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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후원금 백태' 자포자기형-사면초가형-주객전도형


입력 2015.11.21 10:21 수정 2015.11.21 10:21        전형민 기자

총선 앞두고 후원금에 목마른 '초선·비례'

의원별 후원금 바라보는 시각은 천태만상

대한민국 국회 ⓒ데일리안 홍효식 기자

제20대 국회의원 총선거가 내년 4월로 다가온 가운데 선거를 앞두고 비례대표·초선 의원들이 정치후원금 확보에 골머리를 썩고 있다. '정치인이 합법적으로 쓸 수 있는 가장 깨끗한 돈'으로 불리는 정치후원금은 총선을 앞두고 있는 의원들에게 '실탄'일 뿐만 아니라 한도(1억5000만원)를 초과할 경우 다음 해로 이월되기 때문에 다다익선(많을수록 더 좋다는 뜻)이다.

다선(多選) 의원들의 경우 탄탄한 자신의 지역구와 그동안 다져온 전국적인 이미지 등으로 후원금에 대한 걱정이 거의 없지만, 인지도가 떨어지는 초선들은 그렇지 않다. 특히 재선을 위해 지역을 정하고 지역사무실을 운영하는 등 터닦기가 한창인 비례대표들에게 후원금은 '그림의 떡'이다.

지난 10일 기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정치후원금 한도를 다 채워 계좌를 폐쇄한 국회의원은 전체의 10%인 30명이다. 하지만 30명 중 비례대표는 홍종학 의원 단 1명이고, 19대 국회 전체의 절반에 가까운 초선 의원으로 쳐도 5명에 그쳐 정치후원금이 초선·비례대표들에게 얼마나 요원한 것인지를 방증했다.

'그냥 속 편하게 내 돈 쓴다' 자포자기(自暴自棄)형

비례대표로 19대에 국회에 입성한 A의원은 후원금 모금 상황이 어떠냐는 질문에 "정치후원금을 모으는 것도 하나의 정치능력이라고 생각하고 있다"며 "제가 초선이라 정치능력이 부족한 모양"이라며 웃었다.

이미 재선에 도전할 지역구를 정하고 지역구 관리에 한창인 그는 "사실 제일 문제는 지역사무실 운영"이라고 말했다. 지역구 국회의원은 보통 자신의 지역구에 한 개 이상의 사무실을 운영하며 지역 민원을 접수하고 의정활동을 홍보하는 등의 활동을 하고 있다.

그는 "지역 사무실 임대료, 직원 월급, 운영비 등을 그냥 내 월급으로 다 운영하고 있다"며 "어설프게 후원금 잘못 모으다 한 방에 가신 분이 한둘이 아니지않느냐"고 했다. 잘 모이지 않는 정치후원금을 억지로 모으려고 무리하기 보다는 차라리 속 편하게 자기 돈 써서 활동하겠다는 것이다.

'의정보고서 만들어 알려야 후원해주는데 보고서 만들려면 돈이…' 사면초가(四面楚歌)형

A의원은 차라리 사정이 좀 나은 편이다. 같은 비례대표인 B의원은 정치후원금에 대해 묻자 "아픈 곳을 후벼파냐"면서 "힘들다"고 말했다. 그는 "지역사무실에 직원도 여유있게 둬야 민원도 더 잘 듣고 지역을 위해 봉사할 기회가 생기는데 유지할 돈이 없으니 영 쉽지 않다"며 "평소 알고 지내던 사람들에게 구걸이라도 해야할 판"이라고 푸념했다.

본보와의 통화 당시에도 지역구로 점찍은 지역관리를 위해 이동 중이라는 B의원은 "비례대표는 지역적 기반이나 정치적 세력을 등에 업고 정치를 하는 사람이 아니고 자신의 전문성에 의지해 정치를 하는 사람"이라며 지역구 의원들에 비해 비례대표가 후원금 모금이 힘들다는 것을 강조했다.

특히 "후원금을 모금하려면 의정활동을 알려야하는데 의정활동을 알리기 위한 보고서 제작도 돈이 들고, 수만 가구에 보고서를 보내는 우편 비용도 만만찮다"고 토로했다.

'후원금, 액수보다 의정활동 홍보잣대로 삼아 보좌진 압박' 주객전도(主客顚倒)형

비례대표 의원만 3명을 보좌했었다는 C보좌진은 초선의원들의 후원금 모금 전략이나 요령에 대해 묻자 "그건(후원금 모금은) 참 답이 없다"며 고개를 휘휘 내저었다. 그는 "후원금은 대부분 네트워크로 모금되는데, 비례대표는 지역구 선거운동도 해보지 않고 당선됐기 때문에 지역으로부터 들어올 후원금은 제로"라고 잘라 말했다.

이어 "한편으로 초선·비례의원들은 후원금 모금액을 사실상 자신의 의정 홍보를 평가할 수 있는 '잣대'로 보기도 한다"며 "'액수'보다 '순위'자체에 민감하게 반응한다"고 귀띔했다. 의원들이 모금액을 자신에 대한 지지이자 의정활동 홍보와 치환할 수 있는 수치로 본다는 것이다.

그는 "선관위에서 후원금 모금액을 공개했는데 모시는 의원이 모금액이 적다면 보좌진들은 자기 주변 친구, 식구까지 동원해 모금을 독려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지난 8월13일 열린 국회 본회의에서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사전구속영장이 청구된 박기춘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상정돼 표결 처리 되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정치후원금 제도, 분명 좋은 제도지만…

비례가 아닌 지역구를 가진 초선 의원은 비례대표 의원에 비해 사정이 조금은 낫지만 '도긴개긴'이다. 지방의 초선의원인 D의원은 후원금에 대해 묻자 "궁극적으로는 더 나은 방향으로 바뀌어야한다"고 평가했다. 그는 "정치후원금 제도는 좋은 제도고 모든 의원이 동일해야한다는 것은 아니지만 '다선-초선 간 격차', '수도권-지방 간 격차'등에서 어느 정도 형평에 맞는 조정이 필요하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그는 "몇몇 중진, 유명 의원들의 경우 기업인이나 몇 백만 원이 큰 돈이 아니신 분들이 일종의 보험으로 내시는 금액만으로도 한도를 초과한다고 한다"면서 "후원금이 궁극적으로는 유권자들께서 정치인의 정책과 의정활동을 보고 '아…이 의원은 정말 열심히 하고, 또 나랑 지향하는 바가 비슷하구나'라고 생각해서 후원을 하는 방식이 돼야한다"고 조심스럽게 설명했다.

연말 정산에서 전액 공제가 가능한 10만 원 후원이 자신의 후원금의 대부분이라고 밝힌 D의원은 "모든 의원들이 그렇겠지만 후원금은 언제나 소중하고 고마운 돈"이라며 "항상 후원금을 받고 이에 부족하지 않게 의정활동 하려고 노력한다"고 말했다.

한편 정치후원금은 2014년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사항에 따라 연간 10만 원까지 연말정산을 통해 세액공제 받을 수 있다.

전형민 기자 (verdant@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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