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광주 "황장엽과 함께한 11년, 탈북민 정착 도움"
<인터뷰>신임 북한이탈주민지원재단 이사장
"탈북자 정착 매뉴얼 완성이 목표"
"탈북사회를 잘 아는 전문가가 이사장으로 취임해서 기대하는 바가 크다."
"황장엽 선생을 곁에서 모셨던 분이니 앞으로 남북하나 재단의 변화를 기대한다."
지난 8월 26일, 손광주 북한이탈주민지원재단(남북하나재단) 이사장이 취임하자 탈북자들은 하나같이 손 신임 이사장에 대한 기대감에 부풀어 있었다. 남한으로 넘어온 탈북자 가운데 최고위급 인사이자, 탈북자들에게는 ‘스승’과 같았던 황장엽 전 노동당 비서를 지근거리에서 수행한 인사가 손광주 이사장이었기 때문이다.
손 이사장은 황장엽 전 비서가 ‘남행’한 이후 황 전 비서 곁을 11년 6개월 동안 지키면서 연구비서로 일을 했다. 당시의 경험 때문에 탈북자 사회를 깊숙이 이해하고 있는 몇 안 되는 인사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 같은 안팎의 기대감에 손 이사장도 부담감이 큰 것이 사실이다.
손 이사장은 최근 남북하나재단에서 진행한 ‘데일리안’과 인터뷰에서 “황장엽 선생은 탈북자 사회의 구심체 역할을 했던 인사로 그 분 곁에서 11년 6개월간 연구비서로 일을 했기 때문에 탈북민에 대해 상대적으로 조금 더 잘 알 수 있는 그런 환경과 조건이 조성됐던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그런 경험이 이사장 임무를 수행하는데 현실적으로 도움이 되겠지만 이 때문에 막중한 책임감을 느끼고 있는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그는 취임 후의 목표로 ‘탈북자 정착 매뉴얼’ 완성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밝혔다. 재단 운영 5년간의 탈북자 정착 정책을 투입했을 때 나오는 결과물을 종합, 향후 더욱 바람직한 정착 시스템을 만들겠다는 취지다. 탈북자 지원 정책을 ‘땜질식’이 아닌 ‘일반화’, ‘보편화’해 탈북자 정착의 부작용을 최소화하겠다는 것이다.
손 이사장은 “재단이 운영된 지 5년밖에 안 되는데, 그동안의 경험을 토대로 탈북 정착지원과 관련 맞춤형, 적중형 프로그램을 만들어 낼 것”이라면서 “예를 들어 A정책을 투입했을 때 어떤 아웃풋이 나왔다는 매뉴얼을 만들어 낼 것이다. 이것이 굉장히 중요한 과제”라고 강조했다.
그는 “(탈북자 정착 정책을) 일반화하고 보편화하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동서독의 역사적, 경험적 사례를 참고로 남북한 현실에 적용시켜 관련 매뉴얼을 만들어야 한다”면서 “이 목표가 달성되면 후임 이사장에게도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다만 이 과정에서 필요한 것은 탈북민에 대한 전 국민적인 관심과 사랑”이라고 말했다.
다만 손 이사장은 탈북자 정착 지원에는 법과 원칙이라는 잣대를 기준으로 할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과거 소수의 ‘불량’ 탈북자들의 ‘떼쓰기’ 식 지원요구 등에 대해서는 원칙을 강조하며 단호한 입장을 보이되, 탈북자 사회와 소통은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 정옥임 전 이사장이 법과 원칙에 따라 탈북자 정착 시스템을 운영했던 점에 대해 높게 평가했다.
손 이사장은 “일부 극소수의 탈북단체장과 전임 이사장과의 갈등이 있었다. 일부 탈북자들이 ‘법치’에 익숙하지 않기 때문에 생긴 문제였다”면서 “하지만 전임 이사장과 소수 탈북자 간의 분쟁은 법적인 차원을 넘어 감정이 섞이면서 문제가 된 바 있는데 기본적으로 법 기초 위에 (탈북자 지원을) 해야 하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그는 “전임 이사장은 탈북자 지원사업을 법적인 토대위에서 이뤄질 수 있게 했다는 점에서 기여를 했다. (하지만) 탈북자들은 우리 한국 사회에서 가장 낮은 곳에 위치할 수 밖에 없기 때문에 사랑과 관심이 필요한 것은 사실이다. 때문에 탈북자들과의 대화가 중요하고 정착 지원과 관련해서는 ‘실사구시’의 차원에서 접근하려 한다”고 말했다.
특히 손 이사장은 탈북자들에 대한 인식개선도 중요한 과제라고 언급하면서 탈북자들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을 촉구했다.
그는 “어떤 사람은 탈북민을 간첩으로 오해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탈북민이 잘 정착하게 하기 위해서는 전 국민이 지원해야 하는 사안으로 사랑과 관심이 필요하다”면서 “탈북자들에 대한 대국민 인식개선을 위한 활동도 벌일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손 이사장은 재단에 대한 기부를 요청하기도 했다. 민간차원에서 이뤄지는 탈북민 정착 지원보다 국가차원에서 체계적이고 집중적으로 진행되는 정착 시스템을 활용하는 것이 효율적일 것이라는 생각에서다.
손 이사장은 “탈북자들의 원활한 정착을 위해서는 국민들의 관심이 필요하다. 노골적으로 말씀을 드리자면 기부를 많이 부탁드린다”면서 “종교 단체 등 민간단체에서 탈북민을 많이 돕고 있는데, 좋은 일이지만 탈북자 정착을 체계적으로 지원하는 것은 남북하나재단이다. 이왕 기부하실 것이라면 재단에도 기부를 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번 외교통일위원회 국정감사 당시 야당의원들이 과거 손 이사장의 언론사 재직 시절의 칼럼을 거론하며 사퇴를 촉구했던 것과 관련해서는 “이사장으로서 여야 정파를 초월해서 북한이탈주민지원 업무에 집중할 것”이라면서 “이사장으로서의 직무에 충실하면서 2만 8000명의 탈북민에게 봉사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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