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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들이 무상급식에 거부반응 보이는 이유는...


입력 2015.06.01 18:28 수정 2015.06.01 18:42        하윤아 기자

대학생포럼 '무상급식 대학생 인식 설문조사' 결과

45% "현재의 무상급식, 바람직하지 않아"

경상남도의 무상급식이 전면 중단된 4월 1일 서울 여의도 새누리당 당사앞에서 참여연대, 한국진보연대, 친환경무상급식풀뿌리국민연대 등 관계자들이 ‘가난인증 차별급식’새누리당, 홍준표 경남지사 규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효식 기자

대학생 10명중 4.5명이 현재 추진 중인 무상급식 정책에 대해 비판적인 생각을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4월 20대가 무상급식에 대해 부정적인 견해를 갖고 있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온 후 이번에도 비슷한 내용의 설문조사 결과가 잇따르면서 20대들 사이에서 이른바 ‘보수화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한국대학생포럼(회장 여명)이 지난 4월 15월부터 5월 15일까지 약 한달간 고려대·연세대·경희대·서울여대·충남대 등 총 5개 대학의 학생 1017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무상급식 및 무상복지에 관한 대학생 인식 설문조사’ 결과, 전체 응답자 중 467명(45.9%)이 현행 무상급식 정책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답했다.

반면 ‘바람직하다’고 답한 대학생은 총 305명(29.9%)이었고, ‘모르겠다’라는 문항을 선택한 대학생은 245명(24.0%)이었다.

특히 무상급식 정책에 대해 ‘바람직하지 않다’고 답한 대학생 467명 중 217명(46.4%)은 ‘어떤 형태의 급식정책이 적당하다고 생각하는가?’라는 부가 질문에 ‘저소득층만을 대상으로 하는 무상급식’을 선택했다.

현행 무상급식 정책에 비판적 의견을 가진 대학생 중 절반에 가까운 수가 저소득층만을 대상으로 한 선별적 무상급식 정책이 적당하다는 입장을 보인 것이다.

또 ‘소득분위에 따른 무상급식’이라고 답한 학생은 135명(28.9%)이었고, 나머지 115명(24.6%)은 해당 문항에 응답하지 않았다. 일부 학생은 기타 의견란에 “공개적인 무상급식은 고마운 급식이 아니라 차별감을 줄 수 있는 급식”이라는 의견을 나타내기도 했다.

무상급식에 대한 20대의 비판적 견해는 앞서 나온 여론조사 결과에서도 찾을 수 있었다.

지난 4월 한국갤럽은 홍준표 경남도지사가 “교육청에 제공하던 무상급식 예산 지원을 중단하고 이를 저소득층 교육사업 지원에 쓰겠다”고 밝힌 데 대해 전국 1011명에게 의견을 물은 결과, 20대의 52%가 ‘잘한 일’이라고 응답했다고 밝힌 바 있다.

반면 30대는 32%, 40대는 36%만이 ‘잘한 일’이라고 답해 20대의 무상급식 반대 성향을 뚜렷하게 드러났다.

특히 당시 조사에 응답한 20대의 63%는 ‘선별적 무상급식’에 찬성한다는 입장을 표해 젊은 층의 보수화 현상이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는 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이와 관련, 김미현 알앤서치 소장은 ‘데일리안’과의 통화에서 “20대는 본래 무상급식에 대해 거부반응을 보였던 세대”라며 “20대는 ‘내가 열심히 일해서 낸 세금이 왜 무상급식에 사용되는가’라는 일종의 신자유주의 사상을 바탕으로 보수화 경향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김 소장은 “이런 상황을 단지 이념적으로 분리해서 볼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20대 보수화 현상에 무상복지 정책에 대한 이해관계가 맞물려 나온 결과”라고 설명했다.

지금의 20대는 취업이나 결혼 등 당면과제에 대해 정부가 나서 해결해주기를 바라는 반면, 이해관계가 없는 무상급식이나 무상보육에 대한 정부 지원은 일종의 ‘세금낭비’로 바라보는 경향이 있어 20대 사이에서 무상복지에 대한 반감이 높게 나타나고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 이번 한국대학생포럼의 설문조사 결과, 대학생 10명 중 4명가량이 무상복지 확대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입장을 드러냈다.

이번 설문 전체 응답자 1017명 중 406명(39.9%)은 ‘무상복지가 확대되는 것에 대해서는 어떤 생각인가?’라는 질문에 ‘바람직하지 않다’고 답했다. ‘바람직하다’는 대학생은 총 337명(33.1%), ‘모르겠다’고 응답한 학생은 274명(26.9%)으로 조사됐다.

다만 복지확대를 위한 재정마련의 일환으로 소득에 대한 과세를 늘리는 방안에 대해 의견을 묻는 부가 질문에 총 520명의 응답자 중 절반에 가까운 259명(49.8%)이 ‘동의한다’는 견해를 보였다. 반면 ‘반대한다’는 학생은 197명(37.8%)이었고, 64명(12.3%)은 ‘모르겠다’고 응답했다.

대학생들은 무상복지의 확대를 부정적으로 보면서도, 복지 확대 정책 재원은 소득에 따른 과세를 통해 마련해야 한다고 인식하고 있었다.

이밖에 ‘복지 정책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라는 질문에 전체 응답자 가운데 가장 많은 대학생들(464명·45.6%)이 ‘필요한 계층을 위한 효율성’을 꼽았다. 뒤이어 학생들은 ‘실현 가능성’(305명·29.9%), ‘모두를 위한 형평성’(154명·15.1%), ‘집행과정의 공정성’(81명·7.9%)을 복지정책의 중요한 요소라고 밝혔다. 응답을 하지 않은 학생은 13명(1.2%)이었다.

이번 설문조사 결과에 대해 여명 한국대학생포럼 회장은 “무상급식이나 무상복지 등 보편적 복지에 대한 대학생들의 인식이 현저하게 부정적으로 나올 것으로 예상했지만 결과적으로 그렇지 않아 놀랐다”면서도 “그래도 보편적 복지에 대해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대학생들의 비율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하는 대학생보다 많은 것에 의의를 두고 있다”고 말했다.

여 회장은 이어 “시장경제에 대한 대학생들의 의식제고가 시급하다”면서 “청년세대가 앞으로 사회에 진출해 중간계층이 될 때 국가재정이 파탄날 수도 있는 상황이다. 우리의 미래와 직결된 문제에 대해 청년들이 제대로 된 인식을 가져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국대학생포럼은 2일 오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6·4지방선거 1주년을 기해 직접조사 방식으로 실시한 이번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하는 한편, ‘대학생이 바라보는 포퓰리즘’이라는 주제로 기자회견을 진행, 성명을 내보낼 예정이다.

하윤아 기자 (yuna1112@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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