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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이 아닌 방송국에서 돈을 만든다고?


입력 2015.09.16 16:03 수정 2015.09.16 17:05        이충재 기자

기재위 국감, 2년 반동안 방송국서 제작한 위조지폐 127억원

지난해 한국은행 본점에서 현금 유동성 확보를 위한 추석 자금 방출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자료사진) ⓒ데일리안

<돈의 맛>, <도둑들>, <기술자들>, <타짜>….

영화 속 등장하는 거액의 돈다발은 모두 진짜 지폐일까.

실제 영화와 드라마에 나오는 돈다발을 연출하기 위해 한국은행이 아닌 방송국에서 ‘지폐’를 주문 제작한다. 촬영용으로 위조지폐를 만들기 위해서는 한국은행으로부터 ‘화폐도안 이용승인’을 받아야 한다.

특히 최근 2년 반 동안 이 같이 촬영용으로 제작한 위조지폐가 127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허술한 관리로 인해 배우가 방송용 위조지폐를 시중에서 부정사용하는 경우도 있었다.

16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심재철 새누리당 의원이 한국은행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최근 2년 반 동안 촬영용으로 만든 위조지폐는 127억원이었다.

지금까지 방송국이 가장 큰 규모로 제작한 위조지폐는 지난 2013년 2월 찍어낸 40억원(옛 1만원권 40만장)이었다. 당시 40억원의 위조지폐는 한 달 뒤 전량 폐기됐다. 한국은행은 개인정보 유출 우려 등을 이유로 해당 방송국과 프로그램명은 밝히지 않았다.

2013년 이전 위조지폐, 어디에 얼마나 있는지 파악 안돼

한국은행의 화폐도안 이용승인 기록부에 따르면, 현재 방송국 창고에 쌓인 위조지폐는 48억4000만원으로 추정된다.

방송국에서 제작비 절감을 위해 한번 만든 위조지폐를 폐기하지 않고 계속 승인 연장 해가며 재활용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 2013년 3월에 제작된 3억원, 2014년 4월에 제작된 10억원, 올해 6월에 제작된 30억원의 위조지폐가 현재 승인연장 된 상태다.

더욱이 화폐도안 이용 승인 기록부가 2013년 2월부터 작성되기 시작해 그 전에 만든 위조지폐 규모와 보관 장소 등은 파악되지 않고 있다. 사실상 방송용 위조지폐는 한국은행의 관리 사각지대에 놓인 셈이다.

이에 지난 6월에는 TV 드라마에서 카지노 지배인 역을 맡은 단역 배우가 방송용 위조지폐 30만원 어치를 몰래 챙겨 나와 시중에서 부정사용한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 심 의원은 “방송과 영화 소품으로 제작된 수십억원의 지폐가 시중에서 부정사용될 경우 통화질서에 심각한 혼란을 줄 수 있다”며 “한국은행은 위조지폐가 폐기될 때까지 감시에 소홀하지 말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충재 기자 (cjle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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