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와병, 유언비어 막으려면 오바마처럼...
대통령 건강 미국은 주치의가 나서서 소문 잠재워
최근 박근혜 대통령의 ‘와병’이 청와대를 통해 국민들에게 알려지면서 대통령의 건강을 돌보는 주치의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현재 박 대통령의 양방 주치의는 서창석 서울대 의대 산부인과 교수가 맡고 있고 한방 주치의는 박동석 강동경희대학교한방병원 교수가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
청와대가 주치의를 공식적으로 임명한 것은 박정희 대통령이 처음 취임한 1963년부터다. 종두법을 도입한 지석영 선생의 종손인 내과 개업의 지홍창 박사가 1호다. 이후 민헌기 서울의대 교수, 민병석, 가톨릭 의대 교수, 한용철 서울대 의대 교수 등이 주치의를 맡았다.
대부분의 주치의는 대통령과 사적인 인연 및 친분으로 임명됐다. 대통령의 건강이 국가의 안위와 직결되기 때문이다. 첫 한방 주치의가 된 당시 신현대 경희대 한의대 교수는 노무현 전 대통령이 당선되기 이전부터 그의 몸을 보살핀 것이 인연이 됐다. 또 이명박 전 대통령은 자신의 사돈인 최윤식 서울대병원 교수를 주치의로 임명해 세간의 관심을 끌기도 했다.
대통령 주치의는 청와대에 상근하지는 않지만 대통령과 30분 이내 거리에 대기해야 한다. 이는 대통령이 1년 365일, 하루 24시간 언제든 중요 결정을 내릴 수 있는 상태를 유지해야 한다는 점에서 국가 안보와 직결되기 때문이다.
대통령 주치의는 보통 2주에 한번씩 청와대에 들러 대통령의 건강을 체크하며, 휴가·해외 순방·지방방문에 동행하고 대우는 차관급으로 무보수 명예직이다. 하지만 대통령의 건강을 책임진다는 책무와 의료계를 바라보는 대통령의 성향까지 엿볼 수 있다는 점에서 의료계에 관심이 높다. 실제 노 전 대통령은 사상 첫 ‘한방 주치의’ 제도를 만들어 당시 신현대 경희대 교수를 임명했다. 이로 인해 한방에 대한 국민적 위상이 높아지기도 했다.
특히 대통령 주치의는 가문의 영광이자 출신 학교의 영광이기도하기 때문에 병원 간, 학교 간 물밑 경쟁이 치열하다. 그동안 역대 주치의는 주로 서울대병원의 내과 교수 몫이었다. 그러나 김대중 전 대통령이 세브란스병원 출신인 허갑범 교수와 민간 병원 출신인 장석일 박사를 주치의로 임명하면서 명예가 손상되기도 했다. 또 이명박 전 대통령 당시 모교인 고려대 부속병원에서 주치의를 배출하기 위해 노력했다는 이야기가 흘러나오기도 했다.
또 전통의학을 무시하느냐며 한의사들의 불만도 엄청 났다. 그래서 노무현 전 대통령 시절 경희대 한의대 신현대 교수를 한방주치의로 처음 임명했다. 노 전 대통령을 오랫동안 괴롭힌 허리병 때문에 신 교수를 임명했다는 설도 있다.
주치의가 누리는 최대 권한은 각 진료과목별로 최대 30여명에 이르는 주치의 자문단을 구성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대통령의 건강을 총괄하는 책임을 갖고 필요하다면 자문단 회의를 소집할 수 있다.
한편 대통령의 와병은 밖으로 알리지 않는 것이 일반적이다. 대통령의 건강문제는 한 국가의 안위와 직결되기 때문이다. 대통령 건강에 적신호가 왔다는 것은 원활한 국정운영에 걸림돌이 되기 쉽고 그게 밖으로 알려진다면 국정 혼란까지 야기될 수 있는 문제다.
그러나 청와대는 최근 중남미 순방 중 박 대통령의 건강 문제를 실시간으로 브리핑하는 모습을 보였다. 특히 순방에서 돌아온 날 예정에 없던 브리핑까지 열면서 박 대통령이 위경련과 인두염을 증세로 병원을 방문했다고 밝혀, 보통 대통령의 병을 밖으로 알리지 않는 것과 달리 눈에 띄는 행보라는 평가다.
특히 대통령의 건강을 밖으로 알려야 될 경우가 있을 때는 주치의가 직접 나서서 대통령의 병세를 설명하고 언론들에게 신뢰를 주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 일반적이다. 관계자가 아닌 전문적인 주치의의 말 한마디가 그만큼 듣은 사람에게 신뢰를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12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인후염에 걸려 치료를 받았을 때도 당시 주치의가 직접 나서 오바마 대통령의 증세를 설명했다. 오바마 대통령 주치의 로니 잭슨 박사는 당시 “CT스캔 검사 결과 위산역류에 따른 인후 염증으로 밝혀졌으며 후속 치료가 있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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