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도가자는 가짜' 알면서도 모른 체한 문화재청
전문가 CT 검사 필요 의견에도 국과수 검증 결과 나온 사실 비밀로
문화재청이 청주 고인쇄박물관이 소장한 증도가자가 가짜라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검증 결과를 사전에 통보받았음에도 관계 전문가 회의 때 이에 대해 침묵으로 일관한 사실이 드러났다.
한 매체의 보도에 따르면 문화재계 관계자는 "문화재청 직원들이 6일 강원 원주시 국과수를 찾아가 증도가자가 가짜라는 3차원 컴퓨터단층촬영(CT)검증 결과를 듣고 왔다"며 "다음 날 열린 문화재청의 '고려금속 활자 지정조사단' 회의에서 한 전문가가 금속활자에 대한 CT 검사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냈을 때도 회의를 주재한 문화재청 연구관은 이미 국과수 CT 결과가 나온 사실조차 알리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후에도 문화재청은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다가 27일 인위적 조작 흔적을 발견했다는 국과수의 검증 결과가 발표되자 김종춘 다보성고미술 대표가 문화재 지정을 신청한 금속활자 101개에 대해 전수조사를 하겠다고 밝혔다. 또 뒤늦게 "금속활자에 대해 CT 등 다양한 과학적 조사를 할 것"이라는 내용의 보도자료를 내보냈다.
국과수 검증으로 국립문화재연구소 보고서의 신뢰성이 의심을 받고 있는 점을 고려해 연구기관을 새로 선정해 재검증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다만 고인쇄박물관의 금속활자를 증도가자와 고려활자라고 판정한 경북대 산학협력단(용역과제연구책임자 남권희 교수)은 배제할 것이라고 전했다.
앞서 국과수는 지난 4월부터 고인쇄박물과나 소장 금속활자 7점과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금속활자 1점을 CT 등을 통해 조사한 결과 고인쇄박물관 소장 7점 모두에서 인위적 조작 흔적을 발견했다고 27일 밝혔다. 국과수 측은 "CT를 통해 고인쇄박물관 금속활자의 안쪽과 바깥쪽을 조사했더니 다른 수치가 나왔다"면서 "외부가 녹이슬거나 부식됐을 수도 있지만 세월히 흐르면서 자연스럽게 나타난 현상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국과수 측은 중앙박물관 소장 금속활자에선 위조 흔적이 발견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국과수는 이번 연구 결과를 논문으로 정리해 오는 31일 한국문화재보존과학회에 발표할 예정이다.
한편, 고려 고종 26년(1239) 목판본으로 복각한 남명천화상송증도가를 찍을 때 사용한 금속활자인 증도가자는 2010년 남권희 경북대 문헌정보학 교수가 직지심체요절보다 최소 138년 앞서 제작된 금속활자라고 주장하면서 진위 논란이 불거졌다. 증도가자라고 주장되는 금속활자는 다보성고미술이 101점, 고인쇄박물관이 7점, 중앙박물관이 1점을 소장하고 있다.
문화재청은 지난 6월 전문가 12명으로 구성된 '고려금속활자 지정조사단'을 꾸려 2010년 7월과 2011년 10월에 각각 문화재지정을 신청한 중앙박물관 금속활자 1점과 다보성고미술 금속활자 101점에 대해 정밀조사를 진행 중이다. 고인쇄박물관 금속활자 7점은 문화재 신처을 하지 않아 조사 대상에서 제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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