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앓이 새정치 "국정원 의혹, 새누리에 말려들었다"
이슈화 시도하지만 뾰족한 대책없고 간담회만
안철수 전문가라고 위원장 세웠지만 별무소득
새정치민주연합이 국가정보원의 불법 해킹 프로그램 구입 및 사찰 의혹 정국에서 좀처럼 주도권을 잡지 못하고 있다. 컴퓨터 백신 전문가인 안철수 전 공동대표를 당 특위 위원장으로 세우긴 했지만, 당장 안 위원장 외에는 전문 인력이 없는 데다 뾰족한 대책도 마땅찮은 상황이 지속되고 있어서다.
특히 지난 27일 여야 공동으로 외부 전문가가 참여하는 간담회를 열기로 한 것을 두고 새정치연합 일각에선 “새누리당에 완전히 말려들었다”는 자조섞인 목소리까지 나온다. 앞서 사망한 국정원 임모 과장이 삭제한 자료에 대한 의혹을 해소키 위해 각 당이 추천하는 외부 전문가들을 초빙하겠다는 목적이지만, 뚜렷한 대책이 없는 상황에서 여야 합동 간담회에 참석하는 것 자체가 ‘전략 미스’라는 지적이다.
국회 정보위원회 야당 간사인 신경민 새정치연합 의원도 이같은 우려를 의식한 듯 28일 원내대책회의에서 “어제 상임위 (전체회의)에선 삭제자료 복구에 일주일이나 걸린 이유, 카톡을 이 프로그램이 수집하지 못한 이유 등에 대해 자연스럽게 질문이 나왔고, 몇 가지 기술적 의문에 대한 답을 얻기 위해서 제한적으로 기술 간담회 갖자는 내용이었다”며 “이것은 현장조사나 현장검증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당 관계자는 간담회 등 여야 합동 행보 역시 결국 현장검증과 다를 바 없다고 내다봤다. 그는 “아예 그 자리에서 ‘이럴거면 아무것도 못 한다’고 확 자르고 선을 그었어야 하는데, 무슨 여야 간담회도 같이 하겠다는 건가”라며 “로그파일이고 뭐고 제대로 아는 사람도 없는데 가서 뭘 본다고 답이 나오나. 오히려 ‘이제 간담회 열어줬으니 됐지?’라는 식밖에 더 되겠나”라고 꼬집었다.
현재 국정원과 새누리당이 ‘보안 문제’를 근거로 정보 공개를 거부하는 상황에서, 안 위원장이 진상규명을 위한 최소 조건으로 제시한 ‘3대 선결 조건’이 받아들여질지도 미지수다. 전날 안 위원장은 의혹 해소를 위해 △로그파일 등의 자료제출 △최소 5명 이상의 전문가 참여 △1개월 이상의 시간적 여유를 보장받을 경우에 한해 “정보위에 참석하고, 필요하다면 백지신탁도 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이같은 조건을 제시한 안 위원장조차 정부·여당이 해당안을 수락할 것에 대한 기대는 거의 없는 상황이다. 실제 안 위원장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조사에 참여하는 전문가들은 여야의 추천을 받으면 신원조회를 거쳐 각서를 쓰고 참여해야한다”며 “이런 합리적인 요구에도 불구하고 전문가들을 못 믿겠다고 하면, 국정원은 이탈리아 사람은 믿고 대한민국 사람을 못 믿느냐고 반문하고 싶다”고 말했다.
아울러 전날 정보위 전체회의에서 국정원이 로그 기록 제출을 거부하고 새누리당도 “국정원이 로그 기록 제출을 처음부터 할 수 없다고 했다”고 주장한 것과 관련, 이춘석 새정치연합 원내수석부대표는 “여당 지도부가 의도적으로 거짓말 한 것이거나 여당 지도부조차 국정원과 여당 의원들에게 속은 것"이라며 "이대로는 신뢰를 바탕에 둔 협상을 이어가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으름장을 놨지만, 야당으로서는 협상을 근거로 한 압박 전략 역시 쓸만한 카드가 못 된다.
한편 신 의원은 전날 정보위를 두고 "여당이 말했던 준청문회는커녕 보통의 상임위원회 수준에도 미치지 못했다. 누군가가 자료 없는 상임위원회로 무력화시키겠다는 의도로 보인다”며 “로그파일 등 자료를 확보하기 위해서 어제 정보위는 무력하다는 것이 입증된 만큼 다른 방법을 찾아야 한다는 심각한 생각을 하고 있다”고 밝혔으나 이렇다 할 대책이 나올지는 미지수다.
이를 두고 수도권에 지역구를 둔 한 3선 의원은 “다른 방법이라고 해봐야 야당이 뭐 할 수 있는 게 있겠나”라며 “추경때는 추경에 확 쏠렸다가, 국정원 터지니 또 한번에 확 쏠렸다가, 뭐 하나 제대로 진득하게 잡고 가는 게 없다”고 지적했다.
©(주) 데일리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