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시즌 준우승 유벤투스에 안방서 패
조별리그서 유독 대진운 따르지 않아
맨체스터 시티는 의심할 나위없이 현재 EPL을 대표하는 강팀중 하나다. 최근 4년간 리그 우승만 두 번이나 차지했다. 하지만 '집밖'에만 나가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유럽 강자들의 진검승부인 챔피언스리그에서 맨시티는 번번이 작아진다.
맨시티는 16일(한국시간) 유벤투스와의 D조 1차전에서 1-2로 패했다. 조르지오 키엘리니의 자책골로 먼저 앞서가고도 마리오 만주키치와 알바로 모라타에 연속골을 내주며 무너졌다.
유벤투스는 지난해 이탈리아 챔피언이자 챔피언스리그에서도 준우승을 차지한 강호다. 그러나 지난 시즌 이후 주력 선수들의 대거 이탈 속에 올시즌 세리에 A에서도 1무 2패에 머물며 부진한 초반 행보를 보이고 있었다. 리그 5연승 무실점의 독주를 이어가던 맨시티가 이기지 못할 상대는 아니었다. 더구나 이날 경기는 맨시티의 홈에서 열렸다.
하지만 맨시티의 UCL 징크스는 쉽게 깨지지 않았다. 공교롭게도 챔스 1차전을 앞두고 주력 선수들이 줄줄이 부상에 시달린 것도 맨시티에게는 불운이었다. 지난 크리스털 팰리스와의 리그 경기에서 부상으로 아웃된 아게로가 이날 선발명단에서는 제외되어 후반 막판 교체로서만 잠깐 출전했고, 다비드 실바와 라힘 스털링 등도 정상 컨디션이 아니었다.
챔스만 나가면 번번이 죽음의 조에 길리는 불운한 대진운도 맨시티의 징크스에 한 몫을 담당했다. 신흥강호인 맨시티는 시드 배정을 결정하는 UEFA 클럽 랭킹 포인트나 리그 랭킹에서 번번이 손해를 봤다. 톱시드를 차지해야할 맨시티가 줄곧 2번 시드로 밀리다보니 맨시티가 들어가는 조가 항상 죽음의 조가 되어버리는 현상이 발생했다.
맨시티의 역대 조 편성을 살펴보자. 본격적으로 UCL 무대에 참여하기 시작한 2011/12시즌 바이에른 뮌헨- 나폴리- 비야레알과 한 조를 이룬 것을 비롯하여, 2012/13시즌에는 도르트문트-레알 마드리드-야약스, 2013/14시즌 뮌헨-모스크바-빅토리아 플젠, 2014/15시즌에는 뮌헨-AS로마, 모스크바 등과 한 조에 배속되었다.
독일축구의 절대강자 뮌헨과 조별리그에서만 무려 세 번이나 한 조에 편성됐다. 나머지도 하나같이 유럽을 대표하는 명문이거나 챔피언스리그 경험이 풍부한 강팀들 일색이었다. 그나마 상대적으로 가장 무난했던 2013/14시즌에는 조 2위로 힘겹게 16강에 진출했으나 토너먼트에서는 하필 첫 판부터 최강 바르셀로나를 만나 완패했다. 16강은 아직까지 맨시티의 챔스 역대 최고성적으로 남아있다.
물론 진정한 강팀이라면 이런 악재로 극복하고 실력을 증명할수 있어야한다. 하지만 맨시티는 강팀과의 정면 대결에서 끈끈한 모습을 보이지 못했다. 강팀을 상대하거나 팀 전력이 최상이 아닌 상황에서 위기를 타개할 전술적 유연성이 떨어진다는 약점은, 로베르토 만치니 전 감독 시절부터 지금의 마누엘 페예그리니 감독 체제에서도 여전하다. 안방 호랑이의 면모만으로는 맨시티가 유럽무대에서 살아남기 힘든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