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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숙함 탈피" 싹 바뀐 뮤지컬 '명성황후' 어땠나


입력 2015.08.08 07:07 수정 2015.08.08 07:26        이한철 기자

2대대적인 작품 변화-호화 캐스팅 눈길

세련미 더해 새로운 20년 가능성 제시

뮤지컬 '명성황후'는 20주년을 맞아 대대적인 변화를 가했다. ⓒ 에이콤

"초연 때에 비하면 절반 이상이 달라졌다."

윤호진 연출의 말이 실감난 무대였다. 시대 변화만큼 화려해지고 세련된 무대는 굳이 초연으로 거슬러 올라가지 않더라도 큰 변화가 있었음을 직감할 수 있었다.

우선 대본과 극 구성의 변화가 두드러진다. 기존의 다소 이해하기 어려웠던 용어들 대신 쉬운 용어들을 사용함으로써 관객 이해도를 높였다. 긴장감을 더하기 위해 장면들의 순서와 시간들도 재정비됐다.

또한 등장인물들의 캐릭터 변화를 통해 재미와 긴장감을 더했다. 무엇보다 명성황후를 지키는 호위무사인 '홍계훈 장군'은 명실상부 남자 주인공으로 비중이 강화됐다. '고종'은 우유부단한 왕의 모습에서 고뇌하는 대한제국 황제로서의 모습을 더욱 부각시켰다.

음악적 변화도 상당하다. 특히 홍계훈은 격상된 비중만큼 아리아가 보강됐고, 일부 다른 곡들도 수정하거나 새롭게 편곡했다.

무대와 영상 등에도 많은 부분에 걸쳐 변화가 있었다. 한국적인 소재와 음악, 무대는 여전히 살아 있지만 젊은 관객들, 특히 세계무대에서도 통할 수 있도록 조명과 영상, 무대 장치가 대폭 보강됐다.

디지털 영상은 극에 세련미를 더함과 동시에 등장인물들의 상황을 더욱 극적으로 표현해줬다. 무엇보다 경사 무대가 빠르게 회전하며 벌어지는 명성황후 시해 장면은 이 작품의 백미다.

'명성황후' 역으로는 김소현(사진)과 신영숙이 열연을 펼치고 있다. ⓒ 에이콤

다만 이전 공연에 익숙해진 관객들에겐 다소 낯선 측면도 적지 않다. 특히 캐릭터를 섬세하게 표현하거나 새로운 해석을 더하기보다는 외형적인 면을 업그레이드하는데 집중한 듯한 인상이 짙다. 또 화려하게 치장한 무대가 오히려 공연의 몰입도를 방해한 점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히로인인 '명성황후' 역은 김소현, 신영숙이 번갈아가며 연기한다. 두 배우는 명실공히 대한민국 최고의 뮤지컬 배우들이다.

김소현은 특유의 여성스러움으로 명성황후를 능숙하게 표현해낸다. 특히 마지막 넘버 '백성이여 일어나라'에서 보여준 카리스마는 김소현의 가치를 다시금 관객들의 뇌리에 각인시켰다. 신영숙 또한 관록의 연기로 관객들의 호평을 받고 있다.

남자주인공으로 위상이 올라간 '홍계훈' 역으로는 김준현, 박송권, 테이가 캐스팅돼 여심을 자극한다. 변화의 또 다른 축이 되는 '고종' 역에는 민영기가 캐스팅됐다. 이밖에도 '대원군'으로 다시 돌아온 이희정과 정의욱, '명성황후' 시해의 주범인 '미우라' 역으로 김법래가 합류한다.

한편, '명성황후'는 1980년대 연극 연출가로 잘 나가던 윤호진이 10년간의 미국 유학과 10년간의 작업 기간을 거쳐 1995년 명성황후 시해 100주기를 기념해 초연됐다. 서울에서만 21시즌, 428회 지방공연 등을 통해 대한민국 최초 1000회 공연 돌파(2009년), 대한민국 최초 130만 관객 돌파(2010년) 등 굵직한 기록을 남겼다.

뿐만 아니라 아시아 최초 브로드웨이, 웨스트엔드 진출, 미국 LA공연(2회), 캐나다 토론토 공연 등을 성공적으로 마치며 대한민국 뮤지컬의 우수성을 마음껏 과시했다.

그만큼 한국 뮤지컬의 시대를 구분하는 기준점으로 꼽히는 작품이다. 특히 올해는 광복 70주년인 데다, 명성황후가 시해된 지 120주년이 되는 해라 이번 공연이 갖는 의미는 더욱 각별하다. 다음달 10일까지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공연된다.

이한철 기자 (qur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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