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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병실에 간이침대 있는 '희한한 한국' 만들었나


입력 2015.06.11 09:54 수정 2015.06.11 10:09        목용재 기자

후진적 간병문화가 문제? 간병비 부담이 큰게 문제

"해외에선 전문 간호인력이 담당" 제도개선 시급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이 전국적으로 확산되는 가운데 10일 오후 서울 중랑구 신내동 서울의료원 음압격리병실에서 메르스 확진 환자가 치료를 받고 있다.ⓒ데일리안
인천의 모 대학병원 '보호자 없는 병원 시범사업' 병실 앞에 설치된 간호스테이션에서 간호사들이 환자 기록을 살피고 있다.ⓒ연합뉴스

한림대동탄성심병원에서 아버지를 간호하다가 메르스 확진자로 판정받은 만삭의 108번 환자. 그는 병원 응급실 환자 병상의 바로 밑에서 간이침대를 펴놓고 아버지를 간호하다가 메르스에 전염된 것으로 알려졌다. 마땅히 아버지를 간병할 사람이 없어서 만삭의 몸을 끌고 응급실을 찾은 것이다.

중동호흡기증후군인 메르스 확산에 우리나라 특유의 ‘간병문화’가 큰 영향을 미쳤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지만 한국의 간병문화를 정착시킨 근본적인 원인은 정부의 미흡한 의료 서비스 제도 때문이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 8일(현지시각) 뉴욕타임스(NYT)까지 "북적대는 병실 문화가 전염병 확산 와중에 개인 간 밀접 접촉 기회를 높였다"면서 우리나라의 '간병문화'에 문제가 있었다고 지적하고 있지만 정작 문제는 '문화'가 아니라 정부의 미흡한 의료 제도라는 것이다.

통상 하루를 기준으로 7만여원을 부담해야 하는 간병비가 부담스럽기 때문에 한국 특유의 간병문화가 정착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지난 2013년 6월 정부는 4대 중증질환 보장성 강화를 위한 세부계획을 발표하면서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아 큰 부담이 됐던 간병비 등 3대 비급여 부분에 대한 제도개선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발표했다. 간병비를 비롯한 의료비 경감 이슈는 2012년 대통령 선거 당시부터 제기돼 온 해묵은 문제지만 서민들의 ‘간병비 부담’은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보건복지부가 이 같은 문제 해결을 위해 이른바 ‘보호자 없는 병원’이라는 사업을 시범 운영 중이지만 재정적 부담 때문에 시범사업에 머물고 있다. 정부는 2018년부터 서울 및 상급종합병원을 포함해 ‘보호자 없는 병원’이 전국적으로 확대시킬 예정이지만 관련 제도가 정착될지는 미지수다.

10일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메르스 확진자 명단에 따르면 총 108명의 확진자 가운데 병원에서 입원한 가족에게 감염된 사례가 약 13건이다. 이에 전문가들은 건강보험을 간병인에게까지 확대해 병원 자체적으로 ‘간병 서비스’를 제공해왔다면 이 13건의 감염사례는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고 지적한다.

특히 해외 간병사례를 연구한 전문가들에 따르면 병실 안의 ‘간이침상’은 우리나라에만 있는 ‘별난 풍경’이다.

외국에서는 가족이 환자와 함께 숙식하며 간병을 하는 사례가 없고, 병문안 또한 제한적이다. 유럽 등 해외의 경우 입원한 환자에 대한 간병 서비스를 병원에서 전담한다. ‘총액예산제’를 통해 병원의 지난해 총 소요비용을 정부가 상환해 주고 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송형곤 전 삼성서울병원 응급실과장은 10일 ‘데일리안’에 “결국 간병을 가족이 하는지 여부는 돈 문제와 직결될 수밖에 없다”면서 “병원에서 간호·간병 인력을 많이 채용해서 간병 서비스를 제공하면 문제없지만 이런 식으로 운영하면 버틸 수 있는 병원이 없다”고 지적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보건 전문가도 “외국에는 병실 안에 간이침상이 없고 환자만 있다. 환자가 의료진을 부를 수 있는 벨이 설치돼 있고 병원 인력이 돌볼 수 있는 시스템이 갖춰져 있다”면서 “전문지식이 없는 간병인이나 가족이 환자를 간병할 경우 문제가 있다. 호흡기 감염이 있는 환자의 경우 간병인의 마스크 착용이 필수인데 ‘가족’이라는 생각 때문에 마스크 착용도 하지 않고 간병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송 전 과장은 “가장 문제는 간호인력 확보, 이들을 운영할 인건비를 확보해야 한다는 것인데 쉽지 않은 일”이라면서 “간호 인력이 안 된다면 상대적으로 인건비가 낮은 현직 간병인들을 병원의 테두리 안으로 끌어들여 활용하는 방법도 생각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그는 “결국 건강보험과 관련된 재정적 파이를 더욱 늘리는 것이 답이지만 간호사가 아니더라도 간병인도 국가적인 테두리 안에서 관리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익명의 전문가는 “선진국에서 간병인이 없는 이유는 건강보험료를 많이 걷고 그 재원으로 간호 인력을 운영하기 때문”이라면서 “원래 간병은 위생수칙에 대한 교육을 받은, 적격한 사람이 해야 한다. 병원에서 이러한 인력이 부족하고, 환자들은 간병서비스를 그동안 받아보지 못했기 때문에 가족이 간병하는 일이 관행처럼 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병원은 기본적으로 병을 치료하는 곳이긴 하지만 조금만 잘못하면 굉장히 위험한 곳이라고 할 수 있다”면서 “아울러 1인 가족이 늘어나는 상황에서 앞으로 이런 간병문제 해결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라고 덧붙였다.

목용재 기자 (morkka@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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