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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묵하던 새누리 '소장파' 국정화 반대로 '헤쳐모여'?


입력 2015.10.25 09:55 수정 2015.10.25 09:56        전형민 기자

역사교과서 국정화 두고 수도권 소장파 공개적 반란, 속내가...

역사교과서 국정화에 반대한 새누리당 소장파(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정의화·정병국 의원, 남경필 경기도지사, 박민식·김용태·정두언 의원 ⓒ데일리안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둘러싼 새누리당 내부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최근 당내 소장파들을 중심으로 공개적으로 ‘국정화’에 반대하거나 정부의 일방적인 추진 방식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잇따라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이를 두고 정치권에서는 당내 공천룰 전쟁에서 칼을 ‘뽑다 만’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에 실망한 소장파가 정부의 무리한 ‘국정화교과서’추진을 새로운 결집을 도모하는 구심력의 제물로 활용하는 것이라는 해석이다. 특히 이들은 전부 수도권이거나 부산·경남(PK) 출신으로 당내 주류인 대구·경북(TK)과의 대결구도를 만드는 것이 아니냐는 추측도 나온다.

국정화 반대의 시작은 지난 15일 한 라디오에서 발언한 정두언 의원이다. 3선 의원인 정 의원은 역사교과서의 국정화를 ‘시대에 역행하는 일’로 규정하고 “갑자기 획일적, 독점적으로 하겠다는 것은 잘못”이라며 당내에선 처음으로 ‘국정화’를 공개 반대했다.

이튿날인 16일에는 부산시당 위원장인 박민식 의원이 “원칙적으로는 (국정교과서가) 바람직하지 못하다”고 주장했다. 박 의원은 이날 한 라디오에 출연해 “국정교과서 검정 체제로 인해 생긴 편향된 역사교과서를 바로 잡자는 취지에서 나온 고육지책(苦肉之策)”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박 의원에 이어 19일엔 서울시당 위원장인 김용태 의원이 목소리를 높였다. 김 의원은 이날 오전 한 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정부가 국정화라고 미리 방향을 제시하니까 나머지 이야기를 하기 매우 어려운 형국이 됐다”며 “일부 편향된 교과서를 바꾸는 방법이 과연 국정화 하나밖에 없을까? 국민의 지지를 받는 방향으로 문제를 풀었어야 했다”며 역사교과서 국정화에 부정적인 생각을 밝혔다.

김 의원은 특히 수도권 여론을 거론하며 “서울 같은 경우에는 30~40대를 중심으로 (노동개혁이) 마치 모든 국정의 전부인양 나라를 들었다 놨다하더니만 어디갔느냐”며 “도대체 집권세력으로서 무책임한 거 아니냐는 이야기를 하고 있다는 점에 우리가 귀 기울여야 될 것 같다”고 주장했다.

김 의원의 바통을 이은 것은 남경필 경기도지사다. 4선 의원인 남 지사는 같은 날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역사교과서의 국정화에는 반대한다”며 정부의 역사교과서 국정화에 직격탄을 날렸다. 그는 “문제 있는 검정교과서로 배우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지만 그렇다고 국정교과서로 배우는 것도 바람직하지는 않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남 지사는 “부모님과 학생들의 선택권이라는 힘을 모을 수 있을 만큼 우수한 교과서를 만들어내는 게 중요하다”며 “합리적 우파들이 그런 교과서를 만들어내 시장에서 채택되게 해야 한다”고 교과서의 자율화를 강조했다.

남 지사와 함께 과거 남·원·정으로 불리며 소장파를 자처하는 정병국 의원도 지난 20일 “역사교과서의 왜곡, 편향은 잘못됐고 바로잡아야 하지만 그 방법에 있어서 국정교과서는 답이 아니라고 본다”며 “올바른 역사를 가르치는 이유는 국론을 통일하기 위해서인데, 오히려 국론을 분열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급기야 같은 날 부산의 5선 의원이자 국회의장인 정의화 의장도 역사교과서 국정화에 부정적인 의견을 드러냈다. 정 의장은 “국정이냐 검정이냐의 문제보다 논의하고 진행되는 과정에서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절차를 제대로 밟아줬으면 하는 아쉬움이 컸다”고 평가했다.

정 의장은 “국정교과서 이야기 때문에 또 다른 분열이 생기고 낙인찍기가 생기고 내년 4월 총선을 의식해 얘기하는 것들을 보고 참담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라며, 박 대통령에게 “통합을 이끌어내는 쪽으로 정책을 이끌어줬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각계 시민사회단체 대표들과 참석자들이 19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국정교과서 사태에 즈음한 시민사회 시국선언에서 '국정교과서' 라고 씌여진 띠를 눈에 두른 뒤 역사교과서 국정화 추친 반대를 촉구하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효식 기자

이를 두고 정치전문가인 김용철 부산대 교수는 “정부의 ‘역사교과서 국정화 드라이브’에 반대 목소리를 내는 이들이 비박계이자 비주류라는 것이 주목할 점”이라며 “총선을 앞두고 구심점을 필요로 하는 비박계, 비주류가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구심점으로 삼은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 교수는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문제제기 한다고 해서 당내 비주류가 크게 이득을 볼 것은 없다”며 “강성발언을 통해 집단적인 결집력을 과시해 총선 국면을 유리하게 끌고 가기 위한 하나의 집단을 형성하려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새누리당의 한 의원도 ‘데일리안’과의 통화에서 사견을 전제로 “결국은 총선을 내다본 행동이 아니겠느냐”고 말해 이 같은 의견에 힘을 더했다.

전형민 기자 (verdant@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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