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완종 파문에 박 대통령 순방연기하라고? 외교신뢰마저...
<기자수첩>검찰 성역없는 수사 지켜볼 일을 외국과 신뢰 져버리라는 것인지
정관계 인사들에 대한 고(故)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의 금품 전달 폭로가 정치권에 돌풍을 몰고 오면서 박근혜 대통령의 해외 순방에까지 불똥이 튀고 있다. 유은혜 새정치민주연합 대변인은 14일 박 대통령의 남미 순방일정을 연기하라고 요구했다. 박 대통령은 오는 16일 콜롬비아·페루·칠레·브라질 등 남미 4개국 순방에 나선다.
유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을 통해 "전대미문의 권력형 비리 게이트가 터졌는데 대통령께서 남의 집 불구경하듯 해외 순방을 가겠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며 "국무총리와 자신의 역대 비서실장 모두가 검찰의 수사를 받아야 하는 마당에 해외에 나가가는 것을 서두를 이유가 있는가"라고 말했다.
이어 "그렇지 않아도 세월호 1주기에 대통령이 해외 순방에 나서는 것에 대해서 국민적 우려와 논란이 있고, 대통령 측근 비리로 나라가 난리가 난 때에 대통령이 자리를 비우겠다는 것도 말이 안 된다"며 순방 연기를 촉구했다.
이른바 '성완종 리스트' 파문은 말 그대로 우리 사회에 큰 충격을 안겨주고 있다. 성 전 회장의 말이 사실이라면 정치권에 대한 국민들의 실망은 그 어떤 순간보다 더 깊은 상처와 불신을 남길 것이다. 아울러 현 정부의 실세들이 포함되어 있다는 것 자체만으로 정권의 최대 위기인 것은 맞다. 도덕성에 심각한 타격을 입은 정권이 국정을 잘 운영하기란 말 그대로 '어불성설'이기 때문이다.
아울러 검찰의 철저한 수사를 통해 이번 사건의 진위 여부를 확실하고 정확하게 밝히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또 성 전 회장의 말이 사실이라면 그들에 대한 합당한 처벌도 함께 이뤄져야 하는 것도 당연하다. 썪은 살은 도려내고 도덕성을 다시 회복하는데 노력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렇다고해서 이미 외국 정상들과의 만남을 확정한 상황에서 국내에 문제가 터졌다고 연기하라는 것은 더더욱 말이 안된다. 해외 순방이란 국내적 상황을 벗어난 외국과의 신뢰 문제다. 만약 박 대통령이 이번 일로 남미 순방을 연기한다면 이미 터져버린 국내 문제에 외교적 신뢰문제까지 더하게 되는 꼴이 된다.
더욱이 이미 검찰이 수사를 진행하고 있는 상황에서 박 대통령이 국내에 있는다고 문제가 해결되는 것도 아니다. 검찰 수사를 지켜보고 미진하다고 생각하면 특검이나 더한 것을 국회에서 논의해 추진하면 된다. 이미 박 대통령도 '성역 없는 수사'를 해달라고 검찰에 요구한 상태다. 박 대통령이 외국과의 신뢰까지 깨버리면서 국내에 남아 더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궁금하다.
여기에 해외 순방을 가기 위해서는 여러 달 전부터 방문 국과 사전 협의를 통해 일정을 조율해야 하고 순방 직전까지 긴장을 늦추지 못하는 것이 보통이다. 이런 상황을 잘 아는 야당이 순방을 연기하라고 요구한다면 그 의도를 의심받을 수도 있다는 것을 염두해야 한다.
국내 문제를 이유로 대통령의 해외 순방까지 제동을 거는 야당의 요구가 합리적인 요구라고 보여지지는 않는다. 대통령이 국내에서 해야할 일이 있듯이 해외에서 해야 할 일도 있다. 특히 지금 상황은 박 대통령이 국내에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상황도 아니다. 오히려 검찰의 철저한 수사를 지시하고 그 결과를 지켜봐야 할 상황이다. 이런 때 외국과의 약속도 지키지 말라고 요구하는 것은 정치적 공세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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