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황장엽 암살 공작에 남한 마약사범까지 동원
북한이 지난 2009~2010년 황장엽 전 북한 노동당 비서를 암살하기 위해 마약 제조에 이용하려던 남한 사람까지 동원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은 비슷한 시기 정예 공작원을 탈북자로 위장·침투시켜 황 전 비서를 살해하려 했다가 수사기관에 적발되기도 했다.
17일 서울중앙지검 공안1부에 따르면 김모(63·구속기소)씨는 2009년 9월 중국 베이징에서 접촉한 북한 공작원 장모씨로부터 황 전 비서를 죽이라는 지령을 받았다.
장씨는 당시 "황장엽은 남한 사람도 아니니 처단해도 상관없지 않은가. 암살에 성공하면 큰돈을 벌 수 있다"며 김씨를 꼬드겼다.
두 사람은 1997년 이모(2004년 10월 사망)씨의 소개로 북한에서 필로폰 제조·판매를 모의하며 알게 된 사이다.
필로폰 제조로 기대한 만큼의 돈을 벌지 못한 김씨는 북측 공작원이 제시한 '돈의 유혹'에 넘어가 황 전 비서 암살 기획에 가담했다고 검찰은 전했다. 그는 지령을 받은 이후 베이징에서 여러 차례 장씨를 만나 암살 실행 계획을 모의했다.
이 과정에서 '김정일 장군의 정치적 신임을 받았다' '조국을 배반하지 않겠다'는 등의 내용이 담긴 충성맹세문도 제출했다.
그는 황 전 비서가 반북 매체인 '자유북한방송'에 매주 정기적으로 출연한다는 사실을 파악하고 이 매체가 있는 지역을 현장 답사했다. 황 전 비서가 거주하던 서울 강남구 논현동 안전가옥(안가) 주변 곳곳을 촬영해 장씨에게 건네기도 했다.
심지어 고용한 암살자가 이 일을 추진할 의지가 있는지 시험하고자 반북 활동을 하는 탈북자를 먼저 살해할 계획까지 세운 것으로 조사됐다. 황 전 비서 암살 기획이 상당히 구체적이고 치밀하게 진행된 셈이다.
하지만 이 암살 공작은 2010년 10월 10일 황 전 비서가 갑자기 사망하면서 없던 일이 됐다. 김씨가 해당 기간 북측으로부터 받은 공작금은 5000여만원에 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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