방안은 양성체계에서의 교육뿐만 아니라 간부 차원에서의 지속적이고 실질적인 교육이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한 예비역 장성은 2일 ‘데일리안’과의 통화에서 “교육이 아주 많이 미흡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라며 “교육을 통해 군 기강을 확립하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군에 31년간 있었지만, 내가 현역으로 복무할 당시에는 장병은 물론이고 상부에서도 태도나 가치관 교육이 상당히 강조됐고 굉장히 높은 차원에서 전개됐다”며 “그러나 요즘에 보면 정신 교육이 많이 부족한 것 같다. (성 군기 위반 사항에 대해서는) 정신교육을 강조하고 강화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도 이날 본보와의 통화에서 교육의 필요성에 대해 목소리를 높였다.
임 소장은 “최근 여단장이 체포되는 것을 보면 군 수뇌부가 문제인식을 강하게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문제인식을 갖는다는 것만으로도 상당히 진일보한 것이지만, 문제를 어떻게 풀어나가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단추를 잘못 끼웠다고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연이어 발생하고 있는 성 군기 위반 사건에 대해 군이 처벌을 강화하는 방식의 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이는 사건을 예방하기 위한 근본적인 방안이 될 수 없다는 설명이다.
임 소장은 “상부구조에서의 개혁이 필요하다”면서도 “군 장병을 양성하는 사관학교나 ROTC, 각 군 부사관학교에서 성인지 교육이나 성폭력 예방 교육을 교양필수과목으로 설정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우리 군이 국민으로부터 신뢰받기 위해서는 변화를 통해서 인정을 받아야 한다. 변화에 둔감하면 군은 계속적으로 불신을 초래할 수밖에 없다”며 재차 개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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