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에서 원됐지만 독립성 보장은 '요원'한 여연
당 관계자 "여당은 당청 함께 움직이기 때문에 상의해야"
한편에서는 공천 둘러싼 '주도권 싸움'이라는 말 나와
새누리당의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원이 지난 16일 김종석 홍익대 경영학과 교수를 신임 원장으로 확정한 가운데 여의도연구원이 새누리당의 당초 목표였던 '독립성 있는 기구'로 자리잡았는지에 대해 의문이 나오고 있다. 여의도연구원은 지난 2013년 여의도연구'소'에서 '원'으로 승격됐다. 여의도연구소가 갖고 있는 전문성과 함께 독립성까지 강화한다는 게 지위 격상의 핵심 이유였다.
그러나 여의도연구원장을 선임하는 과정을 살펴봤을 때 여의도연구원의 독립성 강화 부분은 이미 퇴색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새누리당은 이번 김 원장 선임 과정에서 청와대의 의견을 물은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새누리당은 연구소를 연구원으로 격상하면서 연구원 운영에 대한 당 지도부의 권한을 대폭 줄인다는 게 목표였다. 그러나 당의 비(非)권한은 고사하고 '청와대와의 교감'까지 챙긴 모습을 보인 것이다.
여의도연구원장 자리는 지난해 3월 이주영 의원이 해양수산부 장관 임명을 이유로 사퇴한 뒤 1년 넘게 공석이었다. 여기에는 당내 계파갈등과 당청관계가 작용했다. 여의도연구원장 선임권을 갖고 있는 김무성 대표는 지난해 12월 박세일 한반도선진화재단 명예이사장을 여의도연구원장으로 추진했지만 당내 친박(친박근혜)계의 반대로 '박세일 카드'를 접었다. 친박 내에서 박 이사장은 '배신자'로 낙인 찍혀있다.
박 이사장과 박근혜 대통령은 한때 '정치적 동지' 관계였지만 이제는 '앙숙'에 가까운 사이다. 박 이사장은 2004년 당시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대표였던 박 대통령으로부터 공동선거대책위원장으로 영입돼 17대 총선을 성공적으로 치렀다. 박 대통령의 총애를 받은 박 이사장은 총선서 비례대표(2번) 의원으로 당선된 뒤 여의도연구소장과 정책위의장 자리까지 받았다.
그러나 세종시특별법을 두고 사이가 틀어졌다. 박 이사장은 2005년 박 대통령이 주장한 행정중심복합도시법 원안이 국회를 통과하자 이에 반발해 의원직과 정책위의장직을 던지고 탈당해버렸다. 박 이사장은 2012년 총선 때는 보수성향의 '국민생각'을 창당한 뒤 비례대표 1번에 당시 박 대통령 비판에 선봉장으로 나섰던 전여옥 전 의원을 배정하기도 했다.
"상향식 공천시 '여론조사 비중' 높아져 여의도연구원 역할 중요"
새누리당의 한 관계자는 최근 '데일리안'과의 통화에서 "여당은 당청이 함께 움직이는 구조다보니 아무래도 ('독립'이라는) 규정보다는 합의를 중시하게 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당청합의가 되지 않으면 결국 대표가 (임명을) 강행할 수도 있지만 대개는 서로 웃으며 합의를 보는 방향으로 간다"고 덧붙였다. 여의도연구원이 당의 핵심기구인 만큼 그 수장을 정하는 데 있어 청와대와 상의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김 원장은 당청을 만족시키는 인사다. 당초 김 대표는 여의도연구원장 자리에 김 원장을 앉히려 했지만 김 원장이 한 차례 고사했던 것으로 알려진다. 여기에 김 원장이 대통령직속 규제개혁위원, 보수성향 시민단체인 바른사회시민회의 공동대표 등을 맡고 있는 만큼 청와대도 김 원장을 여의도연구원장으로 선임하는 데에 흡족해한 것으로 전해진다.
한편에서는 여의도연구원장 자리를 둘러싼 이 같은 갈등이 내년 총선 공천을 둘러싼 '주도권 싸움'이라는 말이 나온다. 여의도연구원은 각종 선거와 정책을 추진하는 데 있어 판단의 근거가 되는 여론조사를 제공하는 역할을 도맡고 있으며 특히 상향식 공천이 이뤄질 때는 여론조사의 비중이 높아져 여의도연구원의 역할이 상당히 중요해진다. 현재 김 대표는 연일 내년 총선 공천을 상향식으로 치르겠다고 강조하고 있다.
새누리당의 주요기구에 관해 능통한 한 보좌진은 이와 관련 "새누리당은 공천 과정에서 후보자를 검증하는 수단으로, 또 선거운동 과정에서 여의도연구원의 자체 여론조사 데이터를 상당히 비중있게 활용한다"며 "이 여론조사시 샘플을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결과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여의도연구원 운영 주도권을 어느 그룹(친박 또는 비박)이 차지하느냐가 매우 중요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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