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한복판서 미 대사가 피습...도대체 경호를 어찌 했길래
경찰 28명 배치 외 근접 경호 인력 없었던 것으로 전해져...
정부, 주한 외교사절 신변 보호·경계 강화 주문
마크 리퍼트 주한미국대사가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민화협)가 주최한 행사 참석 도중 민화협 회원 자격으로 자리한 김기종 우리마당통일연구소 대표가 휘두른 흉기에 공격당하는 충격적인 사건이 벌어졌다.
그러나 사건 발생 당시 용의자 김기종이 리퍼트 대사에게 손쉽게 접근해 공격을 가할 수 있을 정도로 경호가 허술했던 것으로 전해져 국가 주요 인물에 대한 경호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오를 것으로 보인다.
5일 오전 7시 40분경 리퍼트 대사는 세종문화회관 세종홀에서 열린 민화협 초청 강연에 앞서 조찬이 시작되려고 하는 찰나, 용의자 김기종이 휘두른 25cm 과도에 오른쪽 얼굴과 손목 부위 자상을 입었다.
리퍼트 대사는 곧바로 테이블 위에 있던 냅킨으로 다친 얼굴 부위를 싸맨 뒤 강연장을 퇴장, 세종문화회관 앞 경찰차를 타고 강북삼성병원으로 이동해 현재 치료 중에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윤명성 종로경찰서장은 이날 사건 발생 약 2시간 만인 오후 9시 50분경 이번 피격과 관련한 브리핑을 통해 사고 경위를 설명하는 한편, 리퍼트 대사의 생명은 지장이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사건 현장에 있던 목격자 등의 진술에 따르면 리퍼트 대사의 피격 직전까지 그의 주변에서 신변 안전을 책임지는 변변한 경호 인력이 없었던 것으로 밝혀져 논란이 일고 있다. 실제 한 목격자는 “리퍼트 대사가 7시 20분쯤 혼자 행사장에 들어왔고, 주변에는 한국 경찰도 미국 경호원도 없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일각에서는 리퍼트 대사가 지난 1월 서울에서 태어난 첫 아들의 중간 이름(middle mane)을 ‘세준’이라고 짓는 등 한국과 한국민에 대해 친근감과 애정을 보이면서 딱딱한 분위기의 공식 경호가 노출되는 상황을 바라지 않았다는 점을 근거로 리퍼트 대사 본인이 근접 경호를 기피했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주요 동맹국인 미국에서 파견된 대사이자,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에게 외교 문제를 조언해 온 최측근인 그를 근접 경호하는 인력이 없었다는 점은 주한 외교사절에 대한 경호 및 보안 관리에 심각한 허점을 드러낸 것이라는 여론이 일고 있는 상황이다.
윤명성 종로서장은 브리핑에서 “미국 대사관 측에서는 (경호와 관련해) 어떠한 요청도 없었지만, 경찰은 사전에 행사가 있을 것을 알고 혹시 모를 사태에 대비해 기동대와 형사를 세종홀 주변에 배치했다”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배치 인력은 기동대 1제대(25명), 정보관 2명, 외사 형사 1명 등 총 28명이다.
리퍼트 대사 주변 경호 인력 배치와 관련해 주한미국대사관 측은 5일 ‘데일리안’과의 통화에서 “경호와 관련한 것은 보안사항이기 때문에 현재로서는 아는 바도 없고, 말씀드릴 수 있는 게 없다”고 말했다.
이날 행사 주최 측인 민화협은 즉각 성명서를 내고 “이번 사건을 용납할 수 없는 반인륜적 테러로 규정한다”면서 “행사장에서 돌발 사태에 대한 경호대책 등이 미흡했던 점에 대해 다시 한 번 사과드리며, 이후 어떠한 책임도 회피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완구 국무총리는 이날 사건에 대해 보고받은 직후 정종섭 행정자치부 장관, 강신명 경찰청장에게 진상 파악과 배후 세력 규명에 만전을 기하도록 하는 한편, 향후 주한미국대사관을 비롯한 주한 외교사절의 신변 보호에 각별히 신경 쓰라고 주문했다.
뒤늦게 사건을 보고받은 강신명 경찰청장은 즉각 주한 외교 사절의 신변 보호와 주한미국대사관과 공관저 관련 시설 및 요인 등에 대한 경계를 강화하도록 조치를 내렸다. 아울러 이번 사건의 진상과 배후세력 존재 여부 등을 엄중하게 조사할 것을 지시했다.
이에 따라 미국대사관 경비 병력은 당초 ‘1개 중대 2개 소대’에서 ‘3개 중대’로, 대사관저는 ‘1개 소대’에서 ‘1개 중대 1개 소대’로 각각 증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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