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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돌린 문재인 안철수, 향한 곳은 ‘박원순 바라기?'


입력 2015.10.21 10:17 수정 2015.10.21 10:22        이슬기 기자

안철수, '문재인 없이' 박원순 등 야권 유력 주자들 모아 토론회

문재인, 서울시와 업무 협약하고 친분 강조 "서울시 잘하고 있다"

야권 잠룡인 문재인 새정치연합 대표, 박원순 서울시장, 안철수 새정치연합 전 대표가 미묘한 관계 양상을 보인다.(자료사진)ⓒ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홍효식 기자

당 혁신 문제로 완전히 갈라선 새정치민주연합 전·현직 두 대표의 눈이 같은 곳을 향하고 있다. 혁신위원회 활동 당시부터 공천개혁안과 현역의원평가 방안 등 사사건건 날을 세우며 서로를 ‘반(反)혁신’, ‘해당행위’로 규정하면서도, 야권 잠룡 모임인 희망스크럼에 함께 몸 담은 박원순 서울시장에는 적극적으로 구애하며 ‘박원순 바라기’를 자처하고 나섰다.

먼저 러브콜을 보낸 건 안 전 대표다. 그는 앞서 지난달 국회에서 ‘안철수의 공정성장론’ 중간보고 토론회를 열고, 박 시장을 비롯해 김한길 전 공동대표와 박영선 전 원내대표 등을 초청했다. 사실상 문 대표를 제외한 야권 잠룡과 유력 인사들을 한 자리에 불러모은 것이다. 아울러 당내 비노계로 분류되는 비주류 의원들도 대거 모습을 드러내면서 이날 참석자들의 면면부터 주목을 받은 바 있다.

당시 무소속 천정배 의원 등을 중심으로 신당·분당 바람이 거센 데다 당 혁신위가 비주류 측의 거센 비판과 함께 활동 마무리 단계에 접어든 시기였던 만큼, 이날 토론회는 곧바로 ‘비 문재인 모임’ 아니냐는 추측이 나왔다. 실제 이날 발표자로 나선 장하성 고려대 교수는 토론회에 앞서 네 사람이 나란히 사진을 찍는 모습을 언급하며 “이거 ‘안철수·박원순·박영선 손잡다’ 맞죠?”라는 농담을 던졌고, 참석자들 사이에서도 ‘뼈 있는’ 웃음이 터져나왔다.

이 자리에서 안 전 대표는 자신의 경제성장방안인 공정성장론을 소개하면서 “정부가 기업의 임금 인상을 강제할 수 있어야 하는데, 소득주도성장론으로는 그 수단이 부족하고 불충분하다”고 주장했다. 이는 문 대표가 그간 경제담론으로 여러차례 소개해온 소득주도성장론의 한계를 정면으로 지적한 것이다. 특히 안 전 대표의 이같은 주장에 대해 박 시장은 “안 의원 입장에 100% 공감했다는 게 오늘 결론”이라며 힘을 실었다.

반면 같은 달 15일 혁신안 의결을 위한 당 중앙위원회를 하루 앞두고 문 대표와 만난 안 전 대표의 반응은 싸늘했다. 앞서 문 대표가 정권교체를 위해 야권 대선주자들 간 소통의 장을 만들자며 제안한 희망스크럼이 무색하리만큼 별다른 진척이 없었고, 결국 안 전 대표는 중앙위 연기를 요구하며 불참했다. 중앙위에 참석한 박 시장 역시 "우여곡절도 많고 혼란도 있지만 당이 통합으로 나아가야 한다"면서도 표결은 하지 않은 채 자리를 떠나기도 했다.

이에 문 대표도 ‘박원순 잡기’에 나섰다. 20일 서울시가 추진하는 ‘제조형 창업지원·육성을 위한 업무 협약식’에 참석한 문 대표는 박 시장과 함께 용산 나진상가를 방문, 청년 주거 문제 등을 논의하는 과정에서도 서로를 추켜세우며 친분을 드러냈다.

문 대표가 “박근혜 대통령과 정부가 서울시가 하는 일을 잘 따라하면 창조경제가 활성화될 것”이라며 박 시장을 연신 칭찬하자, 박 시장도 변호사로 근무했던 경력을 소개한 뒤 “문 대표님과 같이 사법연수원 동기였다”며 각별한 사이임을 강조했다. 또 두 사람은 함께 스크린을 보며 드론을 날리를 모의시험을 하는 과정에서도 칭찬을 아끼지 않았고, 문 대표는 창업 실패 뒤 지원 문제를 거론하며 “서울시가 잘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일단 박 시장은 냉랭한 두 사람 사이의 ‘가교 역할’을 자처하며 적정 거리를 두고 중심을 잡겠다는 입장이다. 그는 지난 13일 라디오에 출연, '문 대표와 안 전 대표가 계속 부딪히고 있는데, 두 사람 사이 다리 역할을 할 수 있나'라는 질문에 “할 수 있다면 그런 일 정도는 하겠다”며 “지금 새정치연합 내부 갈등이 심각하다. 이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제가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면 도울 생각”이라고 밝혔다.

다만 안 의원 측은 다소 시큰둥한 모습이다. 박 시장의 이같은 발언에 대해 안 의원 측 관계자는 "물론 박 시장 본인이 그런 역할을 하시겠다고 의지를 보일 수는 있는 부분"이라면서도 "지금 당내 현역 의원 80여명이 (오픈프라이머리 도입을 위해) 직접 서명을 한 것도 이렇게 반영이 안 되는데, 시간이 좀 걸리더라도 문 대표가 당내 의견을 존중하는 과정을 거쳐야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안 전 대표도 이제 정치적인 기본기를 어느정도 다졌고, 본인의 확고한 정치적 소신이 있기 때문에 이런 부분이 해결 될 때까지는 꾸준히 목소리를 낼 것"이라며 "늦어도 총선 전까지는 해결돼야하지 않겠나. 79명의 목소리라면 대표도 다시 생각을 해보셔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슬기 기자 (wisdom@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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