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카, 봉에서 렌즈의 시대로 정말 넘어가나
<김헌식의 문화 꼬기>불편함을 감수하고 사용해야할 효능 있어야
2014년 셀카봉은 단연 핫아이템이었다. 이를 반영하듯이 시사 주간지 ‘타임’은 지난해 가장 최고의 발명품으로 셀카봉을 선정했다. 그런데 2015년 산년 벽두부터 셀카봉은 저물고, 셀카렌즈의 시대가 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셀카봉의 판매고는 증가폭이 작은데 비해서 셀카렌즈의 판매고는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로써 셀카는 디카에서 스마트폰으로 그 주도권이 완전히 이동할 것으로 보인다는 평가도 있다. 이 때문에 ‘타임’이 최고의 발명품을 셀카봉을 셀카렌즈로 바꿔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되고 있다.
그렇다면 왜 사람들은 ‘봉’을 버리고 ‘렌즈’로 이동할까? 셀카봉만 해도 매우 혁신적인 아이템이었는데, 그 어떤 점이 선호를 낳는 것인가. 새로운 신상의 선호는 이전의 것이 가진 한계나 결핍을 채워주기 때문일 것이다. 셀카렌즈를 사용하면, 일단 셀카봉과 같이 막대기를 갖고 다니지 않아도 된다. 렌즈는 크기도 작고 부피가 작기 때문에 휴대하기가 편하다.
셀카봉을 사용할 수 없는 근거리에서는 렌즈가 더 알맞다. 즉, 셀카봉은 물리적 거리를 확보해서 사진의 각도를 전경을 확보하지만, 렌즈의 조절과 확장을 이용해 그런 물리적 거리에서 비교적 자유롭다. 봉에 카메라를 설치하거나 고정하지 않아도 된다. 스마트폰이 당연히 땅에 떨어져 망가질 이유도 없다. 또한 DSLR보다 화질이 좋은 사진을 얻을 수도 있다는 렌즈도 홍보되고 있다.
이외에도 렌즈는 다양한 효과를 낼 수 있다. 최대 18배까지 확대 촬영이 가능한 망원렌즈, 180도 각도 촬영이 가능한 ‘어안 렌즈’, 좀 더 좋은 화질을 쓸 수 있는 ‘접사 렌즈’에 보기보다 넓은 화각을 담아낼 수 있는 ‘광각 렌즈’에 이르기까지 일반적으로 사진기에 활용되는 렌즈가 간편하게 스마트폰 맞춤용으로 판매되고 있다. 물론 이러한 렌즈들이 복합적으로 장착되는 렌즈로 진화할 가능성이 많다. 즉, 간편성의 법칙에 따라 따로 렌즈를 용도에 맞게 구비하기 보다는 하나의 렌즈에 여러 가능이 복합된 제품이 더 선택될 가능성이 많다. 단하나의 구입품으로 여러 기능을 사용할 수 있는 렌즈를 찾을 수밖에 없다.
정확하게 말하면 셀카 봉이나 셀카 렌즈, 셀카 조명은 스마트폰 액세서리다. 스마트폰 자체보다 이에 연관된 상품에 관한 시장이 증가하고 있는 셈이다. 이 엑세서리를 움직이는 심리를 실용성이나 효율성에 둔다면, 그것은 잘못된 진단일 수 있다. 셀카봉이나 셀카렌즈를 사용하는 심리에는 외로움이나 고독을 떨치려는 심리도 있고, 과시는 아닐지라도 뽐내고 자랑하려는 욕망도 존재하고 있다. 그런데 셀카봉은 그런 점에서 밀리고 있는 셈이다.
셀카봉을 사용하면 다른 사람들의 시선을 받게 되지만, 그것이 초창기일 때는 트렌디한 느낌을 주었다고 해도 이제는 그러한 느낌을 주지 못한다. 셀카봉은 더 이상 신상도 아니고, 새로운 트렌드도 아니기 때문이다. 즉, 너무 일반화 되어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는 오히려 셀카봉을 사용하는 것이 오히려 불편함만 제공할 뿐이다. 불편함을 감수하고 사용해야할 다른 효용이 있어야 한다.
그렇다면, 디지털 카메라의 판도는 어떻게 될까. 일부에서는 스마트폰 사진기능이 디지털 카메라를 주도할 것으로 보고 있다. 대중화의 관점에서는 이러한 견해가 맞아 보인다. 하지만 디카도 고급 카메라는 더욱 기능 향상을 통해서 고가 전략을 취할 수밖에 없다. 대신에 중저가의 카메라들은 스마트폰 사진 기능에 흡수될 것이다. 사람들이 원하는 사진은 작품이 아니라 일상의 생활과 기억을 담아 공유하려는 차원이기 때문이다. 소유의 작품이냐, 공유의 일상이냐에 따라 미래 디카시장의 판도는 분별될 수 밖에 없다. 그 사이에서 항상 소유와 휴대, 이용이 간편한 제품이 선호될 것이다.
셀카봉이든 셀카 렌즈든간에 그것들을 통해 사람들이 담고 싶은 것은 언제나 자신이 멋진 곳에 그리고 다른 이들과 언제나 함께 하고 있음을 통해 자신의 존재감을 부각하고 정체성을 유지하려는 것이다. 셀카를 찍는 심리는 결국 현실의 결핍과 이상적인 상태의 간극을 극복해주는 매개고리임에는 분명하며 그것을 강화해주는 형태로 스마트폰 사진 액세서리는 진화할 수밖에 없다. 만약 인터넷이 연계가 안되었다면 이렇게 까지 진화하지 않았다는 점을 생각할 때 사람이 어떤 존재하는 것이고, 앞으로 트랜드의 방향이 어떨 것인지 능히 짐작이 간다. 사물인터넷 시대에는 더욱 이런 사진기의 다채로움은 상상을 초월할 것이다.
글/김헌식 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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