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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엔 어색한 듯' 이내 유연히 받아친 이완구 '무난'


입력 2015.02.25 19:42 수정 2015.02.25 19:54        문대현 기자

25일 첫 대정부질문 날선 공세에 원칙적 입장 밝히며 대응 '합격점'

이완구 국무총리가 25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정치·외교·통일·안보 분야에 대한 대정부질문에서 의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효식 기자

25일 국회 본회의에서 정치·외교·통일·안보 분야에 대한 대정부질문이 진행되고 있다. ⓒ데일리안 홍효식 기자

이완구 국무총리가 25일 국회 대정부질문에 첫 참석했다. 이 총리는 간간이 어색해하는 모습도 보였지만 대체로 안정적인 답변으로 큰 탈 없이 데뷔전을 치렀다.

이날 정치·외교·통일·안보 분야에 대한 대정부질문에서 여야 의원들은 이 총리를 향해 ‘남북관계’, ‘개헌’, ‘청와대 인사 문제’ 등 민감한 현안을 놓고 날카로운 질문을 이어갔다. 이 총리는 새누리당 원내대표 시절 소통에 능했던 인물답게 시종일관 조심스러운 답변으로 논란을 피했다.

정호준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박근혜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 4년 중임제를 골자로 하는 개헌 추진에 대한 약속을 했는데 취임 이후 개헌 논의는 경제블랙홀을 유발한다며 쐐기를 박았다”고 지적했다.

이에 이 총리는 “세계경제가 대단히 어렵고 우리 경제도 대단히 어려운 국면이다. 경제 살리기를 선행시킨 후에 논의하는 것이 순서”라며 “현재 개헌 논의를 할 적절한 시기가 아니라는 것에 대통령과 뜻이 같다”고 밝혔다.

이어 “이 시점에서 국민들에게 개헌을 이야기하면 대다수 국민들이 동의하겠는지 회의적”이라며 “따라서 개헌 문제의 필요성에 대해 인식은 하지만 그 시기와 내용에 대해서는 좀 더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을 아꼈다.

정 의원은 또 항소심에서 원세훈 전 국정원장이 공직선거법 유죄 판결을 받은 것을 언급하며 “박 대통령이 국민 앞에 나와서 사과해야 하는 것이 아니냐”고 지적했다. 그러자 이 총리는 “앞으로 여러 절차가 남아 좀 더 지켜봐야 한다”며 “박 대통령이 대선 과정에서 특정 기관이나 특정인의 도움을 받지 않았다는 것을 명확히 말했고, 나도 그에 대해 확신을 갖고 있다”고 단호히 말했다.

김영우 새누리당 의원은 이 총리를 향해 지난해 10월 논란이 된 민간단체 대북전단 살포에 대한 의견을 물었다. 이 총리는 “대북 전단은 기본권 표현의 자유의 일환으로 그 자체를 가지고 문제를 삼을 수 없지만 공개적으로 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며 “이 문제에 있어서는 신변 안전 문제까지 관련 돼 정부로서는 주의 깊고 대단히 조심스럽게 보고 있다”고 원론적인 답변을 했다.

남북관계 개선을 요구하는 심재권 새정치연합 의원의 지적에는 “박근혜정부의 대북정책은 김대중·노무현 두 정부의 햇볕정책과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의 절충점으로 이해한다”며 “기본적으로 남북관계는 아주 쉬운 것부터 풀어가야 하며 5·24 조치나 남북관계의 어려운 문제들을 인도적 문제부터 접근해야 겠다”고 말했다.

여야 간의 이견으로 계류 중인 북한인권법에 대해서는 “북한 인권을 실질적으로 담보할 수 있는 조치가 필요한데 미묘한 법률상의 문제는 여야 합의로 충분한 공감대를 이룰 수 있다고 본다”고 국회로 공을 넘겼다.

계속해서 논란이 되고 있는 현행 인사청문회제도에 대해서도 “우리나라에서 15년 정도 시행되고 있는데 고도 압축성장 과정의 여러가지 어려운 점과 한계가 인사청문회 과정을 통해 드러나고 있다”며 “국회에서 논의를 해서 여야 간 적절한 합의가 돼서 법안을 만들어준다면 참고하겠다”라고 한 발 물러섰다.

아울러 이해찬 새정치연합 의원과 같은당 박완주 의원은 이 총리의 향후 거취와 관련 “20대 총선 불출마 선언을 할 의향은 없나”라고 물었고, 이 총리는 “이번을 저의 마지막 공직기회로 삼고 모든 걸 바쳐서 하겠다는 말씀으로 답변을 대신하겠다”면서도 “하지만 지역주민들에게도 도리가 있기 때문에 적절한 때 입장을 밝히겠다”라고 확답을 피했다.

이 총리는 대정부질문 내내 민감한 질문에는 직접적인 답변을 피하며 신중한 자세를 유지하면서도 정부의 정책 방향에 대해 원칙적 입장을 밝히며 조심스러운 언행을 해나갔다. 그밖에 의원들의 제안에 대해서는 ‘검토하겠다’, ‘유념하겠다’, ‘노력하겠다’ 등의 표현으로 맞받았다.

이에 박 의원은 “이 총리 정말 많이 변했다. 원내대표 때는 쓴소리도 마다 않겠다더니 총리가 되니 완전히 정부의 입장을 대변하고 있다”라고 꼬집었고, 야당 소속 윤후덕 의원도 “두루뭉술한 표현으로 일관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한편, 총리 신분으로 대정부질문을 처음 겪는 이 총리는 발언대에서 의장석을 향해 인사하는 것을 빠뜨려 정의화 국회의장과 이석현 국회부의장으로부터 주의를 받기도 했다.

정 의장은 “국무위원들은 의장석을 향해서도 예의를 표하는 것을 잊지 말아 달라”고 당부했고, 이 부의장은 “총리께서 나올 때와 들어갈 때 의장석에 인사하는 것을 잊으셨는데 아마 처음이라서 그런 것 같다”고 간접적으로 지적했다.

이 총리는 오후 대정부질문이 시작되기 전 본회의장에서 여야를 가리지 않고 의원들을 찾아가 밝게 웃으며 악수를 하는 등 인사를 나눴다.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이 총리를 반대했던 일부 야당 의원들도 웃음으로 이 총리를 맞았다.

한 때 이 총리의 협상파트너로 호흡을 맞췄던 박영선 새정치연합 의원 역시 이 총리를 밝게 웃으며 맞이했고 간단히 대화를 나누기도 했다.

문대현 기자 (eggod6112@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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