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손 내민 한국축구…박주영 이젠 보답할 차례
FC서울 영입 소식 전해지자 팬들 뜨거운 반응
본인 스스로도 "추억 선사할 때" 보답 각오
박주영(30)이 K리그 클래식 무대로 돌아왔다.
프랑스 AS 모나코로 이적한 2008년 8월 이후 6년 7개월 만의 한국 무대 복귀다.
FC서울 구단은 10일 유럽 무대와 사우디아라비아 등에서 뛰었던 박주영과 3년 계약을 맺었다고 공식 발표했다. 박주영은 11일 공식 기자회견을 가진 뒤 협상 절차를 마치고 조만간 합류한다.
서울 관계자는 "연봉 등 세부사항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기로 했기 때문에 말할 수 없지만 K리그 역대 최고 수준 대우라는 것은 와전됐다. 백의종군 수준이다"며 "박주영이 연봉보다는 K리그에서 선수생활을 하겠다는 의사를 강력 전달해왔고 구단도 이를 받아들였다"고 설명했다.
박주영 복귀는 축구팬들의 눈길을 끌어 모으고 있다. 한국축구를 대표하는 공격수이자 유럽무대를 누볐던 박주영은 한동안 '빅네임 스타'에 굶주렸던 K리그에서 오랜만에 이뤄진 대형 영입이다. 서울의 영입 소식이 알려지자마자 팬들의 반응이 온-오프라인을 달궜을 만큼 '박주영'이라는 이름 석 자가 주는 파급효과는 아직 크다.
이것이 긍정적인 기대치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한국축구의 뜨거운 감자가 된 박주영은 현재 부정적 의미에서의 '이슈메이커'로 더 주목받고 있다.
박주영은 첫 유럽무대였던 모나코 시절만 해도 승승장구하는 듯했지만, 2011년 아스날 입단 이후 가는 곳마다 실패했다. 주전경쟁에서 밀려 제대로 출전기회도 잡지 못했고, 시즌 중 귀국-계약 해지-방출 등 좋지 않은 이미지를 남겼다. 최근 1년 사이 두 번이나 무적 신세가 되기도 했다.
설기현이나 차두리처럼 해외무대에서 뛰다가 K리그로 돌아와 선수생활을 마무리한 경우와는 다르다. 어쩔 수 없이 K리그로 돌아온 모양새가 강하다. 박주영이 K리그를 선택했다기보다 K리그가 위기에 몰린 박주영을 구해준 셈이다.
박주영이 벼랑 끝에 몰릴 때마다 한국축구가 구원의 손길을 내민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홍명보 전 감독은 올림픽대표팀 시절 병역논란에 휩싸인 박주영을 와일드카드로 발탁하며 '박주영이 군대에 안가면 내가 대신 가겠다'는 어록을 남겼다.
홍 감독은 2014 브라질월드컵에서도 소속팀에서 거의 출전기회도 잡지 못하던 박주영을 대표팀에 발탁하기 위해 '황제훈련' '무임승차'논란을 감수하며 "박주영을 대체할 선수를 찾지 못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하지만 정작 박주영에 대한 한국축구의 애정은 늘 일방적인 '짝사랑'으로 끝났다. 박주영은 2012년 '병역 꼼수' 논란으로 세상을 떠들썩하게 하며 국가대표로서 그를 오랫동안 성원해온 국민들에게 큰 배신감을 안겼다.
그해 런던올림픽 동메달로 병역혜택을 받은 이후의 행보도 도마에 올랐다.
당시 브라질월드컵을 준비중이던 홍명보호가 공격수 부재로 '박주영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던 시점에서도, 박주영은 장기간 아스날에서의 벤치에 안주하며 변화에 소극적이었다. 박주영은 결국 그 해 소속팀에서 거의 출전기회를 잡지 못한 상황에서도 월드컵 대표팀에 발탁됐지만 실망만을 남겼다.
박주영이 K리그에서라고 갑자기 부활할 것이라는 근거는 없다. 언어와 문화가 통하는 마음편한 동료선수들과 생활이 심리적인 안정을 찾아줄 수는 있지만, 박주영의 복귀를 싸늘하게 바라보는 팬들과 여론의 시선은 더 큰 부담으로 돌아올 수도 있다.
분명한 사실은 이번이 박주영에게 주어진 마지막 기회라는 점이다. 11일 기자회견에서도 스스로 밝혔듯, 이제는 팬들에게 실망이 아닌 아름다운 추억을 만들어 선사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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