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래소·예탁결제원 등 이전 기관 등골 빼먹는 기재부와 부산시
김기식 의원 "기재부와 민간 협회 행사 후원 명목으로 5000~7000만원씩 공기업에 할당"
"부산시, 부산 이전 공공기관에 행사 주관, 비용 부담 순번제 지정 지적"
한국거래소와 한국예탁결제원 등 부산 소재 금융공공기관들이 '지역경제 활성화를 통한 국토의 균형발전'이라는 공공기관 지방이전의 본래 취지와는 달리, 기재부 및 부산시 등의 행사에 동원돼 비용만 부담해주는 소위 '물주' 취급을 받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새정치민주연합 김기식 의원이 부산소재 금융공공기관과 한국거래소로부터 제출받은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부산시 소재 6개 금융공공기관 등(거래소, 예탁결제원, 한국자산관리공사, 한국주택금융공사, 기술신용보증기금, 대한주택보증)은 기획재정부와 '사단법인 한·중남미협회'의 후원 요구에 따라, 지난 3월 한·중남미협회에 기관당 5000~7000만원씩 합계 3억2200만원의 기부금을 집행했다.
기획재정부는 올해 1월 대한주택보증 등 5개 기관에 발송한 공문에서 문화행사 후원, 기념품 및 유니폼 제작 협찬, 고위 임원의 주요 행사 참석을 요구한 것으로 밝혀졌다.
기재부가 후원을 요구한 ‘문화행사’는 중남미 영화제, 중남미 사진전, 라틴댄스 경연대회, 중남미 문화강좌, 한-중남미 음식체험전 등이었다.
사단법인 한·중남미협회에서 3월경 6개 기관에 재차 발송한 공문에서는 후원 요구 사항이 더욱 구체화돼 사진전 등 문화행사의 ‘분담금’ 명목으로 한국거래소 7000만원, 기술신용보증기금 5200만원, 한국자산관리공사·한국예탁결제원·대한주택보증·한국주택금융공사 각 5000만원을 할당해 협회에 기부할 것을 요구했으며, 6개 기관은 결국 이 할당된 금액대로 ‘분담금’을 납부했다.
김 의원은 "기재부 등이 공공기관으로부터 행사비용을 제공받는 것을 얼마나 당연하게 여겼으면, 협회에서 협찬·후원 요청이 아니라 당초부터 ‘분담금 납부 요청’이라고 명시해서 공문을 발송했나"라며 "게다가 해당 협회의 홈페이지에서 2012년, 2014년 기부금 사용 내역을 공개한 것을 보니 너무나 부실해 공공기관들로부터 받은 기부금이 제대로 사용했지는도 확인이 힘들 정도"라고 지적했다.
특히 부산시에서 3월 개최한 ‘부산혁신도시 이전공공기관 환영 및 비전선포식’도 이전공공기관에 행사 비용 부담을 전가한 대표적인 사례로 지목됐다.
김 의원은 이어 "부산시에서 작성한 문건에 따르면 해당 행사는 부산시로의 이전을 축하(환영)하고, 이전기관의 발전과 지역사회공헌 제시를 위해 개최된 것이지만 실제 행사를 주관하고 비용을 부담한 것은 이전을 환영받아야 할 당사자인 한국예탁결제원인 것으로 확인됐다"고 꼬집었다.
실제로 예탁결제원이 행사 주관을 위해 부담한 비용은 벡스코 대관료 340만원과 웨스틴 조선호텔의 케이터링 비용 1020만원 등 1360만원 가량이다.
이외에도 부산시가 부산지역 기관장 모임을 주도한 부산혁신도시 공공기관장 협의회, 부산 금융중심지 발전협의회, 부산 금융산업 발전협의회, 부산금융인 정보교환협의회 등 공공기관장이 회원으로 있는 성격이 비슷한 모임이 여러 개 운영되고 있다는 점도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김 의원은 "기관 이전 지원과 혁신도시 발전, 지역사회 연계를 위해 2012년 11월 1일 발족한 ‘부산혁신도시 공공기관장 협의회’와 올해 1월 발족한 ‘부산 금융중심지 발전협의회’가 부산시가 공공기관들을 ‘집합’시키는 용도로 활용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지방자치단체나 기획재정부가 이렇게 공공기관을 봉 취급하고 행사 비용 부담을 요구하면서, 어떻게 공기업의 방만경영을 문제삼을 수 있겠나"라며 "공공기관 지방이전 사업의 본래 취지를 퇴색케 하는 고질적인 관행이 사라져야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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