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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은행 민영화 '못 파나 안 파나'


입력 2015.07.18 11:52 수정 2015.07.18 11:56        이충재 기자

매각방식 추진 '잠정연기'…정부 '헐값엔 못 팔겠다' 미뤄

우리은행 민영화가 내년으로 미뤄질 가능성이 높아졌다.(자료사진) ⓒ연합뉴스

우리은행 민영화가 제자리걸음이다. 금융위원회는 이달 중 매각방식을 정해 추진하기로 했다가 다시 ‘잠정 연기’로 멈춰 섰다. 금융권에선 2010년 10월 이후 번번이 무산됐던 민영화가 내년으로 미뤄질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민영화가 내년으로 넘어갈 경우 이번 정부 내에서 매각 작업이 불투명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궁여지책으로 특정 주주에게 경영권을 넘기지 않고 몇몇 주주에게 지분을 나눠 파는 과점주주 매각 방식도 거론되고 있다.

특히 정부는 회수하지 못한 공적자금 4조7000억원을 거둬들이려면 우리은행 주가가 주당 1만3500원은 돼야 한다는 계산이다. 현재 우리은행 주가는 9000원대로 손해를 감수해야 한다.

당장 우리은행의 주가순자산비율(PBR)은 6월 말 기준 0.37배로 신한금융(0.69배), KB금융(0.52배)에 비해 크게 못 미치고 있다. PBR이 낮을수록 저평가된 주식으로 받아들여진다.

이와 관련, 금융권 관계자는 “기다린다고 주가가 오르는 것은 아니다”며 “가능한 빨리 파는 것이 면피할 수 있는 방법일 것”이라고 말했다.

더욱이 금융권에서는 정부의 우리은행 민영화 의지에 대한 의구심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이미 주가가 떨어진 우리은행을 헐값에 팔지 않겠다는 셈법에 ‘못 파는게 아니라 안 판다’는 것이다.

금융전문가들은 정부가 매각을 늦추는 사이 우리은행의 투자가치는 더 떨어질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현재 4조7000억원에 달하는 공적자금의 이자만 매년 1000억원이 발생하고 있다.

정부에 휘둘리는 우리은행…"지배구조 바꾸지 않으면 생존위기"

무엇보다 우리은행 민영화를 가로막는 가장 큰 장애물은 ‘우리의 은행’ 본질이다.

국내 시중은행은 외적으론 각종 규제에 묶여 있고, 내적으론 관치에 비틀어져 있다. 우리은행의 사정을 들여다볼수록 구매의욕은 떨어진다.

특히 우리은행의 ‘모호한 정체성’은 인사철 마다 파열음을 만드는 원인으로 작용했다. 그동안 우리은행은 신임행장 취임때마다 통과의례처럼 낙하산 논란을 겪었고, 노조의 ‘출근저지 투쟁’이 반복됐다. “취임 첫날 은행장실로 걸어간 행장이 없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지난해 12월 이광구 행장이 차기 행장으로 내정됐을 때에도 ‘서금회’(서강금융인회) 논란으로 곤욕을 치렀다. 당시 우리은행 내부 출신이라는 명분에도 이 행장은 낙하산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우리은행이 은행법에 의해 설립된 시중은행이지만, 2001년 3월 우리금융 설립 이후 정부가 대주주인 ‘모호한’ 지배구조가 유지되면서 이런 장면이 되풀이된 것이다. 정치권의 입김에 휘둘리고, 물밑에선 부정과 부패가 엮일 수밖에 없는 구조다.

각종 금융사고와 특혜의혹 등 굵직한 사건마다 우리은행이 빠지지 않고 등장한 이유 역시 구조적 문제에서 비롯됐다는 지적이다. 이미 금융권에선 우리은행이 지배구조를 바꾸지 않고선 생존을 장담하기 어렵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

이와 관련, 금융권 관계자는 “론스타 사태 등으로 해외에서도 우리은행에 대한 시선이 좋지 않아 선뜻 투자에 나서지 못하는 분위기”라며 “제대로된 경영권을 돌려줄 생각을 해야 하는데 못 파는 게 아니라 안 파는 식이다”고 지적했다.

이충재 기자 (cjle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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