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인' 케네스 배는 풀어주면서 김국기 등은 '간첩'이라고...
김정욱 목사, 한국 국적 선교사 '최초' 억류사례
김국기·최춘길, 한국정부와 거래 가능성도 나와
김정욱 목사와 김국기, 최춘길 선교사가 북한으로부터 ‘간첩’ 혐의를 받고 억류 중인 가운데 이들의 송환 가능성이 낮다는 주장이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지난 2013년 10월 북한 당국에 체포돼 억류 중인 김정욱 목사의 경우 한국 국적의 선교사가 체포된 최초 사례다. 김정욱 목사 체포 전까지 북한은 한국 국적의 선교사를 억류한 사례가 없다. 그동안 북한은 미국, 캐나다 출신 등 외국 국적의 선교사들을 붙잡았다가 추방·석방한 바 있다.
이와 관련, 통일부 관계자는 “전후 납북자들을 제외하고 한국 국적의 목사·선교사들이 북한에 의해 체포된 케이스는 지난 2013년 김정욱 목사가 최초라고 볼 수 있다”면서 “그동안 북한이 억류하고 있었던 목사나 선교사들은 한국계 외국인이거나 외국인들이었다”고 밝혔다.
이어 이 관계자는 “지난 2010년에 북한이 불법 입국한 남조선 주민 4명을 조사 중이라고 보도한 바 있는데 이 같은 북측의 주장은 사실로 확인된 바 없다”고 덧붙였다.
정부 고위당국자도 2일 기자들과 만나 "억류된 한국인 선교사들에 대해 우리 정부가 안 움직이고 있는 것은 아니고 여러 노력을 하고 있다. 김정욱 목사가 체포됐을 때에도 다양한 방법을 활용했다"고 밝혔다.
그는 "미국이나 다른 나라가 억류됐을 경우 외국에서는 영사접촉 등을 통해 필요한 조치를 취하고 빼오는데 남북은 특수한 관계라서 미국이 하는 접근방식을 적용키는 어렵다"면서 "정부로서 답답한 측면이 있다. 새롭게 억류된 2명에 대해서도 필요한 조치를 취할 것이나 한계가 있는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북한도 현재 억류하고 있는 선교사 3인의 석방에 대해서는 '불가' 입장을 시사하고 있다.
북한은 정부의 억류자 송환통지문 접수를 거부하고 있으며 2일 대남선전 사이트인 '우리민족끼리'를 통해서도 "쇠고랑을 차고 법정에 서야 할 자들이 그 무슨 송환통지문을 보낸다는 것은 더더욱 가소롭다"면서 "책임회피에 급급한 자들이 무슨 '인권'과 '인도주의'를 입에 올려댈 수 있는가"라고 사실상 송환 거부 입장을 밝혔다.
일각에서는 김정욱 목사와 김국기·최춘길 선교사가 ‘간첩’ 혐의로 체포됐기 때문에 북한 측에서 석방할 가능성이 낮다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이들 세명의 선교사들이 외국 국적도 아니고, 우리 정부가 미국 등과 같이 적극적인 외교 접촉을 통해 선교사 송환을 요청할 채널도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11월 초 제임스 클래퍼 미국 국가정보국(DNI) 국장의 방북을 계기로 풀려난 한국계 미국 국적의 선교사 케네스 배 씨의 경우, 24개월이라는 최장 기간동안 북한에 억류돼 있다가 어렵게 풀려난 바 있다.
반면 김정욱 선교사는 북한 최고재판소로부터 형법상 국가전복음모죄, 간첩죄로 ‘무기노동교화형’을 선고 받은 받고 18개월 동안 북한에 억류돼 있는 상황이다. 또한 김국기·최춘길 선교사는 지난달 26일 정탐·모략 행위를 목적으로 침입한 ‘남한 간첩’으로 체포됐다고 북측은 주장하고 있다.
북한 내부 사정에 정통한 탈북자는 기자와 만나 “김국기·최춘길 씨에 대해 국가안전보위부에서 나와 공포했으니 김 씨와 최 씨는 보위부에서 관리하고 있는 (정치범)수용소로 끌려갔을 가능성이 있다”면서 “간첩 연루자들은 15호 관리소에서 많이 관리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 탈북자는 “외국 국적의 선교사들은 선교 활동을 하다가 붙잡혔기 때문에 풀려난 것”이라면서 “북한에서 주장하는 간첩 행위로 붙잡혔고, 스스로 간첩행위를 했다고 말한 것 때문에 풀려나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이 탈북자는 “북측에서 이들의 ‘간첩’ 행위를 구체적으로 명시했고 특히 국정원과 이들이 연결돼 있다고 주장하고 있기 때문에 남한 정부와 협상 카드로 활용할지도 의문”이라면서 “이들을 송환시키려면 남한 정부가 큰 대가를 치러야 할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또 다른 북한 내부 사정에 밝은 탈북자는 북한 당국이 김국기 씨 등을 공개했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한국 정부와 ‘거래’를 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이 탈북자는 “붙잡힌 사람들은 제때 식사를 제공하는 등 북한의 일반적인 중범죄자와는 다른 취급을 할 것”이라면서 “한국 정부와 거래를 통해 이들이 풀려나면 북한 내부에서 있었던 내용을 증언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는 “평양 만경대에 비밀 장소가 있는데 주로 외국에서 들어온 '간첩'들은 거기서 대체로 관리하는 것으로 안다”면서 “북한이 간첩으로 붙잡힌 사람들을 공개했다는 것은 남한이랑 거래를 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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