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이 아닌 시작’ 여자축구 희망 쐈다
강력한 우승후보 프랑스 맞아 0-3 석패
본선 진출 두 번째 만에 16강 진출 성과
윤덕여 감독이 이끄는 한국 여자축구 대표팀이 아쉽게 16강에서 탈락했지만 장밋빛 청사진을 그렸다.
한국은 22일(한국시간) 캐나다 몬트리올에서 열린 ‘2015 FIFA 여자월드컵’ 프랑스와의 16강에서 0-3 완패했다.
전반에만 2골을 내주며 크게 고전한 한국이다. 이날 윤덕여 감독은 ‘에이스’ 지소연을 선발 라인업에서 제외하는 강수를 뒀다.
지난 조별리그 3경기를 모두 소화한 지소연은 허벅지 상태가 좋지 않은 상황이다. 여기에 경기 전날 기자회견에서 프랑스 감독은 지소연을 철저하게 마크하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자칫 거친 몸싸움이 이어질 경우 큰 부상으로 이어질 수 있기에 내려진 조치였다.
지소연이 빠진 자리에는 20세 이하 월드컵에서 크게 가능성을 보인 이금민(22)이 낙점됐다. 당찬 성격의 이금민은 프랑스 선수들을 맞아 전혀 위축되지 않았고 최전방 원톱 박은선과 호흡을 맞췄다.
FIFA 랭킹 3위의 프랑스는 이번 대회 강력한 우승후보다. 강력한 피지컬은 물론 선수들 간의 연계 플레이 및 조직력이 뛰어나 세계 최강 독일을 잡을 수 있는 대항마로 꼽히기도 했다. 대표팀이 조별리그서 0-2로 패한 브라질과는 또 다른 차원은 강자였다.
객관적인 전력상 한국이 크게 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지만 윤덕여 감독은 경기 초반만 잘 버틴다면 그래도 승산이 있다고 내다봤다. 하지만 바람은 뜻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한국은 전반 4분 마리-로르 델리에게 선취골을 내준 뒤 불과 4분 만에 다시 추가골을 허용했다. 그리고 후반 3분 로르 델리가 멀티골을 터뜨리며 사실상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사실 여자대표팀이 월드컵 진출 2번 만에 16강행에 오른 것은 대단한 쾌거가 아닐 수 없다. 90년대 여자월드컵이 출범한 뒤 북유럽과 북미, 여기에 일본과 중국 등이 강세를 보이는 와중에서도 한국 여자축구는 언제나 변방이었다.
2003년 미국대회에 첫 참가했을 때에는 아무 것도 해보지 못하고 3전 전패를 당했다. 3경기 동안 11실점했고, 그나마 노르웨이전에서 김진희가 유일한 골을 터뜨린 것이 위안거리였다. 그로부터 다시 월드컵 무대를 밟기 까지 12년의 세월이 걸렸다.
그동안 지소연을 비롯한 유망주들이 발굴됐고, 각종 세계대회에서 가능성을 내비쳤다. 그래도 한국여자축구의 저변은 여타 강호들과 비교했을 때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실제로 한국의 등록선수는 1785명에 불과하다. 이번 16강에 맞붙은 프랑스(8만 3000여명)와 비교해도 약 46배나 차이가 난다.
애초에 다윗과 골리앗 싸움이었지만 태극낭자들은 시종일관 투지를 잃지 않으며 종료 휘슬이 울릴 때까지 상대를 압박했다. 경기가 끝난 뒤 눈물 대신 서로를 부둥켜안으며 내일을 기약하는 장면도 인상적이다. 이제 막 걸음마를 뗀 한국 여자축구의 이번 16강전은 좌절이 아닌 밝은 미래를 향한 신호탄으로 평가하기에 충분하다.
©(주) 데일리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