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와 SNS' 홍준표식 여론정치, 이번엔 발목 잡히나
경선자금 1억2천만원 페이스북서 여론호소했지만 '부인 비자금'만 밝혀져
공공의료와 무상급식 등 그동안 각종 논란이 일 때마다 여론을 통해 자신의 입지를 키워왔던 홍준표 경남지사가 이번 '성완종 리스트' 파문에서는 오히려 여론 때문에 발목이 잡히는 모습이다.
검찰에서 충분히 소명하지 못했던 경선자금 1억2000만원과 관련해 페이스북과 기자간담회 등을 통해 여론에 호소했지만 '부인의 비자금'이란 말에 오히려 여론은 싸늘한 시선을 보내고 있고 스스로 법 위반 사실을 밝히는 꼴이 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홍 지사는 11일 자신의 페이스북과 기자회견 등을 통해 "1억2000만원은 집사람의 비자금으로 이번에 그 사실을 알게 됐다"며 "변호사를 11년간이나 했고, 국회 대책비로 한 달에 수천만원씩 나오는 돈을 모은 것"이라고 밝혔다.
홍 지사는 이어 "집사람이 은행원 출신"이라며 "(집사람이) 대여금고를 빌려서 2011년 6월 당시 3억원가량을 가지고 있다가 경선 기탁금으로 1억2000만원을 5만원권으로 내줘서 기탁금으로 낸 것"이라고 말했다.
홍 지사는 이날 새벽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는 "1995년 11월부터 2005년 12월 말까지 10여년간 변호사활동을 했다. 그때 번 돈 중 일부를 집사람이 비자금으로 저 몰래 현금으로 10여년을 모았다"고 말했다.
결국 자신은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에게 돈 1억원을 절대 받은 사실이 없으며 자신의 재산이 전혀 줄지 않은 상태에서 경선 당시 기탁금으로 1억2000만원을 낸 것은 모두 부인이 비자금을 통해 마련해 준 돈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홍 지사의 이러한 여론정치는 오히려 역풍을 맞는 모습이다. 국회운영 비용을 부인에게 줬다는 것은 공금횡령이 될 수 있고, 부인이 숨겨 놓은 재산을 신고하지 않은 것은 공직자 재산 신고 누락 등 법 위반 사실을 털어놓은 것이 되기 때문이다.
그동안 홍 지사는 진주의료원 폐업과 무상급식 등 논란이 일 때마다 여론에 기대는 여론정치를 펼쳤다는 평가를 받아 왔다. 특히 논란의 중심에 서기는 했지만 그 여론정치를 통해 자신의 입지를 견고하게 만들었다는 등 홍 지사의 여론정치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가 더 많은 게 사실이다.
먼저 홍 지사는 지난 2013년 진주의료원 폐업 논란 당시에는 계속 쌓여가는 부채와 공공의료의 과잉 등을 이유로 거론하며 여론을 형성했고 결국 진주의료원 폐업을 이끌었다. 홍 지사는 당시 공공의료가 어떤 문제가 있는지 알리는데 주력했다.
홍 지사는 당시 당기순손실과 누적부채, 의료서비스 공급과잉 등을 이유로 진주의료원의 폐업을 주장하고 나섰는데 일부 시민들 사이에서는 이런 내용에 호응을 보이기도 했다. 특히 보수 언론을 중심으로 공공의료에 대한 문제점이 지적됐고 부채가 점점 불어나는 상황에서 이에 대한 아무런 대책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는 현실을 꼬집기도 했다.
당시 홍 지사는 정부, 국회 등과 마찰을 빚기도 했지만 여론전을 통해 진주의료원의 문제점을 부각시키는 등 자신의 입지를 넓히는데 크게 활용하면서 자신의 인지도도 올라가는 효과를 보기도 했다. 경남도는 끝내 진주의료원 폐업을 강행했고 의료원 건물은 리모델링을 거쳐 도청 서부청사로 활용하기로 했다.
아울러 홍 지사는 최근 논란이 지속되고 있는 경남도 무상급식 논란과 관련해서도 여론정치를 통해 자신의 입지를 공고히 하는 계기를 마련하기도 했다. 이 때문에 홍 지사는 무상급식 논란으로 시장직에서 물러난 오세훈 전 서울시장보다 무상급식 논란과 관련해 더 높은 인지도를 보이기도 한 것이 사실이다.
특히 홍 지사는 주민 복지와 국가 재정을 연계해 보편적 복지를 비판했고, 무상급식 문제는 정치권에 복지 논쟁을 불러 일으키기도 했다. 경남도는 '급식보다는 교육이 우선'이라는 슬로건 아래 급식 예산으로 일선 시·군과 함께 서민 자녀 교육지원 사업을 추진해왔다.
이에 대해 학부모 등 지역 주민들이 '무상급식의 원상회복'을 주장하며 1인 시위를 벌이고 일부 학교에서 등교 거부를 하는 등 반발이 날로 확산되고 있다. 그러나 홍 지사 자신의 입지를 강화하는 데 사실상 효과를 발휘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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