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대표 박주영, 이제는 정말 놓아줘야 되나요

고질적인 무릎부상 재발, 시즌 후 수술 고려

국가대표팀 재승선 가능성도 사실상 희박

국가대표 박주영, 이제는 정말 놓아줘야 되나요

국가대표팀 시절 박주영. ⓒ 연합뉴스

한 때 천재로 이름을 날렸던 선수. 사상 첫 원정 월드컵 16강과 올림픽 동메달 등 한국 축구의 영광에는 늘 함께 있었지만 이에 못지않게 ‘비운’이라는 꼬리표가 따라다녔던 선수, 바로 박주영에 대한 회고다.

‘현대오일뱅크 K리그 클래식 2015’ 29라운드 서울과 포항의 경기가 있었던 지난 9일 서울월드컵경기장. 경기 시작 한 시간 가량 남겨두고 받아든 양 팀 출전 선수 명단에는 박주영의 이름이 빠져 있었다.

팀의 주축 선수를 경기에 내보낼 수 없었던 사령탑 최용수 감독의 마음도 이날따라 무거워보였다.

최 감독에 따르면, 박주영은 최근 고질적인 무릎부상이 더 악화됐다. 선수가 부상 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한 것이 아닌, 계속해서 무릎을 쓰게 돼 악화될 수밖에 없는 안타까운 상태였다.

최 감독은 “수술 시기를 언제 가져갈지 고민 중에 있다”며 “아드리아노와의 콤비는 상대팀에 부담을 줄 수 있는 만큼 하루 빨리 복귀했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전했다.

이에 따라 자연스럽게 박주영의 국가대표 복귀는 한 발 더 멀어졌다. 아니 좀 더 정확하게 얘기하자면 이제 더는 대표팀에서 박주영의 모습을 보기 어렵다고 봐야한다.

박주영은 슈틸리케 감독이 대표팀 명단을 새롭게 발표할 때마다 항상 이름이 거론됐다. 슈틸리케의 황태자로 떠오른 이정협은 파괴력에서 다소 아쉬운 모습을 보였고, 김신욱은 대표팀만 들어오면 부진한 활약으로 아쉬움을 남겼다.

특히 이번 대표팀 소집 명단 발표를 앞둔 시기는 박주영이 연일 공격포인트를 기록하며 상승세를 타고 있던 시점이기도 했다. 이에 혹여나 슈틸리케 감독이 박주영을 선택하지 않을까란 기대감도 컸다.

그러나 슈틸리케 감독은 끝내 박주영을 외면했다. 이번 라오, ·레바논과의 월드컵 예선 2연전을 통해 석현준(비토리아)이 새로운 원톱 자원으로 떠올랐고, 신예 황의조(성남 FC)가 활약하면서 더는 기회가 주어지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 고질적인 무릎부상이 재발한 이상 박주영 본인도 대표팀에 욕심을 내기 힘들어 보인다.

다만, AS 모나코 시절 병역 기피 의혹과 브라질 월드컵에서의 부진 등 늘 논란의 중심에 있었던 박주영이었기에 다시 한 번 대표팀에서 마지막 기회를 잡아 명예롭게 후배들에게 자리를 넘겨주고 떠나는 모습을 보지 못하는 점은 다소 아쉽다.

과거 K리그에서 좋은 모습을 보이고 있던 박주영에게 대표팀 재승선에 대한 생각을 물었더니 특유의 무덤덤한 말투로 “대표팀에 대한 욕심은 없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언뜻 들으면 국가대표라는 영광스러운 자리에 대한 욕심이 없다는 발언은 다소 맥이 빠질 수도 있다. 그러나 지난 포항과의 경기에 무릎부상으로 나서지 못한 박주영을 보면서 어쩌면 지금 이 순간 가장 안타까운 이는 선수 본인일 것이다.

다시 국가대표 유니폼을 입는 박주영의 모습을 보는 것은 점점 희박해보이지만 K리그에서 건강한 모습과 활약만큼은 계속해서 볼 수 있길 축구팬들은 바라마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