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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르담드파리' 영광·행운, 그리고 삶의 일부(인터뷰)


입력 2015.10.28 08:00 수정 2015.11.02 08:55        이한철 기자

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프랑스 뮤지컬

신구 조화로 더 완벽해진 무대 선보여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의 주역 5인방이 라운드 인터뷰를 갖고 한국 공연에 대한 소회를 밝혔다. ⓒ 마스트 엔터테인먼트

명품 공연엔 명품 배우 있다

그간 한국에 상륙한 많은 뮤지컬들이 '오리지널팀'이란 이름으로 한국 관객들을 현혹해왔다.

이 가운데는 빼어난 실력과 완성도 높은 무대로 호평을 받은 경우도 있지만, 국내 라이선스 공연에도 미치지 못하는 배우들의 가창력과 연기, 조악한 무대로 혹평을 받은 경우도 적지 않았다. 실제로 브로드웨이나 웨스트엔드에서 메인으로 활약한 배우들이 내한한 경우는 드물었고, 이 때문에 ‘무늬만 오리지널팀’이란 지적이 나오곤 했다.

하지만 프랑스 3대 뮤지컬로 손꼽히는 '노트르담 드 파리'엔 의심을 거둬들여도 좋다. 이 작품의 상징과도 같은 배우들이 매번 한국을 찾아왔고, 이들은 늘 명성에 걸맞은 무대로 관객들을 매료시켰기 때문이다. 10월 막을 올린 앙코르 공연 또한 마찬가지다.

이는 이 작품에 대한 프랑스인들의 범국민적 사랑과 자부심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그도 그럴 것이 '노트르담 드 파리'는 프랑스 대문호 빅토르 위고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프랑스의 전설적인 극작가 뤽 플라몽동과 유럽의 대표적인 작곡가 리카르도 코치안테가 완성한 작품이다.

1998년 초연 이후 프랑스 내에서만 400만 관객을 동원한 것은 물론, 세계 16개국에서 1200만 명이 관람했을 만큼 큰 성공을 거둔 전설적 작품이다. 뮤지컬을 넘어 아름다운 예술작품으로서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맷 로랑은 '노트르담 드 파리'의 콰지모토로 1000회 이상 무대에 오른 베테랑이다. ⓒ 마스트 엔터테인먼트

"인생의 3분의 1이 콰지모토. 이젠 삶의 일부"

그만큼 배우들의 자부심도 대단했다. 최근 공연이 열리는 블루스퀘어 삼성전자홀 VIP룸에서 만난 배우들은 "크나큰 행운이자 영광"(맷 로랑·콰지모토 역)이라며 "출연 제안은 감히 거절할 수 없는 것이었다"(제레미 아멜린·페뷔스 역/스테파니 베다드·에스메랄다 역)고 입을 모았다.

특히 '노트르담 드 파리'는 지난 2005년 첫 내한공연과 앙코르 공연을 통해 19만 관객을 끌어 모으며 한국에 유럽 뮤지컬 열풍을 몰고 왔다. '노트르담 드 파리'가 있었기에 '로미오 앤 줄리엣'이 있었고 '엘리자벳'과 '모차르트!' 같은 작품들의 보다 빨리 국내에 연착륙할 수 있었다.

'노트르담 드 파리'의 성공 덕분에 콰지모도를 연기하는 맷 로랑도 유명세를 톡톡히 치렀다. 이제는 잊을 만하면 다시 돌아오는, 한국 뮤지컬 팬들에게 옆집 아저씨처럼 친근한 존재가 됐다. 물론, 그에게도 한국 관객들은 남다른 의미와 감동으로 다가온다.

"한국 공연을 하면서 놀란 건 눈물을 보이는 관객들이 있다는 거예요. 저는 불어로 노래를 하지만 한국 관객들이 이를 받아들이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됐죠. 한국 관객들에게 감동을 선사하는데 기여했다는 자체가 큰 영광이었죠."

1999년 이후 콰지모토 역만 16년간 1000회 이상 소화한 그는 "내 인생의 3분의 1을 '노트르담 드 파리'와 함께했으니 내 삶의 일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것 같다. 연기, 앨범, 쇼 등 제 모든 활동에 영향을 끼쳤다"고 강한 애착을 보였다.

하지만 맷 로랑은 "오랜 시간 함께했다고 해서 더 수월한 것은 아니다"며 남다른 프로 의식을 전하기도 했다. 매일 컨디션이 다르지만 항상 높은 수준의 공연을 선보여야 하기 때문이다. "제가 연기하는 콰지모도는 육체적, 정신적으로도 힘든 역할인데, 고난도의 노래를 두꺼운 의상을 입고 소화하기란 결코 쉽지 않아요."

한편, 연출가 질 마으로부터 "이번 공연의 콘셉트, 의상이나 배우의 음색 등이 초기 버전과 가장 흡사하다"는 칭찬을 받았다고 자랑한 맷 로랑은 가장 좋아하는 곡으로는 '아름답다(Belle)'와 '춤을 춰요, 나의 에스메랄다(Danse mon Esmeralda)'을 꼽았다.

'아름답다'는 '노트르담 드 파리' 넘버들 가운데 가장 먼저 작곡된 곡이다. 맷 로랑은 "극 중 모든 출연진이 함께 모여 사건의 시작을 알리는데, 작품의 본질이 가장 잘 드러나는 장면"이라고 설명했다. 또 "콰지모도와 에스메랄드의 비극성이 절정으로 치닫는데, 그 속에 녹아있는 감동이 아주 진하다"고 '춤을 춰요, 에스메랄다'를 꼽은 이유를 설명했다.

루크 메빌(왼쪽)은 '노트르담 드 파리'가 전 세계적인 사랑을 받는 이유로 각 캐릭터가 지닌 가치를 꼽았다. ⓒ 마스트 엔터테인먼트

"다양한 가치의 조화, 마치 무지개처럼"

리샤르 샤레스트는 1999년 '노트르담 드 파리'에 합류한 후 400회 이상 페뷔스만을 연기했지만 2005년 한국 공연을 기점으로 그랭구와르로 승승장구하기 시작했다.

샤레스트는 "페뷔스 역도 물론 마음이 가는 배역이었지만, 시인 그랭구와르에 더 끌린다"면서 "그랭구와르는 '노트르담 드 파리'의 모든 인물을 이어주는 연결고리이자 내레이터로, 극 전체를 이끌어가는 역할이다"고 자부심을 드러냈다.

루크 메빌은 1998년 초연부터 2001년까지 클로팽 역을 무려 800회 이상 소화한 베테랑이지만 한국 공연은 이번이 처음이다. 잠시 무대를 떠나 있기도 했지만, 오랜 경력답게 캐릭터에 대한 높은 이해도와 남다른 해석으로 작품의 질을 한 단계 끌어 올린다.

특히 그는 무대를 떠나 있는 동안, 국제기구에서 일하며 불법 이민자들이 어떻게 생활하고 있는지 직접 볼 기회가 있었다. 이 경험이 "불법 이민자인 집시들의 왕 클로팽 연기를 하는데 자양분이 됐다"고 설명했다.

또 루크 메빌은 '노트르담 드 파리'가 국경을 넘어 사랑받는 이유로 "전 세계에서 통용되는 가치를 대변하는 작품이기 때문"이라는 소견도 곁들였다. 국적에 상관없이 무지개를 사랑하듯, '노트르담 드 파리'가 사랑받고 있다는 것.

"콰지모도는 추함과 아름다움에 대한 질문을 던지고, 신부 프롤로를 통해 금지된 사랑에 대한 근본적인 생각을 하게 해요. 이처럼 각 등장인물이 상징하는 가치들이 조화를 이루는데, 이는 다양한 색깔이 조화를 이뤄 만들어진 아름다운 무지개와 같아요."

제레미 아멜린(왼쪽)과 스테파니 베다드는 프랑스에서도 가장 핫한 신예다. ⓒ 마스트 엔터테인먼트

베테랑과 신예, 완벽한 조화

실력 있는 신예들의 합류로 인한 신구 조화도 돋보인다. 페뷔스를 연기하는 제레미 아멜린은 프랑스 버전 '아메리칸 아이돌'인 '스타 아카데미 5' 결승 진출자로 현재 프랑스에서 다양한 무대에 도전하며 떠오르고 있는 배우다. 한국 공연은 이번이 처음이다.

제레미 아멜린은 "작곡가 리카르도 코치안테가 새로운 페뷔스 역을 찾기 위해 블라인드 테스트를 진행했는데, 영광스럽게도 저에게 연락이 왔어요. 그 제안은 감히 거절할 수 없는 것이었다"고 캐스팅 당시를 떠올렸다.

"가수의 꿈을 키워준 작품"인 만큼 역대 최고의 페뷔스가 되기 위한 노력도 게을리 하지 않고 있다. 그는 역대 페뷔스들 가운데 최초로 금발로 등장한다거나, 부드럽고 로맨틱한 내면을 부각시키는 등 차별화된 모습을 보여주는데 주력하고 있다. 이 같은 시도 덕분에 어느덧 관객들에겐 제레미 아멜린만의 '페뷔스'가 각인되고 있다.

에스메랄다를 연기하는 스테파니 베다드는 지난해 프랑스 뮤지컬 최고 히트작인 '로빈훗'의 마르안느 역으로 프랑스 최고 뮤지컬 스타로 떠오른 핫한 배우다. 무려 15000:1의 경쟁률을 뚫고 최고의 보컬과 연기, 댄스실력까지 겸비하고 있다. 지난 2월 10주년 내한공연에도 함께 해 호평을 받은 바 있다.

"사실 지난 공연보다 이번 공연이 훨씬 좋아요. 첫 번째 내한 공연 당시에는 배워야 한다는 마음이 가득해 즐길 여유조차 없었는데, 지금은 그때보다 더 자유롭게 누비게 됐거든요. 이전보다 더 풍부한 감정을 지닌 캐릭터로 한국 관객 앞에 나설 수 있게 돼 기뻐요."

불과 1년 만에 달라진 건 연기만이 아니었다. 스테파니 베다드는 "본래 제 성격이 털털하고 수더분해 소년 같다는 말을 자주 들었는데, 어느덧 여성스러운 성격으로 바뀌더라"며 수줍게 웃었다.

한편, '노트르담 드 파리'는 지난 2월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한국 초연 10주년 공연도 성공적으로 마쳤다. 내달 15일까지 블루스퀘어 삼성전자홀에서 열리는 앙코르 공연을 마치면, 아시아 투어를 마무리하고 유럽투어에 돌입할 예정이다.

이한철 기자 (qur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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