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4일, 윤석열에 대한 파면 선고는 단순한 정치적 사건을 넘어 사회 전체에 거대한 후폭풍을 일으키고 있다. 예상대로 탄핵 정국 내내 첨예하게 대립해 왔던 지지층과 반대층은 파면 결정 이후 더욱 격렬한 감정적 반응을 쏟아내고 있으며, 이는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가리지 않고 광범위하게 확산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특히 주목할 점은, 그동안 정치적 이슈에 대해 신중한 태도를 견지해 왔던 연예계마저 이번 사태를 기점으로 극명하게 양분되어 갈등의 중심에 서 있다는 것이다.
과거 연예인들은 대중의 사랑을 받는 직업적 특성상, 특정 정치적 입장을 공개적으로 표명하는 것에 상당한 부담감을 느껴왔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이번 윤석열 탄핵 과정에서는 이러한 암묵적인 불문율이 깨지고, 일부 연예인들이 적극적으로 자신의 정치적 견해를 드러내는 모습이 이전과는 확연히 다른 양상으로 나타났다.
파면 선고 이후에도 이러한 연예계의 갈등은 계속되는 모양새다. 대표적으로 그간 탄핵 찬성 집회 무대에 올라 목소리를 높였던 가수 이승환은 “나도 살고 나라도 산 날”이라며 “우리의 헌법은 정교하고 민주주의는 굳건하다”는 내용의 글을 올렸고, 배우 이동욱은 “이제야 봄이다. 겨울이 너무 길었다”며 탄핵 정국이 끝난 것을 계절에 비유하는 듯한 표현을 하면서 주목을 받았다. 이밖에도 신소율, 김지우, 김규리, 신대철, 테이 등 파면 선고를 환영하는 반응이 잇따랐다.
반면 탄핵 반대를 주장했던 이들은 이 같은 연예계의 반응에 불쾌감을 드러냈다. JK김동욱은 이동욱의 기사를 캡처한 뒤 “같은 이름이라는 걸 처음으로 창피하게 만든다”고 공개적으로 다른 연예인을 저격하면서 “전 세계가 더 빨리 망할 수 있겠다”는 글을 올렸고, 연예계 대표 보수성향으로 꼽히는 가수 김흥국도 “있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났다. 당연히 우리가 승리할 것이라고 봤다. 완전히 국민을 무시한 것”이라고 분노했다. 잔나비 출신 드러머 윤결 또한 “탄핵됐다고 좋아하는 사람들, 조금만 찾아보고 공부해 봐라. X같은 날이다”라고 반감을 드러냈다.
단순히 자신의 정치 성향을 드러내는 것을 넘어, 탄핵을 찬성했던 연예인들을 향해 감정적인 비난과 공격적인 언사를 서슴지 않는 모습은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물론 JK김동욱, 차강석, 김흥국 등 반대 측 입장을 표명한 연예인들의 대중적 파급력이 크지 않다지만, 연예계 내부에서 벌어지는 이러한 상호 비방은 그 자체로 상당한 자극성을 내포하고 있어 대중의 관심을 집중시킨다. 이는 곧 대중들의 정치적 편향성을 더욱 강화시키고, 사회 전체의 건전한 소통과 합리적인 논의를 저해하는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를 낳는다.
연예인의 표현의 자유 역시 존중되어야 마땅하지만, 그들의 영향력을 감안할 때 사회적 책임감 또한 간과할 수 없다. 특히 대중에게 영향력을 행사하는 공인의 경우, 자신의 발언이 사회에 미칠 파장을 신중하게 고려하고, 극단적인 대립이나 혐오를 조장하는 언행은 자제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