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전패' 무난한 공천해서 무난하게 졌다
전략공천 필요한 지역에서조차 융통성 발휘 못해, 인지도에서 크게 밀려
새정치민주연합이 4.29 재·보궐선거에서 한 석도 건지지 못하고 완패한 가운데, 내부적인 패배 원인으로 문재인 대표의 공천에 문제가 있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29일 개표 후, 당내에서는 당장 문 대표의 거취문제가 불거졌다. 여당 강세지역이었던 인천 강화을과 구 통합진보당 세력을 주축으로 야권 후보 난립이 거셌던 성남을 잃은 것은 어느 정도 예상했던 시나리오였다. 하지만 텃밭인 관악과 심장부인 광주까지 빼앗기자, 공천 자체에 문제가 있었다는 목소리가 터져나온 것이다.
'천정배 파워' 외면 "전략공천하는 융통성 보였어야"
우선 ‘천정배 파워’를 너무 쉽게 봤다는 지적이다. 고향이 전남 신안인 것 외에는 호남과 연이 없는 천 의원이지만, 그는 1996년 김대중 당시 새정치국민회의 총재 특별보좌관으로 발탁돼 정계에 입문한 뒤, 경기 안산 지역에서 4선에 성공한 데 이어 법무부장관까지 역임한 경쟁력을 갖췄다.
특히 천 의원은 앞서 정동영 전 의원을 중심으로 창당을 준비하던 국민모임 측의 합류 제안을 뿌리치고 무소속으로 출마, ‘호남 정치 복원’과 ‘야권 전면 쇄신’을 앞세워 친노계에 비판적인 광주 민심을 철저히 겨냥했다. 16대 대선 당시 노무현 전 대통령을 보좌하고 참여정부 출범 후 탈당한 전력도 이같은 구호에 힘을 실었다.
반면 새정치연합은 19대 총선 당시 당내 경선에서도 패배한 조영택 전 의원을 후보로 내세웠다. 물론 김하중 전남대 로스쿨 교수와의 경선을 통해 후보자를 선출한 것은 앞서 6.4 지방선거 당시 윤장현 광주시장 공천 문제와 같은 계파 지분 논쟁 등 절차적 문제를 없애겠다는 문 대표의 공약에 의한 결정이었다.
하지만 ‘천정배’라는 거물을 상대해야하는 상황이라면, 전략공천의 명분은 이미 충분했다는 지적이다. 문 대표가 텃밭 사수를 위해 전략공천 단행이라는 융통성을 발휘했어야 함에도, 절차적 정당성 확보에만 매몰돼 경쟁력 없는 후보를 내놨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는 이유다.
"정태호 누구?" 인지도 차이 극심...'반 친노' 끌어안기도 실패
이같은 지적은 관악을 공천에서도 동일하게 제기된다. 대중적 인지도가 막강한 정동영 후보가 상대선수로 출격하는 반면, 실제 선거 전날까지도 관악 지역에서는 “김희철이 새정치 후보 아니었나. 정태호는 잘 모른다”는 반응을 보인 유권자들도 적지 않았다.
게다가 이번 경선에서 패배한 김희철 전 의원의 경우, 지난 19대 총선 당시 경선에서 맞붙었던 이정희 전 진보당 의원의 여론조사 조작 사실이 드러났음에도 불구하고, 이 전 의원의 요구대로 진보당 소속 이상규 전 의원에게 후보직을 내어준 바 있다.
이같은 전력을 가진 이 전 의원이 이번 재보선 경선 과정에서 친노계로 분류되는 정 후보에게 패배, 문 대표에 대한 반감이 극에 달했다는 것이 당 관계자 다수의 설명이다. 김 전 의원을 비롯해 정동영 전 의원과 천정배 의원 모두 ‘반(反) 친노’ 인사임을 모를 리 없는 문 대표가 이들의 파괴력을 간파하지 못했다는 것 역시 비판을 받고있는 지점이다.
이와 관련해 관악을에서 당선된 오신환 새누리당 의원 측 한 관계자는 “정동영이나 김희철 쪽 지지자가 실제로 우리 캠프에 와서 ‘뭘 도와주면 되냐. 우리는 문재인만 꺾으면 된다’고 전화를 걸어온 적도 있었다”며 “새정치연합 당내 갈등이 그 정도일줄은 몰랐다. 그때부터 이미 이번 재보선은 여야 대결이 아니라 새정치 대 새정치 대결이 된 것 같다”고 혀를 내둘렀다.
아울러 광주와 관악 모두 친노계에 대한 반감이 여전한 지역임에도 불구하고 새정치연합 후보들의 참여정부 이력을 간판으로 내세운 것 역시 전략미스였다는 평도 나온다. 실제 정 후보와 선거운동 과정에서 참여정부 청와대 대변인 전력을 주로 강조했고, 조 후보 역시 참여정부 시절 문 대표와의 인연에 방점을 찍었다.
한편 친노계 의원실 관계자는 “문 대표가 참신한 인물을 경선으로 뽑는다는 원칙은 좋지만, 그것도 상대 후보를 보고 융통성 있게 했어야 한다”며 “전략공천이 무조건 나쁜건가. 지난번 7.30때처럼 명분도 없고 원칙도 없이 전략공천하는 것은 문제지만, 이번같은 경우엔 전략적인 선택을 했어야 하는데, 너무 강단이 없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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