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깜깜이...메르스 폐쇄 병원 왜 공개 안하나
병원 찾았다가 폐쇄사실 알고 발길 돌리는환자들
정부 홈페이지 어디에도 병원 명단 찾을 수 없어
메르스 사태 발생 초기 환자발생 병원 등을 즉시 공개하지 않아 질타를 받은 보건당국이 국민들이 대처할 수 있는 정보를 아직도 공개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메르스 환자 확산을 우려해 응급실 등을 폐쇄하는 병원이 전국적으로 늘고 있지만 보건당국이 이에 대한 명단을 공개하지 않아 환자들의 불편이 가중되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에 거주하는 정양호 씨(40·남)는 지난 15일 밤 발목을 다쳐 집 인근에 있는 종합병원 응급실을 찾았지만 발길을 돌렸다. 이 병원은 메르스 환자가 다녀간 것으로 확인 된 후 응급실을 폐쇄하고 새로운 환자를 받지 않고 있다.
정 씨는 “집 근처 있는 병원이 폐쇄된 사실을 몰라 결국 밤에 응급처치를 받을 수 있는 다른 병원을 알아보느라 시간을 보냈다”면서 “메르스 관련 정보를 담은 기관 사이트에 폐쇄병원 명단도 있으면 이런 고생을 하지 않았을 것이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16일 현재 건양대병원을 비롯해 삼성서울병원 등 전국적으로 80곳 정도의 의료기관이 부분 또는 전체를 폐쇄하면서 외래환자를 받지 않고 있다. 또 추가 감염을 막기 위해 병동 전체 또는 일부 병실을 의료진과 입원환자와 함께 봉쇄하는 '코호트' 격리 시행 병원은 11곳이다.
그러나 보건복지부(www.mw.go.kr), 메르스포털(www.mers.go.kr), 대한병원협회(www.kha.or.kr) 등 메르스 관련정보를 제공하는 기관 홈페이지에는 폐쇄병원 현황 등을 알기 쉽게 공개한 자료가 없는 실정이다.
이 때문에 메르스가 아닌 다른 질환으로 진료를 받으려는 환자들 중 폐쇄 사실을 모르고 병원을 찾았다 정 씨처럼 발길을 돌리는 경우가 발생하곤 한다. 특히 골절이나 복통과 같은 신체적 고통을 호소하는 환자의 경우 폐쇄된 병원을 찾았다 다시 다른 병원으로 옮기는 과정에서 겪는 불편함이 이만 저만이 아니다.
보건당국이 폐쇄병원 발생 때마다 대형병원에 대해서는 발표를 하지만 환자들이 이 발표를 일일이 기록하고 있기란 쉽지 않다. 특히 종합병원인 삼성병원과 같은 3차 병원이 폐쇄되면 여러 언론에서 보도하기 때문에 폐쇄사실을 인지할 수 있는 반면 개인의원인 1차, 준종합병원인 2차 병원에 대한 정보는 부족해 환자들이 애를 먹고 있는 실정이다.
현재 전국적으로 응급실 등을 폐쇄하는 병원이 늘고 있지만 보건 당국은 '데일리안'과 통화에서 “폐쇄병원 명단은 따로 작성하지 않는다”는 말만 되풀이 하면서 폐쇄병원 현황을 알리지는 데는 소극적이어서 또 비판을 받을 수 있는 상황이다.
메르스 사태가 장기화 될 조짐을 보이고, 의료대란 현실화가 우려되는 가운데 환자들의 불편함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폐쇄병원 현황도 알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메르스 외 다른 질환으로 병원을 찾는 환자들이 우왕좌왕 하는 게 폐쇄병원 현황에 대한 정보가 없기 때문이라는 지적에도 힘이 실리고 있다.
폐쇄병원 현황 공개 등이 이뤄지지 않으면 보건당국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는 계속 하락할 수 밖에 없게 된다. 이와 관련해 여론조사업체인 리얼미터가 15일 전국 19세 이상 남녀 500명을 대상으로 메르스에 대한 정보가 신속하고 투명하게 공개되고 있는지를 설문조사한 결과 88.6%가 부정적으로 평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박근혜 대통령도 이날 메르스 대응 관련 교육현장 방문 중 학부모·교사 등과의 간담회에서 정보 공개와 관련해 "선도적으로 공개를 많이 해서 '이런저런 얘기들이 많지만 정부에서 나오는 것이 팩트다' 이렇게 국민들이 믿을 수 있도록 할 것"이라며 "정부에서는 더욱 적극적으로 선도적으로 정보를 공개하고 심각한 것은 빨리 국민들께 알려 나갔으면 한다"고 밝혔다. 투명하고 정확한 정보 공개로 국민들에게 불필요한 불안심리를 불러일으키지말라는 당부다. 하지만 보건당국은 여전히 정보공개의 의미를 모르는 상황인 듯하다.
국회 메르스특별위원회 야당 간사를 맡고 있는 김용익 새정치민주연합 의원 역시 통화에서 "메르스 외 질환으로 병원을 찾는 환자들이 불편을 겪지 않도록 응급실 등을 폐쇄한 병원의 정보를 공개하는 게 옳다고 본다"면서 "단, 메르스 추가 감염 등을 우려해 폐쇄한 병원이라고 해서 감염위험성이 있다고 볼 수는 없는 만큼 해당 병원들이 피해를 입지 않도록 올바른 정보공개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보건복지부 및 메르스포털, 대한병원협회 등에서는 메르스 환자 발생 및 경유 병원과 국민안심병원에 대한 명단은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하고 있다. 국민안심병원이란 병원을 통한 메르스 감염을 우려하는 일반 환자들을 위해 호흡기질환자와 일반 환자를 분리해 진료하는 곳이다. 보건복지부 홈페이지에 따르면 16일 현재 메르스 환자 발생·경유 병원은 79곳, 국민안심병원은 161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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