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할배면 어때? 김수현인데"…무리한 새판짜기 '희비'
개국이래 주말극 폐지, 예능 투입 후 시청률 엇갈려
지상파 줄줄이 '폐지' '이동' '파격 편성' 카드
시청률을 쫓아야 할까, 아니면 방송사 자존심을 살려야 할까. tvN을 떠나 케이블 전 채널이 파격적인 편성과 노출 수위에 다소 관대함을 앞세워 안방극장을 장악하고 있다. 지상파 방송국들은 잇단 시청률 참패 속 그저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있는 모양새다.
이런 가운데 SBS를 필두로 지상파 각 방송사들이 ‘파격 편성’이라는 카드를 앞세워 반전을 꾀하고 있다. 오랜 관행(?)이었던 주말극 시간대에 예능을 편성하는 가 하면, 과감하게 프로그램을 폐지하거나 시간대 맞바꾸기 등 다양한 각도에서 강구책을 마련하고 있다.
그러나 일부 프로그램의 경우, 괜스레 시간대를 옮겼다가 시청률 참패를 보는 등 좋은 결과만 초래하고 있는 건 아니다. 대표적으로 ‘웃음을 찾는 사람들’의 경우 일요일 저녁으로 시간대를 옮겼다가 ‘개그콘서트’에 밀려 시청률도 재미도 잃은 꼴이 됐다.
당초 ‘웃찾사’는 금요일 밤에 방송되며 나름 선전을 했지만 애꿎은 드라마 폐지를 선언한 SBS의 파격 편성으로 일요일 밤 방송을 시작했지만 ‘개콘’에 참패를 맛보고 있다. 주말국의 부진을 씻겠다는 야심찬 포부였지만 승부수를 던지기에는 무리수였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2편의 주말 드라마 연속 편성을 폐지한 가운데 절반의 성공은 이끌어냈다. 예능프로그램 ‘아빠를 부탁해’가 매주 토요일 오후 8시 45분 편성, 시청률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일단 초반 결과만 보면 그렇다.
설 연휴 파일럿 프로그램에서 정규로 편성된 후 주말극 시간대에 선보이게 된 '아빠를 부탁해'는 시청률 6~7%대로 전작인 주말드라마 '떴다 패밀리' 2~3%대의 3배에 달하는 성적을 보이고 있다.
물론 동시간대 방송된 MBC 주말드라마에는 못 미치는 성적이지만 2위라는 나름대로의 체면치레는 하고 있는 분위기다. '아빠를 부탁해'는 평소 표현이 서툰 아빠들이 딸과 함께 지내는 모습을 담은 관찰 예능 프로그램으로 이경규-이예림, 조재현-조혜정, 조민기-조윤경, 강석우-강다은 부녀가 출연한다.
이런 가운데 KBS 역시 ‘파격 편성’ 대열에 합류하며 케이블과의 정면 대결을 선포했다. 차태현 공효진 김수현 아이유 등 초호화 라인업으로 주목을 받고 있는 예능 드라마 ‘프로듀사’를 ‘꽃보다 할배’, ‘정글의 법칙’ 시간대와 맞물려 편성한 것.
‘프로듀사’는 야근은 일상, 밤샘은 옵션, 눈치와 체력으로 무장한 KBS 예능국 고스펙 허당들의 순도 100% 리얼 예능드라마를 표방하고 있다.
KBS2에서 처음으로 선보이는 예능드라마로 ‘별에서 온 그대’ 박지은 작가와 ‘개그콘서트’의 오랜 수장이었던 서수민PD가 의기투합한 작품으로 벌써부터 안팎으로 떠들썩한 작품이다. 오는 5월 8일로 첫 방송 날짜를 확정, 금-토요일 오후 9시 15분으로 파격 편성됐다.
이에 따라 '연예가중계'는 '프로듀사' 이후로, 이후 방송되던 '추적 60분'은 '투명인간'이 폐지된 자리인 수요일 오후 11시 10분으로 요일과 시간대를 옮겼다.
특히 금요일 프라임 시간대에 경쟁률이 치열해 일부 방송사에서는 피하고 싶은 시간대로도 꼽히는 가운데 KBS 측은 ‘꽃할배’ ‘정글’과 3~40분 정도 방송시간이 겹치게 편성하며 정면대결을 선택했다. 그 만큼 자신이 있다는 뜻도 담겼겠지만, 반대로 자존심을 내세운 것이라는 풀이도 나오고 있다.
스타 작가에 막강 군단까지 그 어느때 보다 자신감에 넘쳐 있다는 전언이다. 그러나 경쟁작들은 각 방송사가 주력하고 있는 인기 프로그램들인데다 시청률 역시 매회 최고를 경신하는 등 그 저력이 만만치 않다. ‘정글의 법칙’ 경우, 2011년부터 거의 대부분 동시간대 1위라는 ‘왕관’을 거머쥐고 있다.
모 아니면 도다. 각 방송사들이 꺼리는 시간대이기도 하지만 젊은 시청자층을 확보하기에 이 만한 시간대도 없다. 이미 시청자들을 TV 앞으로 끌어모으는데 성공한 황금시간대인 만큼, 콘텐츠에서 차별되고 자신 있는 프로그램의 경우 정면 승부도 나쁘지는 않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물론 결과는 시청률에서 성공할 수도 있고, 처절하게 실패를 맛볼 수도 있다.
일단 젊은 시청자들을 사로잡기 위해 전략적으로 편성을 한 ‘프로듀사’에 대한 관심은 어느 때 보다 높다. 진검승부가 될 것이라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꽃할배’ ‘정글’과는 다른 드라마 콘텐츠인데다 역대 최고의 스타 캐스팅이라는 점에서만 보면 일단 시청자들의 구미를 당기기에 충분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막강 라인업이 최강 시청률을 확보하는 건 아니다. 물론 잔칫집에 찬물 끼얹을 생각은 추호도 없다. 다만 최근 각 방송사 드라마나 예능을 보면 스타급의 출연으로 성공여부가 결정되는 분위기가 아닌데다 무리한 편성 등으로 실패를 맛 본 사례가 증가하고 있는 만큼, 분명 곱씹을 부분이 있다는 말이다.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이 많았으면 하는 바람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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