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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사제들' 돌풍? 여름에 개봉했으면 실패했다


입력 2015.11.15 09:47 수정 2015.11.15 09:48        김헌식 문화평론가

<김헌식의 문화 꼬기>낯선 장르를 익속하게 만드는 방법

영화 '검은 사제들' 스틸컷. ⓒ영화사 집

만약 영화 ‘검은 사제들’이 여름에 개봉했다면, 대실패했을 것이다. 흔히 공포영화는 여름에 개봉하는 것이 통상적인 일이라 생각하기 쉽다. 많이 회자되었듯이 공포영화가 여름에 개봉해서 성공한 예는 거의 없다. 몇 년 전부터 공포영화를 통해 무더위를 씻어내는 심리적 효과를 얻으려는 노력은 부질없었다.

여름에 개봉한 공포영화들이 모두 흥행이 실패했고 이 때문에 봄이나 가을에 공포영화를 개봉해 온 것이 특징이다. 더구나 공포영화가 제대로 흥행 성적으로 보이지 않으면서 마니아틱한 장르 영화로 규정되는 상황이 되었다. 장르적인 차원에서 다양한 소재나 형식의 실험이 있었지만 그 결과는 마땅하지 않았다.

그런 상황에서 영화 ‘검은 사제들’은 여러 가지 전략을 융합했다. 우선 영화 ‘검은 사제들’은 엑소시즘(exorcism)계열의 영화이다. 엑소시즘은 나쁜 귀신 악령을 쫓는 의식행위를 말한다. 이른바 퇴마의식인 것이다. 악령이 든 소녀와 사제들의 이야기를 다룬 ‘엑소시스트’(The Exorcist, 1973)의 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즉 일반 대중에게 익숙한 포맷이나 소재를 영화화했다. 더구나 종교적인 색채가 강하기 때문에 일정한 기본 관객 수요를 집단적으로 이끌어낼 수가 있었다. 로마 가톨릭에서는 빙의에 따른 퇴마의식을 인정하고 있다.

또한 다른 경쟁작들이 마땅하게 없는 시점을 개봉일자로 잡았다. 여름은 대개 오락액션영화나 재밌는 영화가 주류를 이룬다. 그렇기 때문에 무겁고 진지한 공포영화는 마땅하지 않다. 가을은 영화 비수기이기 때문이다. 야외 활동이 매우 많은 상황이기 때문에 더욱 그러하다. 마침 주말마다 날씨도 불순했다. 영화 ‘007 스펙터’가 개봉을 했지만, 여성관객들이 이 영화를 선호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아직도 남성 중심적인 시각이 매우 강한 액션영화이기 때문이다.

사실상 이런 영화들은 아무리 그 액션 장면이 기네스기록에 오른다고 해도 극장보다는 인터넷이나 텔레비전으로 선호하는 경향이 강하다. 더구나 이번 시리즈가 그렇게 확연히 다른 화려한 볼거리나 스토리를 담고 있지 않다는 입소문이 돌았다. 더구나 시험이 끝난 수능생들이 볼만한 대중적인 영화가 필요한 것도 사실이었다.

영화‘검은 사제들’의 유리한 점은 강동원이라는 배우가 등장한다는 점이다. 강동원은 자신의 이미지매니지먼트를 잘 관리해온 터라 악역을 맡아도 그 선호도가 높다. 이러한 점은 영화 ‘군도’에서 잘 보여준 바가 있다. 비록 지독한 악역이었지만 선한 주인공보다 더 대중적 호감을 부각시켜냈다.

물론 영화 ‘검은 사제들’에서는 악령을 퇴치하는 두 명의 사제 가운데 한명으로 등장하고 있다. 많은 여성관객들은 오로지 강동원이 영화에 등장한다는 이유만으로 극장을 찾고 있다. 강동원의 경우, 드라마에 출연을 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더욱 희소성을 가지고 있다. 영화만이 아니라 텔레비전 드라마에 출연을 하고 있다면 희소성은 떨어질 것이 분명하다. 물론 여기에는 김윤석이라는 안정되고 믿을만한 연기자 뒷받침을 하고 있었다.

더구나 경쟁작들도 별다르게 없는 상황에서 막대한 스크린 물량은 선택사항에 관계없이 멀티플렉스를 지배했다. 이런 장르를 좋아하지 않는 관객들도 영화 관람에서는 영화 ‘검은 사제들’을 선택하지 않을 수 없는 환경적 조건이 성립되었다. 전국적으로 확보되어 있는 많은 스크린에는 여전히 영화가 상영되어야 하고 비수기에 관계없이 극장을 찾는 관객들은 항존하고 있다. 일정하게 영화를 봐야하는 관객들이 존재하고 있는 곳이고 이 관객들을 위한 영화가 필요하다.

영화 ‘검은 사제들’을 통해서 확인한 것은 낯선 장르들을 익숙하게 만드는 방법에 관한 것이다. 대중적이지 않은 장르라해도 대중적인 흥행을 이끌 수 있는 것이다. 우선 대형스타는 아니라 해도 핵심적인 관객들이 선호할 수 있는 남성배우가 존재해야 한다. 연기력과 이미지, 희소성이 있어야 한다. 이를 강동원과 김윤석이 채워주었다. 완전히 새롭기 보다는 익숙하지만 약간은 낯선 요소들을 갖추되 다른 선택사항이 별로 없을 때 해당 영화를 선택하도록 만들었다.

다른 선택의 여지가 많다면, 해당 영화를 보지 않을 것임은 분명하다. 그것은 해당 콘텐츠의 완성도와 작품성과는 관계가 덜한 대중적 흥행의 요인임을 알 수가 있다. 이러한 계기를 통해서 비록 그동안 선호를 하지 않았을 지라도 엑소시즘과 같이 공포악령에 관한 장르도 대중적인 친숙의 계기를 갖게 될 것이다. 대규모 물량공세가 어떤 장르에 적절한지 알수 있으며 시장 지배자의 역할이 어떠해야 하는지도 짐작하게 만들어준 것이 영화 ‘검은 사제들’이라고 할 수 있겠다.

글/김헌식 문화평론가

김헌식 기자 (codesss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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