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전보다 더...' 이주영의 '진정성' 안먹힌 이유는
'당청 관계'로 경선 프레임 자충수, 골수 친박 홍문종 외연 못넓혀
‘신박’ 이주영 새누리당 의원의 네번째 원내대표 도전이 또 다시 물거품으로 돌아갔다. 지난 2013년, 당시 이 의원은 ‘비박’의 신분으로 원내대표 경선에 뛰어들었지만 ‘원조 친박’ 최경환 의원에게 석패했고 이후 ‘친박’으로 갈아탔지만 결과는 동일했다.
이 의원은 2일 오전 국회에서 진행된 새누리당 원내대표 경선에서 총 투표수 149표 중 65표를 얻어 84표를 득표한 유승민 의원에게 패했다. 정치권에서는 당초 이들의 승부에 대해 백중세를 예상했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의외의 결과가 나온 것이다.
유 의원은 ‘원박’ 출신이지만 최근 ‘청와대 얼라’ 발언 등 박근혜 대통령을 향한 쓴소리와 함께 ‘멀박(멀어진 친박)’으로 돌아섰다. 반면 중립지대에 서 있던 이 의원은 지난해 해양수산부 장관 재임 당시 발생한 세월호 참사 수습 과정에서 박 대통령의 신임을 얻었다는 평가와 함께 ‘신박’ 타이틀을 얻었다.
이에 새누리당 원내대표 경선은 자연스레 ‘친박’ 대 ‘비박’ 구도로 흘러갔다. 이 같은 상황을 방증하듯 투표장에는 이례적으로 국무위원과 국회의원을 겸직하고 있는 최경환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과 황우여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김희정 여성가족부 장관이 참석했다. 이들의 참석은 ‘신박’ 이 의원을 지지하기 위함으로 보였고 때문에 일부 ‘비박’ 의원들은 민감한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막상막하를 점쳤던 대부분의 예상과는 달리 유승민-원유철 복식조가 적지 않은 표차로 승리를 거뒀고, 당 안팎에서는 이번 결과가 친박계 주류 의원들을 중심으로 한 국정에 대한 위기의식이 당내에 퍼지고 있다는 신호라는 이야기가 나돌고 있는 상황이다.
앞선 2013년 경선에서는 최경환-김기현 후보가 ‘박심’을 내세우며 친박계의 지지를 호소해 77표를 득표, 승리의 기쁨을 맛봤다. 반면 당시 비주류에 속하던 이주영-장윤석 조는 69표에 그치며 눈물을 삼켜야만 했다.
지난 결과와 이번 결과를 놓고 비교해 이 의원의 득표수를 분석했을 때 이 의원은 친박계의 표도 흡수하지 못하고 기존 자신의 지지층도 제대로 끌고 오지 못한 최악의 결과를 얻은 것으로 판단된다.
이 같은 결과는 지난 연말 불거진 청와대 문건 유출 사건부터 김영한 전 민정수석의 항명 파동, 김무성 수첩 사태 그리고 미흡한 청와대 인적 쇄신 등으로 추락한 박 대통령의 지지율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또한 경선 초반 순항을 하던 이 의원이 러닝메이트로 ‘친박 중의 친박’ 홍 의원을 영입하는 바람에 더욱 표를 잃은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함께 나오고 있다. 때문에 당내에서는 내년 총선을 앞두고 집권 3년차로 들어선 박근혜정부와 이미 거리두기를 시작했다는 분석이다.
한 당내관계자는 2일 ‘데일리안’과의 통화에서 “이번 원내대표 선거는 한 마디로 미래 권력을 향해 의원들이 움직인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아직 당내 입지가 굳어지지 않은 초·재선 의원들이 차기 공천을 염두에 두고 여론이 나쁜 청와대와 거리를 둘 수 있는 유 의원을 택한 것”이라며 “이 의원은 세월호 정국에서 팽목항에 머무는 동안 의원들과의 스킨십이 부족한 것도 패착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유 의원이 지난해부터 꾸준히 의원회관을 돌며 의원들과 스킨십을 이어오며 소통을 가져 간 반면 이 의원은 지나치게 박심만을 믿었던 것이라는 주장이다.
이와 함께 김무성 대표의 전폭적인 지지를 업고 지난해 7·30 재보궐선거를 통해 국회에 입성한 신진 세력들 역시 대다수 비박계인 유 의원을 지지했을 것이라는 의견도 나왔다. 이들의 표심이 승부를 일찌감치 갈랐을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결국 혁신 대신 안정을 추구한 이 의원이 여론에 민감한 초·재선 의원들의 마음을 잡지 못해 4전4패라는 쓴 잔을 들게 된 결과를 부른 것으로 보인다.
집권 여당의 대표와 원내대표가 모두 비박계로 채워짐에 따라 그동안 주류로 분류되는 서청원 최고위원을 비롯한 친박계 의원들은 당내 입지가 상당 부분 축소될 전망이다. 20대 총선을 1년 여 앞두고 힘이 빠진 정부의 손을 뿌리친 여당이 새 원내지도부 선출에 힘 입어 분위기 전환에 성공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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