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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에 가보니...히딩크가 대한민국을 건국했다고?


입력 2015.04.05 09:51 수정 2015.04.05 09:56        데스크 (desk@dailian.co.kr)

<굿소사이어티 칼럼>학교도서관 히딩크 150권 이승만 33권

좌편향 출판물 최대 큰손은 정부…푸른도서관 운동 벌여야

지금도 심심찮게 들려오는 소리지만, 골목상권을 보호하자거나 중소기업 적합업종을 지정해서 대기업의 문어발식 사업 확장을 막자는 주장이 한창일 때가 있었다. 심지어 이익공유제라는 황당한 논리도 있었다. 경제민주화로 요약되는 이러한 주장들이 난무할수록 기업들은 자본투자를 꺼린다. 기업의 자본까지 민주화 시키려다 되레 기업의 지갑만 닫게 하는 셈이다. 사실 이러한 갈등비용은 생각보다 크다.

광우병 촛불집회, 세월호 참사와 이를 둘러싼 논쟁의 장기화, 밀양 송전탑과 제주도 해군기지 건설을 둘러싼 주민갈등, 원전 납품 로비와 가짜 부품 공급과 같은 사건 등이 터지면 우수한 인재들이 한국에 무슨 희망이 있느냐며 해외로 이민을 떠나려는 경향이 많아진다. 이것도 갈등비용으로 계산해 볼 수 있다.

그 외에도 거시경제정책의 변동성 증대로 인한 인플레이션 심화, 경제성장에 필요한 공공재의 과소 공급 등으로 인한 사회갈등 비용이 연간 최소 82조원에서 많게는 246조원에 이른다는 삼성경제연구소의 분석도 있다. 이는 결코 적지 않은 비용이며 만약 사회갈등이 해소된다면 새로운 부가가치로 나타날 것은 자명한 일이다. 그렇게만 된다면 창조경제가 따로 없겠다.

사회갈등은 크게는 지역 이념 계층 세대 간 갈등으로 분류되지만 그 외에도 수없이 많은 갈등 양상이 있다.

255개 학교 344만 권 장서를 직접 조사해보니

2012년 대통령 선거를 치르던 날, 그 어느 때보다 극심한 세대갈등을 보여 준 방송 3사의 출구조사 결과를 지켜보면서 적지 않은 충격에 빠진 적이 있었다. 20~30대 청년들과 그들의 부모세대인 50~60대가 바라보는 세상은 달라도 너무 달랐다.

필자는 동시대를 살아가면서 이러한 차이가 나는 이유가 무엇일까 고민하다가 그 원인으로 교육과정과 참고용 도서 그리고 문화적 환경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보았다.

그래서 전국의 255개 초중고 학교도서관의 비치 도서를 분석하기 시작했다. 처음엔 10개의 중학교 도서관의 책들을 분석해 보았고, 의미 있는 결과를 얻기 위해 80개의 학교로 확대했으며, 보다 더 확실한 주장을 하기 위해 전국 255개 학교로 크게 넓혀서 조사했다. 무려 344만권의 장서를 제목과 저자 출판사별로 분류했고, 학교별로 교총과 전교조 회원의 많고 적음에 따른 차별성을 살폈으며, 나아가 학업성취도 평가까지 연계해서 종합적인 분석을 시도했다.

1월 29일 목요일 오후 2시 30분 프레스센터 매화홀에서는 시민·청년단체들이 함께 뜻을 모아 결성한 “푸른도서관운동본부”의 출범식 및 출범기념 토론회가 개최되었다. ⓒ푸른도서관운동본부

그 결과 학교 도서관의 편향성은 매우 심각했는데, 현대사 인물에 관해서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다음 표는 344만권의 도서 제목에 포함된 현대사 인물에 관한 책의 수량을 나타낸 것이다.

현대사를 상징하는 인물 중 전태일에 관한 도서는 건국대통령 이승만은 물론 김대중, 박정희 등 정치인이나 정주영, 이병철과 같은 기업인 등을 제치고 백범 김구 다음으로 많은 도서가 보급되어 있음을 확인했다. 충격 그 자체다.

중학교만 비교하면 이승만 관련 도서는 33권에 그쳤지만 북한의 독재자 김정일에 관한 책은 61권이나 되었다. '김정일의 생각 읽기', '곁에서 본 김정일', 'Mr. 김정일, 차 한잔 하실까요?', '이승만 정권과 4.19혁명', '이승만과 제1공화국'과 같이 책 제목만 봐서는 누가 독재자인지 구분하기 어려울 정도이다.

월드컵 4강 신화의 주인공인 히딩크 감독에 관한 책의 수량만도 150권인데 비해 이승만 건국대통령에 관한 책은 부족하기도 하지만 내용도 문제가 많았다. 물론 건국도 대한민국의 건국이 아닌 조선의 건국에 관한 책이 훨씬 많았다. 결론적으로 학교 도서관은 대한민국의 건국과 이승만은 없으며, 정주영이나 이병철 같은 기업인과 산업화를 통한 경제도약 보다는, 분신으로 생을 마감한 노동운동가 전태일을 강조하고 있었다.

정부 추천도서에 '대한민국 걷어차기'가 포함된 충격

학교도서관만 그럴까? 공공도서관의 도서 보급 실태도 점검해 보고, 종북 콘서트 논란을 빚은 신은미 도서를 보면서 정부추천도서를 전반적으로 검토해 보니 문제의 심각성은 더 커졌다. 대한민국 정부 추천도서에 '대한민국 걷어차기'가 있었으니 무슨 설명이 더 필요할까. 자본가는 틀렸고 노동자가 옳다는 주장에서 자본주의가 곧 망한다거나 그래서 다시 공산주의를 살펴봐야 한다는 주장까지 서슴없이 나오는 게 바로 정부추천도서였다.

한편, 대한민국에 노벨상이 없음은 주지의 사실이고, 87년 이후에 생긴 기업 중에 대기업으로 성장한 사례가 없다고 한다. 우리나라는 지금 국민은 물론 대기업도 고령화로 진행 중이다. 동시에 희망 대신 절망이, 긍정 대신 부정이, 즐거움 대신 외로움이 대세다.

영화 ‘국제시장’을 보면, 생사를 넘나드는 파독 광부 시절이나 월남 파병 때도 돈을 벌 수 있다는 희망이 있었고, 70년대 80년대 역시 새벽까지 공부하는 학생들은 취직이라는 희망을 가지고 있었다. 그런데 지금 그 희망이 사라졌고 대신 절망이 지배하면서 대한민국은 몸도 마음도 늙어 간다.

일자리 구하기가 어려운 청년들의 딱한 사정도 이해가 되지만 더 큰 문제는 문화적 양상으로 나타나는 ‘불안심리’이다. 도서관에 꽂힌 책들 중 다수는 시장경제 체제를 부정하기 바쁘고, 재벌 대기업을 국민적 원수로 취급하고 있다. 청년들의 구직난도 대기업 탓이요 빈익빈 부익부도 대기업 탓이라며, 마치 재벌 대기업이 없어져야 경제민주화가 이뤄지고 국민 대다수가 행복을 찾을 수 있을 것 같은 착각을 하게 한다. 이렇게 잘못된 진단과 처방이 남발되고 있기 때문에 희망보다는 절망이 젊은이들을 에워싸고 있다.

차라리 도서관의 책들과 거리가 먼 학생은, TV 앞과 영화관에서 깔깔대며 행복해 할지 모르지만, 책 좀 읽는다는 친구들은 희망과 행복을 찾는 것이 아니라 비극, 암울함, 쓸쓸함, 외로움을 발견한다. 그나마 요행이라도 바란다면 차라리 낫겠다.

도대체, 누가, 왜 이렇게 부정적이고 절망적인 세태를 만들었는가. 그리고 이런 식으로 출판문화계를 방치할 것인가 하는 근본적인 의문을 던지지 않을 수 없다. 이로 인한 갈등비용은 또 얼마나 클 것인가.

시민들의 실천만이 도서관을 바꿉니다

지금까지 출판문화 산업은 정부가 주도해 왔다. 연간 1조원의 단행본 시장 중, 1만 1000개의 학교도서관에서 연간 1천억원, 900여개의 공공도서관에서 800억원, 정부추천도서가 되면 100억원, 그 외에도 진중문고, 경찰서나 관공서의 문고, 작은도서관이나 마을 도서관의 문고들까지 합하면 단행본 시장의 30%를 세금으로 사들였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러니까 좌편향 출판시장의 큰 손은 정부였다는 지적이 나온 것이다.

이제 푸른 도서관을 말할 때이다. 더 이상 정부에 도서관을 맡길 수 없다. 시민의 손으로 좌편향 도서관을 바로 잡아야 한다. 다행히 도서관의 구입도서는 우선적으로 지역 주민의 구입희망도서를 반영하고 있었다. 세종도서라는 이름으로 변경된 정부추천도서 제도 역시 심사방법에 심사위원의 심사와 함께 수요자 추천도서를 반영하겠다는 것이 공식 입장인 만큼 시민의 뜻을 제대로 전달할 통로는 확보된 셈이다.

남은 과제는 뜻을 함께 하는 시민들의 실천과 행동이다. 푸른도서관 운동에 많은 참여가 있기를 간절히 바란다. 국가정체성을 바로 하는 도서, 절망이 아닌 희망을 발견하는 도서들을 시민들의 손으로 만들고 보급하는 데 앞장섰으면 하는 바람이다.

글/조형곤 푸른도서관운동본부 대표

데스크 기자 (des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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