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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심 표지에 네티즌 "폭력이 섹슈얼리티? 제정신? "


입력 2015.09.04 11:24 수정 2015.09.04 16:34        목용재 기자

외신조차 "역대 최악의 커버" 나라망신

최근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는 맥심코리아의 표지화보.
여성에 대한 강력 성범죄와 살인·사체유기 등 흉악범죄를 미화하는 듯한 표지사진을 게재한 남성 잡지 맥심코리아가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

이번에 문제가 된 맥심코리아의 9월호 표지사진에는 ‘악역 전문배우’로 유명한 김병옥 씨가 여성의 발목을 청 테이프로 묶어 승용차 트렁크에 실어 놓고 담배를 피우고 있는 모습을 담고 있어 흉악범죄와 여성에 대한 성범죄를 연상케 하고 있다.

국내외에서 비난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지만 여전히 맥심코리아 측은 공식 사과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맥심코리아 측이 운영하는 ‘맥심에디터’라는 페이스북 페이지에 지난달 20일 해당 사진을 올리며 “9월의 표지사진”이라고 소개했을 당시에도 네티즌들은 해당 사진에 대한 비난의 목소리가 쇄도한 바 있다.

지난달 21일 ‘Kwon*****’라는 아이디의 네티즌은 “이런 사진을 잡지에 싣고 표지로 내기로 하는 동안 수많은 사람들이 기획하고, 회의하고 의견을 냈을 텐데 아무도 뭔가 잘못됐다는 걸 못느꼈나”라면서 “납치당하면 기분 좋을 것 같나. 정말 그렇게 생각하나. ‘진짜 나쁜 남자는 바로 이런거다’ 라니요. 소름이 돋는다”고 불쾌감을 드러냈다.

‘강**’라는 페이스북 이용자도 “표지는 맥심의 얼굴이나 마찬가지인데 독자 입장에서는 저 표지를 통해 맥심이 나타내려고 했던 의도가 뭔지 모르겠다”면서 “이 표지에 대한 비판에 대해 표현의 자유를 운운하는 분들도 좀 그렇다”고 지적했다.

그는 “맥심에서 센스와 감각이 점점 사라져가는 것 같아서 진심으로 안타깝다”면서 “표현의 자유는 보장돼야 하나 분명 그 ‘선’은 조절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맥심을 좋아했던 사람으로서 앞으로 잡지를 잘 만들어 주길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최**’이라는 아이디의 페이스북 이용자도 “청테이프와 여성의 하얀 다리, 차트렁크는 모두 서로 연결되고 있고 어떤 테마를 떠올리게 하기 위한 의도된 장치 아닌가. 그것은 아마 범죄일 듯”이라면서 “왜 폭력이 섹슈얼리티와 연결돼야 하나. 상대방과 교감하고 소통하는 섹슈얼리티와 상대방을 파괴하는 폭력은 전혀 다른 영역”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어떤 이들은 그 둘이 같은 영역이라고 생각해서 우리나라에서 여성에 대한 납치, 강간, 살해 사건이 많은지 모르겠지만 이런 일을 겪어본, 혹은 앞으로 겪으리라 두려워하는 공포에 대해 일말이라도 생각해보고 화보를 제작했는지 묻고 싶다”고 말했다.

이 같은 여론의 반발에 맥심의 이영비 편집장은 “화보의 전체 맥락을 보면 아시겠지만 살인, 사체유기, 흉악범죄를 느와르 영화적으로 연출한 것은 맞으나 성범죄적 요소는 화보 어디에도 없다”면서 “성범죄를 성적 판타지로 미화한 바 없다. 범죄의 한 장면을 극적으로 표현한 것으로 봐주시면 감사하겠다”는 ‘억지해명’을 내놨다. 하지만 여론은 이같은 해명에 수긍하지 못하고 있는 모양새다.

이렇게 최근 논란의 중심에 선 맥심코리아의 표지화보에 대해 일상적으로 행해지는 여성비하의 태도가 그대로 드러났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특히 해당 화보에 대해 외신들도 비난의 목소리를 높이면서 ‘나라망신’이라는 자조 섞인 의견도 나온다.

이와 관련 이택광 문화평론가는 4일 YTN라디오 ‘신율의 출발 새아침’에 출연해 “맥심이라는 잡지 자체가 인식이 없다는 생각이 든다. 최근에는 세계적인 차원에서 페미니즘이 이슈가 됐기 때문에 사실 이번 문제들이 단순히 한국 내에만 머무는 것이 아니라 외국에서도 상당한 파장을 미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 평론가는 “어떻게 보면 나쁜 남자라는 콘셉트를 조롱하는 표지인데, ‘당신들이 나쁜 남자를 좋아하니까 진짜 나쁜 남자를 보여줄게’ 이런 셈”이라면서 “이것은 어떤 면에서 본다면 여성에 대한 조롱이다. 농담이 지나쳤고 이부분에 대해 사과를 해야 하는데 사과하지 않는 태도도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는 “표현의 자유 얘기가 나오는데 반인륜적이라든가 사회의 소수 약자를 향한 비하와 조롱이라고 하면 제한하지 않는 나라는 사실 없다”면서 “한국은 여성들에 대한 차별적 태도들이 있었는데, 이제 여성에 대한 정당한 지위를 인정하는 것은 세계적인 추세이고 사회의 가부장적인 부분들을 개선할 수 있는 제도·문화적 변화들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해외언론 역시 맥심코리아의 표지사진에 대해 거센 비판을 가했다. 영국의 잡지 코스모폴리탄UK는 “역대 최악의 커버”라는 혹평을 했고 맥심 본사 측도 “매우심각한 문제이며 강력히 규탄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목용재 기자 (morkka@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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