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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한샘 임원도 직접 찾은 이랜드 모던하우스 중국 1호점


입력 2015.06.07 12:00 수정 2015.06.07 15:46        상하이(중국) = 데일리안 김영진 기자

모던하고 이국적 디자인으로 바링허우, 지우링허우 공략...3년내 중국 진출하는 한샘에 영향 미칠듯

지난달 30일 중국 상해에 첫 진출한 이랜드의 모던하우스 매장 전경. ⓒ데일리안 김영진 기자
이랜드그룹은 지난달 30일 중국 상해에 라이프스타일샵 '모던하우스' 중국 1호점을 오픈했다. 모던하우스의 중국 진출은 국내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로는 최초이고 향후 이 시장에 진출할 국내 기업에 나침반 역할을 할 것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모던하우스 1호점은 상해의 신흥 주거지역인 신장종성에 위치한 스카이몰 쇼핑몰 2층에 위치해 있다. 스카이몰은 중국의 바링허우(1980년부터 태어난 중국의 젊은 세대) 및 지우링허우(1990년부터 태어난 중국 젊은 세대)를 위한 다양한 해외 및 SPA브랜드들이 입점해 있다.

모던하우스가 위치한 스카이몰 2층에는 티니위니, 후아유 등 이랜드에서 운영하는 브랜드들이 동시에 입점해 있어 중국내 이랜드의 위상을 다시금 느낄 수 있다.

지난 4일 직접 찾아간 모던하우스 1호점은 유럽식 정원을 연상시키는 꽃과 리빙 제품들이 입구부터 깔끔하게 장식하고 있었다. 한국에서 보던 모던하우스가 맞나 싶을 정도로 유럽적인 스타일과 고급화를 잘 구현해내고 있었다.

리빙제품을 비롯해 침구, 커튼 심지어 여행 캐리어까지 거의 모든 라이프스타일 용품들이 망라돼 있었다. 젊은 세대들을 겨냥한 듯 독특하고 위트있는 캐릭터의 제품들도 다수 눈에 들어왔다. 가격도 매우 합리적이다.

그동안 이랜드는 계열사 거의 모든 매장과 브랜드에 검은색을 기본으로 사용하면서 어둡고 칙칙한 이미지가 강했다. 하지만 모던하우스에는 검은색을 거의 쓰지 않고 오히려 베이지색과 흰색, 녹색 등을 조화롭게 사용하며 친자연적이며 편안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전날 기자는 상해에 도착해 이케아 매장 뿐 아니라 홍싱메이카이롱, 지셩웨이방, 홀라(HOLA) 등 가구 및 라이프스타일 매장들을 방문했다.

홍싱메이카이롱은 규모는 컸지만 가구 중심의 매장이고 임대형식으로 운영되고 있어 뚜렷한 개성을 찾기 어려웠다. 지셩웨이방은 서울의 청담동 가구거리처럼 해외 명품 가구들이 입점해 있어 중국의 라이프스타일을 목격하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홀라는 그나마 가구가 아닌 라이프스타일샵이긴 했지만 일관된 디자인이 없고 중국스럽기는 했지만 저급스러운 이미지가 강했다. 바링허우 및 지우링허우 세대는 절대 찾을 거 같지 않았다.

하지만 모던하우스는 모던하면서도 고급스럽게 매장을 잘 꾸며놨고 제품들의 디자인도 매우 뛰어났다. 중국에 진출하면서 '중국화'나 '현지화'를 전혀 고민한 흔적이 없어 보였다. 이것이 중국 진출에 역효과를 내지 않을까 우려스러울 정도였다.

하지만 모던하우스 현지 관계자의 말은 틀렸다. 이 관계자는 "바링허우와 지우링허우 세대는 해외여행을 많이 다니고 해외유학까지 경험한 세대들이기 때문에 이국적인 문화나 디자인을 오히려 선호하고 잘 받아들이고 있다"며 "거기다 바링허우와 지우링허우 세대가 현재 중국의 소비문화를 이끈다고 봤을 때 이 세대를 겨냥한 디자인을 지향하는 게 낫다고 본다"고 말했다.

홀라와 같은 매장은 중국의 나이든 세대가 주로 찾는 곳이라고 이 관계자는 전했다. 결국 모던하우스는 이케아처럼 거대 매장이 아니고 홀라처럼 올드해 보이지 않는 도심과 모던, 그 중간을 잘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 모던하우스 매장 주 고객은 20~30대의 젊은 여성 고객들이 대부분이었다. 이랜드는 모던하우스 옆에 지난해 9월 론칭한 패스트리빙 라이프스타일샵 '버터'도 함께 오픈해 10~20대 고객도 잡겠다는 포부다.

모던하우스는 연내 중국 10개 매장의 오픈이 확정된 상태이며, 올해 매출 300억원을 달성한다는 계획이다. 다만 모던하우스는 가구 비중이 크지 않다는 점에서 약점으로 꼽힌다.

마침 이날 강승수 한샘 사장도 모던하우스를 찾은 것으로 전해졌다. 강 사장은 한샘의 인테리어 사업본부 및 중국 사업을 실질적으로 총괄하고 있다. 한샘은 3년 내에 중국에 B2C 형태로 진출한다는 계획을 잡고 있다. B2B시장에서는 지난해 300억원 매출을 올릴 정도로 자리를 잡고 있지만 브랜드 인지도나 B2C시장에서는 제로에 가깝다.

그동안 한샘이 중국 진출에 신중했던 이유는 '제대로 준비해서 나가자'는 뜻이 있었다. 절대 실패해서는 안된다는 강박관념과 함께 진출하면 반드시 1, 2위하는 기업에 들어야한다는 각오도 있었다.

그래서 한샘이 그동안 열심히 공부했던 기업들은 앞에서 열거한 이케아나 홍싱메이카이롱, 지셩웨이방, 홀라 등이다. 하지만 한샘의 경쟁자는 이제 이들이 아닌, 모던하우스가 아닐까 추측해본다. 모던하우스는 한샘이 추구하는 방향성을 제대로 잡아 이미 중국에 진출해 있기 때문이다.

또 한샘이 중국에 진출하면서 고민하는 부분은 '중국화'와 '현지화', '온라인' 등이다. 중국인들은 이미 의자에 앉아 식사를 하고 침대에서 잠을 자는데, 좌식을 생각하고 온돌을 생각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이런 고민이 현 중국 상황에서 어느 정도 유효할지 의문이다.

국내에서도 한샘은 라이프스타일을 키우기 위해 '한샘홈'을 열고 관련 시장을 키우고 있다. 하지만 30대 이상의 주부들이 메인 고객층이다. 젊은 세대들은 한샘에 큰 매력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

한샘이 중국 진출을 준비하면서 현지화나 중국화도 고려해야겠지만 주 소비계층으로 부상한 바링허우나 지우링허우 세대에게 어필할 수 있는 디자인을 실현할지가 더 관건으로 보인다. 현지화가 필요하다면 한샘의 디자인 정체성을 먼저 찾은 다음, 거기에 현지 디자이너와의 콜라보레이션을 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모던하우스 중국 1호점 매장에서 계산을 하기 위해 고객들이 줄을 서고 있다. ⓒ데일리안 김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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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진 기자 (yjkim@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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