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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영웅’ 자살 기도에 "얼마나 못잊었으면..."


입력 2015.03.20 15:59 수정 2015.03.20 16:13        박진여 인턴기자

유족도 공식구조자도 아닌 김동수 씨 트라우마와 생활고 겪어

19일 "아이들이 생각나 괴롭다"며 트라우마에 시달리다 자살을 시도한 김동수 씨가 20일 안산트라우마센터로 가기 전 제주국제공항에 모습을 비췄다. ⓒ연합뉴스

지난해 세월호 참사 때 배가 침몰되는 순간까지 학생 10여 명을 구조하며 본인이 구조되는 순간까지 “끝까지 못 있어 죄인”이라 자책한 ‘파란바지의 영웅’ 김동수 씨(50)가 ‘그날’의 트라우마로 정상적인 생활이 불가능해지자 자신을 탓하며 자살기도를 시도한 것으로 알려져 안타까움을 사고 있다.

제주시 조천읍에 거주하며 화물차 일을 하던 김 씨는 이 같은 이유 등으로 19일 오후 8시 40분께 자택에서 흉기로 자신의 손목을 긋고 의식을 잃은 채 쓰러져 딸에 의해 발견됐고, 곧바로 병원으로 이송돼 겨우 목숨을 건졌다고 경찰과 제주소방안전본부가 19일 밝혔다.

김 씨가 자살기도를 하기 까지 그의 마음에 잠겨있는 그날의 트라우마는 생업을 비롯한 정상적인 생활을 불가능하게 만들었고, 자신의 손을 통제하지 못해 손목을 그었다는 말이 피폐해진 그의 마음을 방증했다.

이를 바라보는 네티즌들은 정부나 기관의 보상조치와 희생자의 범위가 애매모호했고, 아직도 그날에 갇혀있을 그의 심경에 공감과 위로를 전한다며 각 의견을 개진하고 나섰다.

당시 동료들과 마지막 순간까지 아이들을 끌어올리던 그의 강인함에 세상은 숭고하다 칭송했지만, 희생자도 유족도 공식구조자도 아닌 그는 어떠한 보상도 받지 못하고 갑자기 일상으로 돌아와 충격이 컸을 것이라는 것.

네이트 이용자 ‘장**’는 “세월호 성금? 그게 뭐예요? 먹는 거예요?”라며 국민이 한마음 한뜻으로 마음을 보탠 소중한 성금이 정확히 어디에 얼마나 쓰였는지도 확인되지 않은 상황에 사각지대서 이런 일이 발생한 것을 안타깝게 여기며 비꼬았다.

20일 오전 제주국제공항에서 김동수씨가 안산트라우마센터로 가기 전 기자들과 인터뷰하며 "학생들을 보면 그때의 학생들이 떠오르고 창문을 보면 창문 안에 갖힌 아이들이 생각난다"며 괴로움을 말하고 있다. 사진은 '잊지 말아요' 노란리본 스티커가 붙여진 김씨의 휴대전화. ⓒ연합뉴스

또 네이버 아이디 ‘wjd***’은 “이게 대한민국의 현실이다. 정부는 성금 이용처에 대해 국민에게 설명해야 한다. 진짜 우선순위가 무엇인지 생각해 정작 사회에 필요한 이런 사람들을 놓쳐서는 안 된다”라며 여전히 보상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은 부분에 분통을 터뜨렸다.

또 트위터리안 ‘sav***’는 “단 한 명도 놓치기 싫어 끝까지 남았던 이렇게 정이 많은 사람이 눈 앞에서 누군 죽고, 살고 하는 것을 보고 일상으로 돌아와 정상적인 일이 가능했을 리가 없다. 우리는 세월호를 잊으면 안 된다면서도 눈앞에 보이지 않는 일들이기에 자연스레 잊어왔고, 굳이 돌보지 않았다. 우리가 이 영웅을 나락으로 밀어버린 것은 아닐까...”라며 그의 심경에 절절히 공감하며 자책했다.

같은 심정으로 네이버 아이디 ‘apr***’는 “자신의 몸도 제대로 통제할 수 없을 정도로 시달렸는데 사람들은 그에게 자꾸 ‘잊으라고’만 했다고 한다. 다 끝난 일이라고, 언제까지 이럴 거냐고. 저 사람 눈에는 창문만 봐도 아이들이 비명을 지르고 있을 것이고, 제주의 혹독한 바람 속에서도 아이들의 목소리가 들렸을 것이다”라며 가슴 속 꺼져가던 불씨를 붙잡았다.

한편, 김 씨는 20일 안산트라우마센터로 가기 위해 제주 국제공항에 모습을 보였다. 손목에 붕대를 감고 공항에 나타난 그는 "아이들이 생각나 괴롭다"며 고개를 숙였다.

곧 세월호 참사 1주기가 되어가지만, 김 씨의 시간은 그날에 머물러 있는 듯 했다. 그날의 공포와 충격과 절박함이 고스란히 김 씨의 정신적 신체적 트라우마로 남아 약 1년이라는 긴 시간도 김 씨를 피해간 듯 보였다.

네티즌들은 "강인하던 파란바지의 영웅을 다시 보고 싶다", "빠른 회복을 빈다"며 그를 응원하고 나섰다.

박진여 기자 (parkjinyeo@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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