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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전보다 더...' 이주영의 '진정성' 안먹힌 이유는


입력 2015.02.03 09:35 수정 2015.02.03 09:54        문대현 기자

'당청 관계'로 경선 프레임 자충수, 골수 친박 홍문종 외연 못넓혀

2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새누리당 원내대표 선출을 위한 의원총회에서 유승민, 이주영 원내대표 후보와 원유철, 홍문종 정책위의장 후보가 들어서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신박’ 이주영 새누리당 의원의 네번째 원내대표 도전이 또 다시 물거품으로 돌아갔다. 지난 2013년, 당시 이 의원은 ‘비박’의 신분으로 원내대표 경선에 뛰어들었지만 ‘원조 친박’ 최경환 의원에게 석패했고 이후 ‘친박’으로 갈아탔지만 결과는 동일했다.

이 의원은 2일 오전 국회에서 진행된 새누리당 원내대표 경선에서 총 투표수 149표 중 65표를 얻어 84표를 득표한 유승민 의원에게 패했다. 정치권에서는 당초 이들의 승부에 대해 백중세를 예상했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의외의 결과가 나온 것이다.

유 의원은 ‘원박’ 출신이지만 최근 ‘청와대 얼라’ 발언 등 박근혜 대통령을 향한 쓴소리와 함께 ‘멀박(멀어진 친박)’으로 돌아섰다. 반면 중립지대에 서 있던 이 의원은 지난해 해양수산부 장관 재임 당시 발생한 세월호 참사 수습 과정에서 박 대통령의 신임을 얻었다는 평가와 함께 ‘신박’ 타이틀을 얻었다.

이에 새누리당 원내대표 경선은 자연스레 ‘친박’ 대 ‘비박’ 구도로 흘러갔다. 이 같은 상황을 방증하듯 투표장에는 이례적으로 국무위원과 국회의원을 겸직하고 있는 최경환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과 황우여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김희정 여성가족부 장관이 참석했다. 이들의 참석은 ‘신박’ 이 의원을 지지하기 위함으로 보였고 때문에 일부 ‘비박’ 의원들은 민감한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막상막하를 점쳤던 대부분의 예상과는 달리 유승민-원유철 복식조가 적지 않은 표차로 승리를 거뒀고, 당 안팎에서는 이번 결과가 친박계 주류 의원들을 중심으로 한 국정에 대한 위기의식이 당내에 퍼지고 있다는 신호라는 이야기가 나돌고 있는 상황이다.

앞선 2013년 경선에서는 최경환-김기현 후보가 ‘박심’을 내세우며 친박계의 지지를 호소해 77표를 득표, 승리의 기쁨을 맛봤다. 반면 당시 비주류에 속하던 이주영-장윤석 조는 69표에 그치며 눈물을 삼켜야만 했다.

지난 결과와 이번 결과를 놓고 비교해 이 의원의 득표수를 분석했을 때 이 의원은 친박계의 표도 흡수하지 못하고 기존 자신의 지지층도 제대로 끌고 오지 못한 최악의 결과를 얻은 것으로 판단된다.

이 같은 결과는 지난 연말 불거진 청와대 문건 유출 사건부터 김영한 전 민정수석의 항명 파동, 김무성 수첩 사태 그리고 미흡한 청와대 인적 쇄신 등으로 추락한 박 대통령의 지지율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또한 경선 초반 순항을 하던 이 의원이 러닝메이트로 ‘친박 중의 친박’ 홍 의원을 영입하는 바람에 더욱 표를 잃은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함께 나오고 있다. 때문에 당내에서는 내년 총선을 앞두고 집권 3년차로 들어선 박근혜정부와 이미 거리두기를 시작했다는 분석이다.

한 당내관계자는 2일 ‘데일리안’과의 통화에서 “이번 원내대표 선거는 한 마디로 미래 권력을 향해 의원들이 움직인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아직 당내 입지가 굳어지지 않은 초·재선 의원들이 차기 공천을 염두에 두고 여론이 나쁜 청와대와 거리를 둘 수 있는 유 의원을 택한 것”이라며 “이 의원은 세월호 정국에서 팽목항에 머무는 동안 의원들과의 스킨십이 부족한 것도 패착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유 의원이 지난해부터 꾸준히 의원회관을 돌며 의원들과 스킨십을 이어오며 소통을 가져 간 반면 이 의원은 지나치게 박심만을 믿었던 것이라는 주장이다.

이와 함께 김무성 대표의 전폭적인 지지를 업고 지난해 7·30 재보궐선거를 통해 국회에 입성한 신진 세력들 역시 대다수 비박계인 유 의원을 지지했을 것이라는 의견도 나왔다. 이들의 표심이 승부를 일찌감치 갈랐을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결국 혁신 대신 안정을 추구한 이 의원이 여론에 민감한 초·재선 의원들의 마음을 잡지 못해 4전4패라는 쓴 잔을 들게 된 결과를 부른 것으로 보인다.

집권 여당의 대표와 원내대표가 모두 비박계로 채워짐에 따라 그동안 주류로 분류되는 서청원 최고위원을 비롯한 친박계 의원들은 당내 입지가 상당 부분 축소될 전망이다. 20대 총선을 1년 여 앞두고 힘이 빠진 정부의 손을 뿌리친 여당이 새 원내지도부 선출에 힘 입어 분위기 전환에 성공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문대현 기자 (eggod6112@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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