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뢰있는 사이"라는 유승민-서청원, 그 간극이...
서청원 당대표 경선시 도운 인연 김무성과의 가교역할에 주목
유승민 새누리당 의원이 당 원내대표 자리에 오르며 당 지도부의 한 자리를 차지하게 됐다. 지도부 내에서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이어가고 있는 ‘1인자’ 김무성 대표와 ‘2인자’ 서청원 최고위원 사이에서 유 의원이 가교 역할을 해낼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지난 2일 원내대표 경선에서 ‘멀박(멀어진 친박)’ 유 의원은 ‘신박(새로운 친박))’ 이주영 의원을 19표 차로 꺾고 지도부에 입성했다. 유 원내대표는 경선 과정에서 김 대표를 비롯한 당내 비주류 의원들의 적극적인 지지를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때문에 김무성-유승민 투톱 체제는 향후 각종 당의 정책과 현안에 대해 한 목소리를 내며 공조를 이룰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이들은 당청 관계에 있어 청와대의 눈치를 보며 보조를 맞추기 보다 적극적으로 당의 목소리를 내며 정국을 주도할 전망이다.
이를 증명하듯 이들은 연일 동시에 청와대를 향해 쓴소리를 아끼지 않으며 국정 운영을 주도하기 위한 행보를 걷고 있다.
지난 2일 두 사람은 마치 입을 맞춘 듯 기존의 당정청 간의 관계를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증세 없는 복지는 없다’는 정부의 기조에 정면으로 반박하며 청와대와 정부를 압박했다.
비주류 지도부는 구성되자마자 목소리를 높이며 존재감을 부각하고 있다. 다가오는 내년 총선과 그 다음해 대선을 대비해 여론이 악화된 청와대와 거리두기를 시작했다는 평을 받는 새누리당 지도부는 시간이 갈수록 더욱 영향력을 넓혀갈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들이 자신의 뜻대로 당을 이끌기 위해서는 ‘친박 좌장’ 서 최고위원을 설득하는 작업이 선행돼야 한다. 서 최고위원은 지난해 7.14 전당대회에서 김 대표와 혈투를 펼쳤지만 2위에 그쳤고 이후 마찰을 빚어왔다. 그는 ‘갈등은 없다’며 손사래를 쳤지만 비공개 최고위에서 간간히 새어 나오는 고성까지 막지는 못했다.
서 최고위원은 전당대회의 후유증으로 한동안 최고위에 불참하며 김 대표를 향해 무언의 압박을 가했고 이후에도 여의도연구원장 선임, 조직위원장 경선 방식 등의 문제를 놓고 김 대표와 사사건건 갈등을 빚어 왔다.
그는 지난달 초 김 대표가 최고위원들과 신년회를 겸한 만찬 회동을 가질 때에도 참석하지 않았고 최근 진행된 제주, 전북 현장최고위에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등 냉각기를 유지하고 있다.
현재 당 지도부 사이에서의 계파 갈등이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 가운데 사이에 낀 유 원내대표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졌다. 유 원내대표는 전당대회 당시 공개적으로 서 최고위원을 지지했다.
당시만 해도 ‘원조 친박’이라는 타이틀을 갖고 있던 유 원내대표는 김 대표 취임 이후 각을 세우는 양상을 보이기도 했고 그러면서 서 최고위원과는 더욱 밀접한 관계를 유지해왔다. 서 최고위원도 이런 유 원내대표를 줄곧 우호적으로 대했을 만큼 이들의 관계는 원만하다는 평가다.
두 사람의 사이를 방증하듯 서 최고위원은 지난 5일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발언에 앞서 유 원내대표를 향해 환히 웃으며 두 손을 맞잡고 축하의 메시지를 건넸다. 그는 “아시다시피 유 원내대표는 당원과 국민이 다 아는 자타공인 전문가”라고 치켜세웠다.
이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도 “유 원내대표를 향해 전화도 하고 축하도 해줬다”면서 일각에서 제기된 계파 간의 갈등 의혹을 해소했다.
유 원내대표도 당시 서 최고위원이 발언한 ‘당정청은 칸막이 없는 한 배’라는 발언에 대해 “정부와 여당은 공동운명체로서 잘하자는 것인데 당연한 말씀이라고 생각한다”며 화답했다.
이렇듯 서 최고위원과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유 원내대표가 김 대표와 서 최고위원 간의 갈등을 중재하고 문제의 실마리를 풀어준다면 당의 원활한 흐름에 큰 기여를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유 원내대표도 이같은 기류를 감지한 듯 경선 선거운동 당시 기자들에게 “김 대표와 서 최고위원과 나는 15년 동안 같은 길을 걸어 왔다”며 “누구보다 신뢰가 있는 사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그는 이어 “김 대표와 서 최고위원이 간혹 안 맞는 모양인데 내가 가운데에 있으면 중재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감을 내비치기도 했다.
당내에서도 유 원내대표에게 지도부의 화합을 기대 하는 분위기다. 한 당직자는 2일 ‘데일리안’과 만나 “김 대표와 서 최고위원이 언론에서 표현 되는 만큼 갈등이 있는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유 원내대표가 두 사람과 모두 관계가 원만하기 때문에 큰 문제는 없을 것으로 본다”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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