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술시험 어쩌라고...수험생 속태우는 도심 10만 집회
14일 각 대학 논술시험과 '민중총궐기' 겹쳐 대혼란 예고
논술 앞둔 학생 아버지 "승용차 못 써, 14일이어야 하나?"
14일 10만여 명의 군중과 1000여대 이상의 전세버스가 서울 중심부로 집결, ‘민중총궐기’ 집회가 열릴 예정인 가운데 당일 대학 입시 논술고사를 치를 예정인 수험생 학부모들의 속이 까맣게 타들어가고 있다.
당일 논술고사장까지 승용차를 이용해 수험생들을 편하게 바래다주려 했던 학부모들은 대다수는 계획을 취소하고 수험생들에게 대중교통을 이용하라고 한숨 섞인 말을 전하고 있다. 자녀가 논술고사 직전까지 편하게 시험을 준비할 수 있도록 승용차를 끌고 가려 했지만, 민중총궐기 집회로 인해 이런 배려를 못해주는 부모로서 미안한 마음뿐이다.
당일 오후 신촌의 모 대학에 논술고사를 치르러 가는 딸을 승용차로 데려다 주려던 이모(54, 강남구) 씨도 이런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이 씨는 13일 ‘데일리안’에 “우리나라 같이 대학이 아이의 인생을 좌지우지하는 나라가 없다. 아직까지 아이들에게는 대학이 중요한 상황인데 그런 집회는 다음에 하면 안 되나”라면서 “수능당일에는 비행기도 못 뜨고 기차 경적 소리도 못 내게 하는데, 많은 학생들이 불안해서 논술시험을 제대로 준비할 수 있겠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우리 아이는 시내 중심가를 지나가야 하는데, (집회같은 행사가 없는 날에도) 대중교통을 이용해도 늦어서 뛰어가는 아이들이 한둘이 아니다”라면서 “논술고사 본다는 것은 이미 몇 개월부터 공지돼 있는 일정이고, 또 아이들이 장래가 걸린 시험인데 꼭 14일날 해야하는 건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특히 경기도 등 서울 외곽지대에서 시험을 보러 상경하는 아이 학부모들의 경우 그 걱정이 더 크다. 서울에서 거주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수험생들이 서울 지리에 익숙하지 않아 14일 일정에 차질을 빚어질까 걱정하는 것이다. 학부모 입장에서 승용차를 이용할 수 없다는 점이 더욱 미안하다.
일산에 거주하는 이승우(50) 씨는 본보에 “시간 맞춰가야 하는데 아이가 잘 찾아갈 수 있을까 그게 제일 걱정이다”라면서 “성균관대학교에서 시험을 보는데 일산에서 성대까지 데려다주려고 자가용을 사용하려 했는데 지금 상황을 보면 아이 혼자 보내야할 것 같다”라고 말했다.
이 씨는 “아이들이 서울사람도 아니고, 처음가는 곳을 찾아가는 건데 초조하고 제때 갈 수 있을지 예측불가니까 그게 가장 걱정이다”라면서 “일산에서 성대까지 대중교통을 이용해야 하는데, 그게 솔직히 간단한 문제는 아니다. 서울 한복판에서 그런 큰 규모의 시위가 있으면 다른 곳에도 당연히 교통혼잡의 영향이 미칠 텐데, 주최 측에서 아이들 논술고사 있다는 것을 사후에 알았다면 일정 조정 정도는 해줄 수 있는 것 아니냐”라고 지적했다.
14일 논술고사를 오전과 오후 두 군데에서 보는 학생 학부모의 걱정도 이만저만이 아니다. 오전에는 어떻게든 자가용을 이용해 데려다 줄 예정이지만 오후에는 극심한 교통혼잡이 예상되기 때문에 아이 혼자 학교를 찾아가게 해야 한다는 걱정이다.
경기도 시흥에 거주하는 김영채(51) 씨의 딸은 오전 9시 40분까지 한양대에 갔다가 오후 4시까지는 집회가 한창 벌어지는 장소 인근의 성균관대에서 논술시험을 치러야 한다. 서울지리에 어두운 딸 혼자 10만 인파를 뚫고 성균관대까지 가야 한다는 점이 김 씨에게는 큰 걱정거리다.
김 씨는 “경기도 시흥에서 서울가는 교통편이 마땅치 않다. 특히 서울같은 경우 지리에 밝은 것도 아니다”라면서 “그래서 오전에는 어떻게든 승용차를 이용해서 학교까지 태워다 주고 오후에는 어쩔 수 없을 것 같다. 버스는 절대 타지 말고 지하철을 타라고 신신당부했다”고 말했다.
한편 ‘민중총궐기 투쟁본부’는 민중총궐기로 수험생들이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지적에 대해 13일 페이스북 페이지를 통해 입장을 밝혔다.
투쟁본부는 “민중총궐기 모든 행사는 오후 12시경부터 시작된다. 오전에 입실하는 수험생분들의 경우 집회로 인한 영향을 거의 받지 않을 것”이라면서 “또한 시험을 보는 대부분의 대학들은 총궐기 행사 장소들과는 상당히 떨어져 있다”고 해명했다.
오전과 오후, 하루에 두 곳 이상의 시험을 보는 수험생과 서울 중심부를 거쳐 시험장에 도착해야하는 수험생들 입장에 대한 고려는 없었다. 특히 승용차를 이용, 수험생들의 부담을 줄여주려는 학부모들의 마음을 헤아린 대목도 없었다. “논술시험에 별 지장이 없으니 조금 일찍 대중 교통을 이용해달라”는 해명뿐이었다.
투쟁본부는 “수험생들이 피해를 보지 않도록 하기 위해 집회 일정을 모두 공개하고 대학로 무대 설치를 오전 8시 이후로 연기하며 3시 행진 시작 시간을 논술 고사 입실시간이 마감되는 4시 이후로 1시간 늦췄다. 다만 차량이나 버스를 통한 이동에 큰 지장이 있을 것으로 예상되니 수험생들은 가급적 지하철과 철도를 이용해달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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