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사장단, '바이오 열공'에 빠진 이유는?
수요사장단협의회에서 바이오 강연 주제로 다시 등장
향후 그룹 사업 재편의 한 축...높은 관심 반영
삼성그룹 수요사장단협의회에서 바이오가 올 상반기에 이어 하반기에도 강연 주제로 등장했다. 바이오가 삼성의 향후 사업 재편의 한 축이 될 전망이어서 사장단들의 관심이 높다는 방증이다.
삼성 사장단은 11일 서울 서초동 서초사옥에서 개최된 수요사장단협의회에서 권영근 연세대학교 생화학과 교수로부터 '바이오산업 전망과 미래 비전'을 주제로 한 강연을 들었다.
권 교수는 혈관형성과 혈관질환 등을 주된 연구 주제로 하는 생화학자다. 바이오 전문가로서는 지난 3월 같은 학과 동료교수인 송기원 연세대 생화학과 교수에 두 번째로 수요사장단협의회 강연자로 나섰다. 당시 송 교수는 '생명과학과 인간의 미래'를 주제로 강연했다.
◇바이오, 삼성 사장단 관심받은 가장 ‘핫’한 분야=이 날 권 교수는 바이오 산업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정부정책 △사회인식 △전문인력 △국가이미지 등 4가지 변수가 충족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경쟁자 및 시장 추이, 인구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신흥국 시장 등 외부 변수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덧붙였다.
권 교수는 바이오 산업을 생명공학을 이용해 인류에 필요한 생물이나 세포를 만들거나 변형시키는 산업으로 정의하고 대형 의약품 특허 만료로 바이오 붐이 조성되면서 파이프라인(신약후보물질) 확보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러한 변화에도 국내에서는 이러한 변화에 대한 대응이 느리다고 지적했다. 국내 제약산업 시장규모는 19조원으로 전 세계 시장의 1.7% 수준인데다 세계 50위 내 제약사는 단 한 곳도 없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또 신약 개발에 소요되는 기간은 갈수록 짧아지고 있지만 지금도 최소 10년~20년이 걸리는데 관련 투자가 너무 미약한 수준이라고 강조했다. 권 교수는 “미국과 일본의 바이오 관련 연구개발(R&D) 투자 규모는 우리의 60배, 5배 수준”이라며 “바이오는 홀로 할 수 없어 파트너가 필요한 산업인 만큼 개방형 혁신의 중요성을 깨달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처럼 삼성 수요사장단협의회에 상반기에 이어 하반기에도 바이오가 주제로 등장한 것은 삼성의 향후 주력 사업 재편과도 무관하지 않다. 바이오는 IT와 금융과 함께 향후 삼성그룹의 주력 삼각편대 중 하나로 꼽히고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최근 롯데와의 빅딜을 통해 화학분야 사업을 정리하는 등 그룹 전체를 IT·금융·바이오 중심으로 재편하는 작업을 진행 중으로 연말 인사에서도 이러한 사업 구조 개편 방참에 따라 큰 이동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주요 계열사 사장들과 그룹 미래전략실 팀장들은 바이오에 대한 관심을 높이는 상황으로 높은 관심만큼이나 기대도 큰 상황이다. 특히 당장의 주력인 IT와 금융과 달리 바이오는 장기적인 미래 육성 차원에서 바라보고 있어 앞으로도 바이오 관련 강연은 지속적으로 이뤄질 전망이다.
◇삼성의 미래 신수종 사업, 바이오=삼성은 오는 2020년까지 바이오 분야에서 총 1조8000억원의 매출을 달성한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이를 위해 구조조정과 매각 등 사업 재편 과정을 통해 확보한 재원을 바이오 산업에 적극 투자해 미래 신수종 사업으로 육성하겠다는 계획이다.
특히 바이오 사업을 그룹의 핵심 신사업으로 육성하기 위해 삼성물산이 최대 주주로 있는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삼성바이오에피스를 그룹의 대표 바이오 계열사로 성장시킨다는 계획이다. 바이오에피스는 바이오 의약 관련 연구개발(R&D)을, 바이오로직스는 의약품 위탁생산(CMO)을 담당한다. 바이오로직스는 바이오에피스의 최대주주(90.3%)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이미 세계적인 바이오 기업인 미국 BMS와 스위스 로슈와 계약을 체결했으며 내년 1분기 단일 설비로는 세계 최대인 15만리터 규모의 송도 2공장을 가동할 계획이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첫 바이오시밀러 '브렌시스'에 대한 식품의약품안전처의 품목허가를 마쳤고, 이르면 연내 출시할 예정이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R&D 역량 강화와 제품 개발과 함께 내년 상반기 미국 나스닥 상장을 목표로 하고 있다.
삼성은 나스닥 상장으로 확보한 자금을 바이오 부문 R&D에 재투자할 계획으로 미래 유망 사업인 바이오 사업 육성에 전력하겠다는 목표다.
김태한 삼성바이오로직스 사장은 이 날 강연 후 “여러가지 난치병 증가하고 있는 상황에서 대응할 수 있는 수단이 바이오밖에 없다”며 “미래 바이오사업이 유망할 수 밖에 없는 이유”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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