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헤지펀드 복병 만나나
삼성물산 지분 7% 보유한 엘리엇매니지먼트, '합병 주주이익에 반해'
삼성물산 지분 7%를 보유한 엘리엇매니지먼트가 제일모직과의 합병안이 주주 이익에 반한다는 입장을 발표하면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간 합병에 변수로 떠오를 전망이다. 주가 상승을 통한 시세 차익을 노리는 전략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지만 반대세력 결집을 통한 영향력 행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매니지먼트는 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공시를 통해 삼성물산의 지분 7.12%(1112만5927주)를 보유하고 있다고 밝혔다. 주당 취득단가는 6만3500원이다.
이와 함께 보도자료를 내고 "제일모직의 삼성물산 합병 계획안은 삼성물산의 가치를 상당히 과소평가 했을 뿐 아니라 합병조건 또한 공정하지 않으며 삼성물산 주주들의 이익에 반한다고 믿는다"고 강조했다.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은 지난달 26일 제일모직이 삼성물산의 주식 전량을 매입하는 방식을 통해 합병을 진행키로 한다는 내용의 계획안을 발표했다. 합병 비율은 1대 0.35로 삼성물산 주식 1주에 제일모직 주식 0.35주를 주는 방식이다.
1977년 설립된 엘리엇은 엘리엇어소시에이츠와 엘리엇인터내셔널 두 가지의 펀드를 운영하며 전체 운용자산이 미화 260억달러(약29조원)에 달한다.
업계에서는 외국계 펀드의 특성상, 경영권 분쟁을 야기해 주가를 끌어 올린 후 차익을 챙기는 전략을 구사할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엘리엇은 이번 주식 매수로 국민연금(9.79%), 삼성SDI(7.39%)에 이어 3대 주주로 올라섰기는 했지만 우호지분이 13.7%여서 현재 지분만으로는 영향력 행사가 쉽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이다.
삼성의 오너가 중에서는 이건희 삼성 회장만이 삼성물산 지분 1.41%를 보유하고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비롯, 홍라희 관장, 이부진 사장, 이서현 사장은 지분을 보유하고 있지 않다. 그러나 삼성SDI(7.39%), 삼성화재(4.79%), 삼성생명(0.22%) 등 특수관계인 지분이 13.7%에 달해 합병이 무산될 가능성은 적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엘리엇이 합병에 반대하는 세력을 규합해 합병을 저지할 가능성 자체를 배제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삼성물산은 제일모직과의 합병이 법적으로 문제가 없는 만큼 주요 주주가 된 엘리엇측과 대화와 소통으로 오해를 적극적으로 해소해 나갈 계획이다. 이번 합병이 회사의 미래가치를 높여 궁극적으로 주주가치를 높이는 데 있다는 것이 삼성물산의 설명이다.
삼성물산은 "양사간 합병 비율은 자본시장법상의 규정에 따라 결정된 것으로 시장이 현재 평가한 기준으로 합병비율을 적용한 것"이라며 "다양한 주주들과 소통하면서 기업가치 제고에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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