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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뢰 폭발땐 분노하더니...대북 정찰 예산 팽개친 국회


입력 2015.12.05 10:13 수정 2015.12.05 14:27        하윤아 기자

대북 정찰위성 도입 등 독자적 감시망 구축 예산 삭감

"의원들 자기 지역구만 챙기고 안보 위협 대비는 뒷전"

2일 자정을 넘겨 차수변경을 통해 3일 새벽까지 이어진 국회 본회의에서 2016년도 예산안이 상정돼 가결 처리되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미국 노스롭그루먼사의 글로벌호크는 지상 20㎞ 상공에서 레이더와 적외선 탐지 장비 등을 통해 지상 0.3m 크기의 물체까지 식별할 수 있는 첩보위성 수준급의 무인정찰기로 북한 전역을 24시간 감시할 수 있다. ⓒ연합뉴스

3일 국회에서 의결한 내년도 국방예산 가운데 대북 정찰위성 도입 등 우리 군의 독자적인 감시망 구축사업 예산이 대폭 삭감돼 자주국방력 강화를 위한 기틀 마련에 또 다시 차질이 빚어지게 됐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특히 국방·안보 전문가들은 이 같은 상황을 초래한 정부와 정치권의 ‘무사안일주의’에 상당한 우려를 내비치고 있다. 여야 국회의원은 국가 안보와 직결된 대북 정찰·감시전력 국방예산을 삭감하면서 선심성 쪽지예산을 통한 지역구 챙기기에 골몰하고 있고, 정부 역시 가시적인 성과 도출에 급급해 잠재적 위협 요인에 적절히 대비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국회를 통과한 내년도 예산안에 따르면 북한의 미사일기지 등을 감시할 수 있는 핵심 전력인 대북 정찰위성 도입 사업 예산은 애초 국방부가 요청한 643억원(정부안 100억원)에서 대폭 삭감돼 20억원으로 확정됐다.

신인균 자구국방네트워크 대표는 4일 ‘데일리안’에 “20억으로 삭감했다는 것은 해당 사업을 1년간 미루겠다는 말과 똑같은 것”이라며 “북한이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개발에 나서고 있고 노동미사일 핵 탑재도 가시화되고 있는데 탐지전력에 관한 부분에서 우리 군이 너무 한가하게 대처하고 있는 게 아닌가라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신 대표는 이어 “특히 정찰위성은 전시작전권 전환의 기초가 되는 부분”이라며 “전시작전권을 전환하려고 한다면 정보정찰에 대한 독립성이 있어야 하는데, 전작권 전환 시기를 재연기한 상황과 맞물려 우리 군이 정보자산을 확충하기 보다는 미국과의 동맹관계에 안주하려는 것이 아닌지 우려스럽다”고 견해를 밝혔다.

이 외에도 내년도 국방예산에 사단정찰용 무인항공기(UAV) 사업 예산과 정보수집함(신세기함) 탑재 UAV 능력 보강을 위한 예산 등이 삭감된 것과 관련, 신 대표는 “전체적으로 이번 예산 삭감 부분을 보면 정보정찰 능력에 대한 대미 의존도에 우리 군이 너무 익숙해 있다는 생각이 든다”며 “북한의 전력이 상승하는 상황에서 국방에 더욱 신경을 써야 하는 것은 당연한데 아랫돌을 빼서 윗돌을 괴는 행태가 반복되는 것 같아 아쉽다”고 말했다.

실제 내년도 국방예산안에 최전방 사단급 부대에 배치돼 북한군 동향을 파악하는 사단정찰용 UAV 사업 예산은 정부안 248억원에서 116억원 삭감됐고, 신세기함에 탑재할 UAV 능력 보강을 목적으로 한 국방예산도 정부안 99억원에서 74억원이 삭감됐다.

국방·안보 전문가들은 이번 예산안 확정 내용에 대한 아쉬움을 드러내면서 정치권과 정부를 향해 쓴 소리를 날리기도 했다.

송대성 전 세종연구소 소장은 본보에 “북한이 핵을 개발하고 있는 상황에서는 정보능력이 무엇보다도 중요한데 정보정찰 부분 예산을 깎는다는 것은 정말 말도 안되는 일”이라며 “나라를 수호할 생각이 있는지 의심스럽다”고 비판했다.

송 전 소장은 “우리가 독자적인 데이터를 가지고 있어야 그 정보에 의해서 자체적인 정책을 마련하고 그에 대한 나름의 주장을 할 수 있다. 그런데 정치권은 지금 국가 안보나 국가 생존 차원에서 얼마나 상황이 위중한지에 대해 의식이 전혀 없는 것 같다”며 “북한의 비핵화와 자주국방을 위해 노력하자고 하면서도 가장 중요한 부분의 예산을 깎는다니 참 심각한 문제”라고 우려를 표했다.

양욱 한국국방안보포럼 연구위원도 “지금 상황을 보면 의원들이 예산을 깎아 쪽지예산으로 지역구 챙기기에 훨씬 더 신경을 쓰고 있는 것 같은데, 의원들이 정말 국가 정책의 큰 틀에서 후폭풍을 생각하고 예산을 반영하는 것인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기술적인 문제 등으로 사업이 순연되거나 진행에 차질이 빚어져 예산 삭감 필요성이 인정되는 경우도 있겠지만, 국회가 징벌적 차원에서 무조건적으로 예산을 깎는 경우도 있어 국회 스스로 국가 전략적 차원에서의 파장을 제대로 판단하고 예산안을 반영하고 있는지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그는 “국방부 역시도 적극적으로 나서서 필요성을 강조하고 해야하는데 괜한 불이익을 우려해 소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부분이 있다”며 “그러다 보다 근본적으로는 국방부 자체적으로 안보 정책의 방향성이나 구체적인 전략을 명확한 논리로 제시해줘야 하는데, 그런 점에서 주무부처로서의 역할이 부재한 것이 아닌지 하는 아쉬운 생각이 든다”고 덧붙였다.

한편, 내년도 국방예산은 지난해보다 3.6% 증가한 38조 7995억원으로 확정됐다. 이 중 방위력개선비는 지난해 대비 6258억원 증가한 11조 6398억원이며, 전력운영비는 7177억원 증가한 27조 1597억원이다.

하윤아 기자 (yuna1112@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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