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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혼’ 향해가는 김주성 시대 '동부 '변화가 필요해'


입력 2015.04.07 15:09 수정 2015.04.07 15:17        데일리안 스포츠 = 이준목 기자

정규리그 2위로 선전했지만 챔프전 부진

김주성, 체력·기량 저하 속 잦은 충돌 아쉬움

김주성 중심의 동부 농구가 서서히 힘을 잃어가고 있다. ⓒ 원주 동부

잃어버린 명가의 자존심은 어느 정도 되찾았지만 마무리는 맥이 빠졌다.

김주성이 이끄는 원주 동부의 2014-15 시즌은 희망과 아쉬움이 엇갈린 가운데 종영했다.

동부는 지난 2년간 최악의 시즌을 보냈다. 전임 감독 강동희의 '승부조작' 파문, 이충희 연패 등이 이어지며 팀 성적도 끝없이 추락했다. 김주성이 입단한 이래 '동부산성'이라는 애칭으로 한 시대를 호령했던 농구명가라고 하기엔 믿기 어려운 몰락이었다.

올 시즌 동부는 김영만 감독이 지휘봉을 잡으며 예전의 명성을 회복했다. 동부에서 이미 코치 시절부터 오랜 경험을 쌓은 김영만 감독은 동부의 강점이 어디에 있는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아킬레스건 부상으로 이승준이 시즌 내내 전력에서 이탈했지만 김주성-윤호영-데이비드 사이먼으로 이어지는 골밑 제공권과 수비력을 바탕으로 정규시즌 준우승을 차지했다. 지난 시즌 최하위권에 머물러 있던 팀이었기에 동부의 선전은 놀라웠다.

하지만 플레이오프 들어 동부의 위력은 정작 빛을 잃었다. 4강에 직행했으나 정규시즌 6위에 그친 인천 전자랜드에 최종전까지 끌려 다니며 고전하다가 신승했다.

챔피언결정전에서는 모비스에게 힘 한 번 못쓰고 4전 전패를 당했다. 김주성 입단 이후 챔피언결정전에만 7번이나 진출했던 동부가 단 1승도 거두지 못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올해 챔피언결정전이 플레이오프에 비해 재미가 없다는 지적이 나온 데는, 동부의 기대 이하 부진도 한몫을 담당했다.

동부의 성적 굴곡에는 팀의 기둥이자 베테랑인 김주성의 존재감을 빼놓을 수 없다. 정규시즌 때만해도 김주성은 동부의 상승세를 주도하며 분위기가 매우 좋았다.

2014 인천 아시안게임에서 한국대표팀에 12년 만의 금메달을 안기며 홀가분하게 태극마크를 내려놓은 김주성은 심리적인 부담감에서 자유로워지며 소속팀에서도 좋은 모습을 보였다. 정확해진 중장거리 슈팅에, 경기의 맥을 읽는 시야와 패싱력 등 올어라운드 플레이어의 면모를 과시했다.

그러나 정규시즌 후반기부터 서서히 경기력이 기복을 드러내기 시작하더니 플레이오프에서는 우려가 현실이 됐다. 김주성은 전자랜드와의 4강 플레이오프에서 매치업을 이룬 포웰과의 신경전을 펼치는가 하면, 심판 판정에 대한 잦은 항의와 부진한 슈팅 성공률 등으로 흔들리는 모습을 드러냈다.

챔피언결정전에서도 상황은 달라지지 않았다. 눈에 띄게 체력이 떨어진 모습을 보이며 골밑에서 예전 같은 위압감을 보여주지 못했다. 4차전에서는 모비스 문태영과 몸싸움을 벌이다가 여러 차례 충돌하면서 평정심을 잃기도 했다.

팀의 중심을 잡아줘야 할 베테랑의 부진은 곧 동부 전체의 균형을 흔들어놓았다. 동부는 높이의 팀이라는 수식어가 무색하게 모비스와의 골밑 대결에서 철저하게 압도당했다.

김주성은 그간 성실한 자기관리와 모범적인 효자 이미지 등으로 팬들에게 좋은 인상을 주는 선수였다. 하지만 몇 년 전부터 점점 나이를 먹고 운동능력이 떨어지면서 잦은 플라핑(눈속임 동작)과 과도한 항의, 비매너 플레이 등으로 점점 부정적인 이미지가 늘어가고 있다.

나이에 따른 플레이스타일의 변화는 어쩔 수 없지만, 할리우드 액션이나 짜증이 그 대안이 될 수는 없다. 특히, 올해 플레이오프는 그동안 경기가 안 풀릴 때 김주성이 보여주곤 하는 안 좋은 플레이의 '종합선물세트 같았다'는 지적이 나올 정도였으니 본인도 생각해봐야할 부분이다.

올 시즌 우승의 기회를 또다시 놓친 것은 김주성에게 두고두고 아쉬울 법하다. 2002년 TG삼보 시절 프로무대에 데뷔한 김주성은 6년차였던 2007-08 시즌까지 무려 3번의 우승을 차지하며 최고의 선수 반열에 올랐다. 이때만 해도 김주성이 다섯 손가락 전체에 우승 반지를 끼우는 날도 멀지않을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김주성은 이후 2010-11시즌과 2011-12시즌에 이어 올해까지 3번이나 더 챔피언결정전에 진출하고도 모두 준우승에 그치며 더 이상 우승반지를 추가하지 못했다. 올 시즌 통산 7번째 챔피언결정전에 오른 김주성은 이제 준우승 경험이 우승 경험보다 더 많은 선수가 됐다.

김주성이 주춤하는 사이, 2년 후배 양동근이 어느덧 5회 우승을 차지하며 추승균(KCC)과 함께 한 손을 모두 반지를 채울 수 있게 됐고, 함지훈(4회·모비스)에게도 추월을 허용했다. 김주성이 얼마나 더 선수생활을 이어갈지는 알 수 없지만 남은 시간동안 이들을 따라잡는 게 쉽지만은 않을 전망이다.

김주성도 내년이면 어느덧 37세가 된다. 동부도 언제까지 김주성을 중심으로 팀을 끌어나갈 수는 없다. 다음 시즌 외국인 선수제도 변화와 맞물려 동부도 살고, 김주성도 살기 위한 변화가 필요한 순간이다.

이준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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