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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준앓이' 차라리 '찌질이' 초딩 단짝이었으면...


입력 2015.10.30 09:19 수정 2015.10.30 09:41        김헌식 문화평론가

<김헌식의 문화 꼬기>'그녀는 예뻤다'가 간직할 추억

MBC 드라마 '그녀는 예뻤다'의 한 장면. 방송화면 캡처

로맨틱 코미디에 시청자들이 무엇을 바라는지 정확하게 짚어내고 있는 드라마 '그녀는 예뻤다'는 '서준앓이' 현상을 만들어내고 있다.

왜 서준은 많은 여성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는 것일까. 서준은 여성들이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아니 염원하는 남성 코드를 모두 내포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 소망이 서준 앓이로 나타나고 있는 셈이다. 

영원히 아름다운 테마, 초딩 단짝친구에 그의 초지일관 일편단심으로 생기는 설레임이 있었다. '서준 앓이'의 첫 출발은 그가 초등학교 때 이후로 오로지 한 여자만을 바라보고 있기 때문에 가능했다. 더 큰 핵심은 놀라운 반전의 변화였다. 멋진 청년이자 유명 잡지의 부편집장이 되어 돌아온 그가 무엇보다 첫사랑을 잊지 못하는 것.

찌질초딩에서 꽃미남이 되어 열악한 실업난 속에 글로벌 잡지의 높은 직위에 임명되어 돌아왔던 그가 무엇보다 첫사랑을, 자신을 찾는다면 얼마나 설레는 일인가. 하지만 자신의 초딩 여자친구는 순간 좋으면서도 멈칫 그리고 위축되었다. 스스로 자신을 돌아봤기 때문이다.

그가 실망할까봐 대신 친구를 자신으로 위장했다. 그동안 자신의 외모는 예전만 못하고 처지도 그랬다. 누구나 한번쯤은 자신이 옛날과 달라졌음을 생각하고 동창들에게 자신있는 모습으로 나서지 못한 경험이 있을 수 있고 좋아했던 이성에게는 더욱 그럴 수 있는 경험을 드라마는 잘 잡아 내고 있는 셈이다.

끝까지 자신의 자존감을 지키려는 노력으로 친구를 내보내고 말았을 것 같다. 아니 가능하다면 그렇게 하고 싶은 것은 보통 사람들의 마음일 지 모른다. 더구나 그 친구는 미모가 출중한 상황이었는데,  이런 상황이라면 남자는 시험에 들게 된다. 진짜 초딩 친구가 나타났을 때, 외모가 덜한 상태로 나타나면 예쁜 여자를 선택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박서준은 그런 품격 낮은 짓을 하지 않았다. 외모의 여부에 관계없이 그는 초딩친구를 선택했고, 그 오래된 마음에 흔들림이 없었다. 모든 남자들이 외모를 우선한다는 생각이 서준에게는 통하지 않았다. 그를 오히려 모독하는 셈이었다.

물론 황정음은 외모가 박색이 아님을 시청자들은 너무나 잘 알고 있다. '서준앓이'는 단지 이런 그의 초지일관 일편단심의 마음 때문만은 아니다. 그의 행동 하나하나가 여성들이 좋아할만한 매너의 언행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그런데 만약 초딩 남자친구가 예전처럼 똑같이 찌질남이었다면, 어땠을까. 아예 친구를 내보내는 것조차 시도하지 않았을 것이다. 아니 그것을 미리 예측이라도 한 듯 남자가 스스로 나서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오히려 찌질남으로 남아있는 것이 더 나을지도 몰랐다. 당장에는 좋을지라도 말이다.

왜 그럴까. 일단 드라마에서 서준 캐릭터가 성립할 수 있었던 것은 그가 스스로 진단하기에 여성들에게 자신감이 생겼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러한 자신감이 있기까지 얼마나 부단한 노력과 시행착오, 그리고 학습의 효과가 있었을까. 그러한 과정 속에서 옛날의 찌질한 남성에서 탈출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는 자신에게 여신이었던 첫사랑을 거두지 않았고, 연애를 걸었고 둘은 사랑에 빠졌다. 그리고 프로포즈의 상황에 놓이게 되었다. 둘의 사랑이 이뤄지는 것은 많은 시청자들의 소망이 되었다. 결혼을 하게 된다면 정말 바람직한 일이 되고 말 것이다. 하지만 결혼이 끝은 아닐 수 있음을 우리는 너무나 잘 알고 있다. 많은 여성들에게 인기가 있는 남성은 결혼 후에도 마찬가지다. 또한 본인도 이를 잘 알고 있다.

그렇다면 그 실력(?) 역량(?)을 평생 억제하며 살 수 있을까. 오히려 그렇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자신의 매력이 마력이 될 수 있다는 걸 알고 있다면 더욱 그렇다. 오히려 그것을 억제하는 것이 그를 파괴적으로 만들 수 있지 않을까.

다른 곳에 눈을 두지 않도록 여자는 엄청난 노력을 하야하고 때론 고통을 씹어 삼켜야 할 지도 모른다. 그때야 깨달을 수 있을 지 모른다. 차라리 예전의 찌질한 초딩 단짝의 모습으로 남아 있는 것이 훨씬 좋았을 것이라는 사실을 말이다. 정말 그의 마음을, 영혼을 사랑하는 것이 그의 외모나 조건을 갖춘 것보다 더 우선했다면 말이다.

아마도 그 마음이나 영혼을 우선하여 보지 않았다면, 외모와 조건에 관계없이 그를 사랑하게 될 터이니 말이다. 하지만 쉽지는 않을 것이다. 오랜동안 초딩단짝을 열렬히 사랑하는 것을 넘어서 초딩여친이 박색이 되었을 때도 그 마음이 변치 않는 꽃미남 매너남이 현실에 존재할 수 있는가라는 물음과 같은 맥락에 있다.

오로지 그런 외적 조건들을 뛰어 넘는 진실된 마음을 가진 이들이 있을 것이라 믿고 소망하고 싶은 염원이 드라마 '그녀는 예뻤다'의 '서준앓이'로 나타나고 있다. 남성들이 어떤 여성들을 정말 좋아하는 지 현재형으로 묻지 않고 과거형으로 묘사하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아름다운 추억, 골든 메모리여 영원하리라. 

글/김헌식 문화평론가

김헌식 기자 (codesss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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