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영민·신기남' 연말 국회 뒤덮은 불쾌한 '갑질'
<기자수첩>'반칙 없는 사회' 만들겠다더니...
비판조차 제대로 안하는 여당도 '동업자 정신'
지난 주말 각종 게시판을 떠들썩하게 했던 '간장 두 종지'라는 제목의 한 언론사 칼럼이 화제다. 이 칼럼의 필자는 칼럼을 통해 '을의 갑질'을 고발하고 싶었겠지만, 정작 이 가벼운 칼럼이 폭발적인 관심을 이끌었던 이유는 독자들이 칼럼을 언론의 지면과 매체력을 동원한 사적 보복이자 '슈퍼갑의 또 다른 갑질'로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언제부터인가 우리 사회에서 '갑질'은 마치 원래부터 있었던 것처럼 아주 자연스럽게 일상 속에 스며들어있다. 심지어 갑질을 행사하는 사람도 갑질을 당하는 사람도 그것이 갑질이라고 느끼지 못할 정도다. 이런 불만들이 쌓여 작년 이른바 '땅콩회항'을 통해 본격적으로 촉발된 갑질 논란은 갑질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와 경고를 보낸 사건이었다.
하지만 국회의원들은 여전히 그 경고와 다른 세상에서 살 뿐만 아니라 '갑질 논란'으로부터 초월한 것 같다. 최근 일련의 사태를 보면 국회는 조심하기는커녕 갑질의 선봉에 선 듯한 느낌이다. 가까이로는 법학전문대학원 졸업시험에서 떨어진 아들을 구제하기 위해 로스쿨 원장을 직접 만나 외압을 행사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신기남 새정치민주연합 의원과 국회 의원회관 사무실에 카드결재 단말기를 두고 자신의 시집을 산하 기관에 판매한 사실이 드러난 같은 당 노영민 의원이 있다.
불과 3개월 전에는 딸의 채용을 위해 회사 측에 전화를 걸어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의혹을 받은 윤후덕 새정치연합 의원과 아들의 법무공단 특채 의혹을 받고 있는 김태원 새누리당 의원, 딸의 네이버 채용 특혜 의혹이 일었던 같은 당 이주영 의원까지. 이 정도면 국회는 '갑질 집합소'로 불려도 손색이 없다.
특히 안타까운 점은 위에 거론한 야당 의원들이 '특권과 반칙이 없는 사회'를 지향했던 노무현 정권의 '핵심인사'였다는 점이다. 신기남 의원은 당 대표까지 지낸 4선 의원이고 노영민 의원은 친노 중진으로 이름을 오르내리며 윤후덕 의원은 초선이지만 노무현 정부 당시 청와대에서 핵심인 기획조정비서관으로 근무를 했고 지난 18대 대선에서 친노계파의 수장격인 문재인 대표의 비서실 부실장을 맡았다.
따라서 논란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었고 사실관계 역시 대부분 확인됐기 때문에 이들이 정치적인 책임을 지는 것은 불가피해보였다. 하지만 윤 의원은 이미 당 윤리심판원으로부터 2년 이후의 사건만 징계할 수 있다는 규정으로 면죄부를 얻었다. 신기남 의원도 현재 당무감사원의 조사를 받고는 있지만 조사 직전 열린 당 최고위원·중진의원회의에서는 오히려 이를 비호하는 몇몇 의원들의 목소리가 더 컸다는 후문이다.
정작 이런 미근적진 태도를 비판하고 견제해야할 여당은 김영우 수석대변인만이 "자식 귀한 것은 모든 부모가 마찬가지겠지만 자식이 졸업시험에 떨어졌다고 해서 모든 부모가 학교에 찾아가지는 않는다"며 "더욱이 오해를 불러일으키기 충분한 국회의원의 신분이라면 더욱 처신에 신중을 기했어야 한다"고 논평을 낼 뿐이었다.
이는 '동업자 의식'에서 기인한 행동으로 분석된다. 여당 역시 무혐의로 끝났지만 자녀 청탁 의혹을 받은 의원들이 존재하는 만큼 '긁어 부스럼 만들지 말자'는 행동이라는 시각이 아닌지 우려스럽다. 혹시 이들은 스스로를 스스로가 판단해 스스로에게 면죄부를 주고 '어차피 국민은 시간이 지나면 잊을 것이고 나는 다음 선거에서도 당선되면 끝'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한 전문가는 이런 국회의 행태를 비난하며 '국회 윤리위원회의 절반 이상을 외부인들로 구성해 실질적인 징계를 해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국회의원은 그 신분의 공공성과 그가 가지는 힘으로 인해 도덕적으로 일반인에 비해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야 한다. 현재까지 의혹이 일었던 의원들 중 5개월 앞으로 다가온 20대 총선 에서 불출마를 선언한 의원은 없다. '특권과 반칙이 없는 사회'를 만들겠다던 야당 의원들의 '갑질'과 틈만나면 서로 헐뜯기를 멈추지 않던 여야의 동업자 의식에 기인한 '불편한 침묵'이 불쾌한 끈적임으로 연말 국회를 뒤덮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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