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령-파산' 8개월 만에 입 연 김준호 "혐의 벗으면..."
코코엔터테인먼트 파산 사태 이후 첫 심경고백
배임 혐의 '무혐의 확신'…후배들에게 거듭사과
"파산의 아이콘으로 불리고 있고 소송까지 걸려 있으니 사람 많은 곳에서는 웃을 수가 없더라고요."
개그맨 김준호(40)가 코코엔터테인먼트 횡령 및 파산 사태와 관련 복잡한 심경을 전했다. 모든 것을 잃을 위기 속에서도 누군가를 웃겨야 하는 아이러니한 상황. 김준호는 "광대는 언제나 광대여야 한다"는 사명감 하나로 버텨왔지만, 가슴을 짓누른 아픔을 완전히 숨기진 못했다.
김준호가 공동대표로 있는 코코엔터테인먼트는 지난해 11월 27일 김우종 공동 대표이사의 공금 횡령 및 도주로 힘겨운 8개월을 보내야 했다. 그렇게 시간이 흐른 지난 21일 서울 역삼동의 모처에서 기자들과 만나 그간의 심경과 진행 상황에 대해 털어놨다.
"최근 법원의 파산 결정으로 파산관재인이 (코코엔터테인먼트) 대표 대행으로서 역할을 하고 있어요. 연기자 미지급금은 6억 원 정도 되는데 일부만 줬을 뿐 다 지급하지 못한 상태입니다."
예능프로그램 속 밝은 모습과는 달리 가라앉은 목소리였지만, 모든 걸 내려놓은 탓인지 김준호의 마음은 오히려 편안해 보였다. 하지만 상처가 완전히 아문 것은 아니다. 돈을 받지 못한 후배들을 향한 안타까움과 아직 마무리 되지 않은 소송 건은 그의 어깨를 짓누른다.
김준호는 "제이디브로스에 가면 (김)대의 형한테 의리를 지키는 것 같지만 사람들로부터 욕을 많이 먹을 것 같다. 반대로 YG엔터테인먼트 같은 대형기획사를 가면 동료 연기자들로부터 욕을 많이 먹을 것이다"며 고민을 털어놨다.
그는 "코코엔터테인먼트의 폐업을 유도하고 김대희와 제이디브로스를 설립했다"는 오해를 언급하며 "사실 제안이 많이 있었다. 대형 기획사 대부분이 제안을 해왔다. (코코 엔터테인먼트 소속 연기자) 모두를 데리고 오라는 파격적인 제안도 있었다"고 고백했다.
하지만 김준호는 "내 스스로 어딜 들어갈 상황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또 누굴 데려올 수 있는 입장도 아니었다"며 제안을 뿌리칠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설명했다.
특히 지난 3월엔 코코엔터테인먼트 대표이사 권한대행을 맡았던 A 씨로부터 배임 혐의로 고소까지 당해 경찰 조사를 받는 처지에 놓여있다.
A 씨는 "피고소인 측의 일방적인 언론보도로 회사가 마치 이미 폐업 혹은 파산에 이르렀다고 잘못 알려졌다"며 "김준호 등으로 인해 회사, 채권자, 주주들이 입은 손해액이 상당액에 이른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김준호는 "무혐의가 나면 A 씨를 무고죄로 고소할까 고민도 해봤다"면서 억울해했다. 하지만 이 또한 자신이 짊어질 짐으로 받아들이기로 했다.
"지금은 (무고죄로) 고소하지 않는 게 낫겠다는 생각입니다. 사실 그 사람들도 일부 피해자라는 생각이 들고 오죽 했으면 그랬을까 하는 생각도 들어요. 오히려 사건을 빨리 마무리 짓고 잊고 싶은 마음뿐입니다."
한편 김준호는 김우종 대표와 관련해 "변호인과 사건을 조사하던 중 김우종이 과거 횡령 사건으로 집행유예 5년을 받았던 사실을 알게 됐다"면서 "집행유예 기간이었기에 이번에 잡히면 실형을 살아야 하는 상황이었다. 그래서 도주했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깜짝 폭로하기도 했다.
현재 김우종은 미국 영주권을 갖고 있는 만큼, 미국 어딘가에서 도피생활을 하고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피해액이 비교적 소액이기 때문에 인터폴이 수사에 나설 가능성이 사실상 없다고 들었어요. 전문가들은 김우종이 미국에서 범죄를 저질러 추방돼야 한국에 올 수 있을 거라고 얘기하더라구요. 아마도 못 잡을 가능성이 높을 것 같다고 들었습니다."
하지만 김준호는 충격 속에서도 "2~3월에는 정말 힘들었다. 세상에 복수하기 위해 얼굴이 빨개지기도 했다"면서 "하지만 걱정은 걱정이고 주위 동료들에게 피해를 줘선 안 된다는 생각이다. 아예 빠질 게 아니라면 더 열심히 해야 한다는 생각이다"며 프로다운 근성을 보였다.
김준호는 아픔을 잊기 위해 더욱 일에 매진하고 있다. 당장 다음달 28일부터 나흘간 열리는 부산국제코미디페스티벌(부코페, BICF) 집행위원장을 맡아 동분서주하고 있다.
사건 이후 사람들이 많은 곳에선 웃을 수 없게 됐다는 김준호는 "무혐의가 나면 가장 먼저 한화 이글스 야구 경기를 관람하고 싶다"는 말로 기나긴 어둠의 터널에서 벗어나고 싶은 간절한 마음을 에둘러 표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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