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적시장 승자’ 첼시…로만 구단주 또 다른 야심?
'콰드라도 in-쉬얼레 out' 지출 못지않은 이적료 수익
탄탄한 재무구조, 명문 구단 발돋움하려는 구단주 의지
‘로만 제국’ 첼시가 이번에도 유럽축구 겨울 이적시장 최고의 승자로 평가받고 있다.
첼시는 이적시장 마감일인 지난 2일(이하 한국시각), 피오렌티나로부터 콜롬비아 특급 미드필더 후안 콰드라도를 영입하는데 성공했다.
지난해 2014 브라질 월드컵 도움왕 출신의 콰드라도는 오른쪽 윙어는 물론 수비수까지 소화할 수 있는 전천후 선수다. 특히 활동량이 넓고 수비가담이 뛰어나다는 점에서 조제 무리뉴 감독의 입맛에 맞는 선수라 할 수 있다.
월드컵이 끝난 뒤 그의 몸값은 치솟기 시작했다. 일각에서는 피오렌티나에 5000만 유로(약 625억원)를 지불해야 데려올 수 있다는 말까지 나왔다. 하지만 첼시는 콰드라도의 이적료에 3340만 파운드(약 418억원, 추정치)를 지불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거액의 이적 자금이 나갔지만 첼시의 손익은 오히려 플러스였다. 벤치를 달구던 안드레 쉬얼레(3200만 유로)를 콰드라도 몸값과 비슷하게 팔았고, 라이언 버틀랜드도 1278만 유로에 파는 수완을 보였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첼시의 이적시장 행보는 그야말로 거침이 없었다. ‘축구광팬’ 로만 아브라모비치 구단주는 자신의 입맛에 맞는 선수라면 돈을 아끼지 않았다. 이적료 폭등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 첼시에 연일 날선 비판이 가해진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그러던 첼시가 달라지기 시작했다. 아브라모비치 구단주는 2011-12시즌, 자신의 오랜 꿈이었던 UEFA 챔피언스리그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리자 구단 정책에 변화를 가져오기 시작한다. 가능한 모든 우승컵을 차지했기 때문에 ‘런던의 자존심’은 이제 명문 구단으로의 발돋움에 관심을 기울이기 시작했다.
특히 과거와 같이 무턱대고 선수를 사고파는 일이 드물어 졌다. 최근 첼시에 입단하는 선수들은 적재적소에 필요한 자원들뿐이다. 게다가 웃돈을 붙여 선수를 파는 장사수완까지 곁들여지는 모습이다. 이를 영국 현지에서는 “아브라모비치 구단주가 본업으로 돌아와 사업을 하기 시작했다”고 평가할 정도다.
첼시의 이적시장 행보가 예사롭지 않은 이유는 그들의 독특한 구조도 큰 몫을 차지한다. 첼시는 감독이 선수영입에 전권을 휘두르는 다른 구단들과 달리 보드진의 목소리가 크기로 유명하다.(사실상 단장이 선수 영입에 관여하는 팀은 첼시와 리버풀이 유이하다 할 수 있다.)
그렇다 보니 감독과의 불화가 심심치 않게 일어난 첼시다. 하지만 아브라모비치 구단주는 지난 시즌 무리뉴 감독을 재영입하며 확실한 자기 영역 보장을 약속했다. 무리뉴 감독 역시 첼시로 돌아온 뒤에는 이전과 달리 선수영입과 관련해 발언이 확실히 줄어든 모습이다.
첼시의 탄탄한 재무구조는 여러 통계를 통해서도 잘 드러난다.
첼시는 지난 5년간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 팀들 가운데 이적시장에서 가장 많은 돈(6억 277만 유로, 약 7531억원)을 지출했다. 이는 ‘오일머니’ 맨체스터 시티(5억 5425만 유로)를 압도하는 액수다.
하지만 손실액은 -3억 590만 유로(약 -3822억원)로 맨시티(-4959억원), 맨체스터 유나이티드(-4182억원)에 비해 훨씬 적다. 이는 선수 방출에 있어서도 큰 재미를 봤기 때문이다. 후안 마타, 다비드 루이즈, 쉬얼레, 로멜로 루카쿠가 대표적이다. 그야말로 잘 쓰고 잘 번, 사례라 할 수 있다.
구단의 가치도 매년 꾸준히 증가해 아브라모비치 구단주의 ‘제2의 꿈’도 서서히 이뤄지고 있다. 포브스가 지난해 발표한 ‘축구 클럽 가치 평가’에 따르면, 첼시는 8억 6800만 달러로 전 세계 클럽 중 6위를 차지했다. EPL에서는 맨유, 아스날에 이은 3위이며, 무엇보다 부채비율이 없고 영업이익 흑자를 기록한 유일한 팀으로 평가받았다.
물론 부족한 점도 많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브랜드의 가치다. 첼시는 아무래도 오랜 전통을 지닌 맨유, 아스날, 리버풀에 비해 전 세계적인 인기에서 밀리고 있다. 뿐만 아니라 아시아, 특히 중동권에서 절대적 지지를 얻는 맨시티와 달리 확실한 지지 기반도 없다.
쉽지 않은 길이지만 첼시는 그야말로 뚜벅이 행보를 이어나가고 있다. 첼시는 탄탄한 재무구조를 바탕으로 글로벌 브랜드와의 긴밀한 협조로 자선 사업과 캠페인에 앞장서고 있으며, 세계 각국에 ‘첼시 유소년 축구 클럽’을 열어 어린 축구팬들에게 다가가고 있다. 느리지만 확실한 명문 구단의 품격을 갖춰나가겠다는 구단주의 새로운 방침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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