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만 외치는 안철수, 명분은 '혁신' 희망은 '대권?'
당 관계자 다수 "공천 몇자리 때문 아니야 '대권주자' 입지 굳혀야"
20대 총선을 앞두고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와 안철수 전 공동대표, 박원순 서울시장의 협력체인 이른바 ‘문·안·박’ 스크럼에 대한 야권의 요구가 높아지는 가운데, 안 전 대표는 본인이 제시한 ‘혁신 10개항’ 수용을 전제로 연대 요구를 거부하고 있다. 하지만 속내는 결국 당 안팎으로 대권후보로서 자리매김을 하기 위한 목적이라는 것이 정가의 대체적 관측이다.
안 전 대표는 17일 문 대표 측이 총선 승리를 목적으로 제안한 ‘공동지도체제’ 구성에 대해 “전혀 연락을 받은 적도 없고, 이런 상태로는 받아들일 생각도 없다”며 “국민의 신뢰를 얻기 위한 당의 본질적 변화가 중요한데 자꾸 본질을 흐리는 주장만 나오고 있어 답답하다”고 말했다. 앞서 혁신위원장과 인재영입위원장직을 맡아달라는 문 대표의 제안을 거절한 데 이어 다시 한번 등을 돌린 셈이다.
특히 그는 앞서 지도부가 안 전 대표의 혁신안을 전격 논의·수용하고 ‘문안협력’을 구축해야한다는 ‘통합행동’ 측의 제안에 회의적인 시각을 직접적으로 드러냈다. 지도체제 개편은 문제의 본질이 아니라는 이유에서다. 게다가 문 대표가 이달 안으로 공동 지도부 구성에 실패하면 사퇴도 불사하겠다며 강한 의지를 드러낸 데 대해선 “대표 사퇴나 거취에는 관심 없다. 지금 그게 문제가 아니다”라고도 했다.
이처럼 ‘no'만 외치는 안 전 대표를 두고 일각에선 대권후보 탈환을 위한 전략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호남 민심 악화와 신당 바람, 탈당 러시 등 현실적으로 내년 총선에서 초라한 성적표를 얻을 거란 전망이 우세한 만큼, 현재로선 문 대표와 손을 잡아도 결국 총선 패배에 대한 책임만 떠안게 될 위험이 크다. 실제 안 전 대표도 최근 공개석상에서 여러차례 총선 패배를 예고했고 “이대로 가면 총선 패배가 뻔하다는 것을 지도부만 모르고 있다”고 꼬집었다.
따라서 안 전 대표가 단순히 총선 공천권을 요구하기 위해 줄다리기를 하는 것이 아니라, 총선 후 문 대표를 대신할 야권 잠룡으로 존재감을 확실히 굳힐 시나리오를 염두에 두고 있다는 것이 당내 전반적인 시각이다.
안 전 대표 측근으로 알려진 당 관계자는 “안 의원이 지금 공천 몇 자리 때문에 저러는 게 아니다"라며 “우리 혁신안 10개 중 5개는 부패척결에 관한 거라 이미 당헌당규 등에 포함돼 있다고들 말하는데, 그걸 제안한지가 두달이나 지났는데 이제야 들춰보고 뒤늦게서야 반응한다. 안 의원으로서는 본인을 무시한다고 여겨지고 감정적으로도 골이 생길 수 밖에 없지 않겠나”라고 강조했다. 사실상 혁신안의 내용은 문제의 핵심이 아니라는 것이다.
특히 안 전 대표 측에서 “조만간 중대발표가 있을 것”이라고 전격 예고하고 나서면서, 이같은 해석이 더욱 힘을 받고 있다. 실제 안 전 대표는 지난 2011년에는 박원순 시장에게, 2012년에는 문 대표에게 각각 서울시장과 대선 후보를 양보했다. 이어 2014년 역시 ‘안철수 신당’을 사실상 포기하고 합당을 선택하면서 또다시 한발 물러선 바 있다.
이를 두고 주류계 핵심으로 분류되는 중진 의원실 관계자는 “안 의원이 매번 양보하고 들러리 서줬지만, ‘내가 대선후보이고 매번 내게 양보받았다는 걸 잊으면 안된다’는 생각이 분명 있을 것”이라며 “여러 번 그런 과정을 거치고 밀려나면서 대권주자로서의 존재감도 많이 줄어들지 않았나. 이번 만큼은 자신이 협상의 주체로서 전면에 서겠다는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내다봤다.
당직을 맡고 있는 비노계 의원도 “안 의원에게 물어봤는데 ‘무조건 안하겠다는 것이 아니다’라는 식으로 말하더라”면서 사견을 전제로 “본인의 법적 지위나 역할, 책임이 명확하다면 움직일 거라고 본다. 그런데 지금은 공동대표도 아니고 그렇다고 당내에서 친노들이 대권후보로 확실히 인정해주는 것도 아니지 않나”라고 말했다.
그는 또 “어차피 당안에서 ‘안철수계’는 거의 없다. 그래봤자 김한길 전 대표쪽 사람들과 친분이 있지만 냉정히 말해서 안철수계라고 할 수는 없다”며 “그렇기 때문에 단순히 공천 지분 몇 자리 달라고 저러는 게 아니라, 대권주자 안철수로 자리매김을 확실히 하겠다는 거다. 본인한테는 그게 제일 중요하고, 그것이 안되면 더 이상 당 안에서 할 수 있는 게 없지 않나”라고 덧붙였다.
아울러 같은 이유로 일부에선 안 전 대표의 ‘탈당설’까지 거론될 정도다. 당내 이렇다 할 기반이나 세력이 없는 데다 신당 창당 전에도 ‘개인 안철수’로 자신의 입지를 충분히 굳혀온 만큼, 굳이 당에 소속되지 않아도 대권주자로서의 역량을 발휘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이에 대해 친노계 의원실 관계자는 “안 의원은 꼭 당이 아니어도 바깥에서 세를 모을 수 있다고 보는 것 같다”며 “문재인, 박원순, 안희정, 김부겸 등 당내 야권 주자들이 경선을 통해 하나로 모아지면 이후 안철수와 1:1 구도로 존재감을 확실히 드러낼 수 있는데, 지금처럼 당 안에 있어서는 사실 이도저도 아닌 모양새 아닌가. 그러려면 탈당도 충분히 고려할 수있는 시나리오”라고 예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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